지난 기획/특집

김대건 신부 토크 콘서트

박영호 기자
입력일 2021-08-17 수정일 2021-08-17 발행일 2021-08-22 제 3258호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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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자 편에 선 평등·박애주의자… 본 면모 널리 알려져야”
솔뫼성지서 작가·예술가 모여 한국인 첫 사제·조선전도 등 키워드 중심으로 대화 나눠
지식인·선각자 면모에 주목
성인의 인간 존중 사상 강조

대전교구 김용태 신부(왼쪽에서 두 번째)와 배우 손여은씨(김 신부 오른쪽) 사회로 8월 14일 솔뫼성지 기억과 희망 성당에서 김대건 신부에 관한 책을 집필한 작가들이 대화를 하고 있다. 사진 박민규 기자

대전교구는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 탄생 200주년 희년’을 기념하는 다양한 행사를 충남 당진 솔뫼성지에서 8월 14~22일 펼쳤다. 그중 14일 솔뫼성지 기억과 희망 성당에서 마련된 김대건 신부 탄생 200주년 토크 콘서트에서는 김대건 신부에 관한 책을 집필한 3명의 작가와 다양한 형식으로 김대건 신부를 표현한 4명의 문화 예술인들이 각각 1부와 2부로 나눠 김대건 신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성 김대건 신부의 후손인 김용태 신부(대전교구 사회복음화국장)와 배우 손여은(가타리나)씨가 진행을 맡은 이날 토크 콘서트 1부에는 2권의 김대건 신부 관련 저서 「길 내는 목자 수선탁덕 성인 김대건」과 「길 가는 목자 땀의 성자 최양업 신부」를 펴낸 강종민(아우구스티노) 작가, 동화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를 펴낸 김영(요비타엘리사벳) 작가, 「김대건 우리나라 최초의 신부」를 쓴 전현정 작가가 패널로 참여했다.

이들은 김대건 신부의 일생을 ▲유학파 ▲5개 국어에 능통한 신지식인의 면모 ▲옥중에서 제작한 조선전도라는 3가지 키워드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나눴다. 특히 패널들은 한국 최초의 사제라는 의미 외에 종교적인 가치를 넘어서 시대를 앞서가고 조국과 민족의 삶에 대한 지극한 관심을 잃지 않은 성 김대건 신부의 면모에 주목했다.

■ 유학파 신지식인 김대건

전현정 작가는 책을 집필하면서 가장 주목했던 부분이 바로 세 신학생의 유학 여정이었다며 “이제 갓 15살의 세 소년이 마카오까지 5000㎞가 넘는 거리를 오롯이 걸었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고 말했다. 전 작가는 특히 오늘날 우리 청소년들은 모험은커녕 여행도 못하고 있다며 그 험난한 여정을 간 세 신학생의 여정을 그려보고 싶다는 간절한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김영 작가는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커피를 마신 사람이 고종 황제로 알려져있지만, 사실 그보다 50여 년이나 앞서 세 명의 신학생이 마카오에서 서양식 식사를 하면서 커피를 마신 최초의 인물들이라고 생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진행을 맡은 김용태 신부는 “김대건 신부가 5개 국어에 능통했다는 것은 그만큼 어려운 상황이었을 것”이라며 반드시 5개 국어를 배워야 하는 상황에 처해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강종민 작가는 김대건 신부의 탁월한 어학 능력에 대해 감탄을 금치 못하면서 “김대건 신부는 놀라운 세계관과 대담성으로 다양한 언어를 습득하는 탁월한 능력을 발휘했다”며 “장상에 순명해 무너진 교회를 복원하고 선교사 입국로를 개척할 때에도 그분의 외국어 능력은 결정적인 역할을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현정 작가 역시 김대건 신부의 어학 능력에 대해 높이 평가하면서 “외국어 능력이 탁월했기 때문에 많은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프랑스 세실 함장의 통역을 맡기도 하고, 상하이에서 긴급 상황이 있을 때마다 중국어를 잘해 위기 상황을 모면했고, 체포된 후에는 조정의 명으로 영국에서 만든 세계지도를 번역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 옥중에서 조선전도 제작

패널들이 한결같이 찬탄을 금하지 않았던 것은 조선전도 제작이었다. 김용태 신부는 “김정호의 대동여지도보다 16년 먼저 김대건 신부가 조선전도를 만들었다”며 “1845년 4월 7일 김대건 신부님의 서신에 보면 지도에 관한 언급이 있다”고 설명했다.

강종민 작가는 “조선이라는 잘 알려지지 않은 나라를 외국에 소개한 첫 번째 지도가 조선전도였다”며 “울릉도와 독도를 우리나라 영토로 분명하게 기재한 것만 봐도 역사적으로 매우 중요한 자료”라고 지적했다.

김영 작가는 “아직도 한일 양국 간에 독도 영유권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며 “이러한 분쟁을 해결할 수 있는 ‘결정적 한 방’이 되는 지도를 김대건 신부가 제작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 작가는 특히 “옥중에서 끔찍한 고문을 당하고 고초를 겪는 중에 이 지도를 제작했다”며 “자신을 고문하는 이들을 위해 지도를 제작한 김대건 신부의 뜻이 놀랍다”고 말했다.

김용태 신부는 “조선 당국은 진리의 선포자로서 김대건 신부의 면모는 알아보지 못했라”라며 “그렇지만 선각자이자 최고의 지식인으로서 김 신부의 면모에 대해서는 제대로 알아보았다”고 강조했다.

■ 종교 넘어 보편적으로 존경받아

참석자들은 김대건 신부가 유네스코 세계 기념 인물로 선정된 것에 대해서 김 신부가 종교의 울타리 안에 갇히지 않고 보편적인 인물로 존경받는 계기가 된 것이라며 크게 환영의 뜻을 밝혔다.

강종민 작가는 “국가와 신앙의 차원을 넘어서 세계적 기념 인물로 선정된 것에 대해 자부심을 느낀다”며 “세계인이 김 신부의 삶과 가치를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강 작가는 또 김 신부의 서간들을 포함해 각종 기록물이 유네스코 세계 기록 유산에 등재될 가능성이 높아진 것에 대해서도 큰 기대를 표시했다.

김영 작가는 “아이들과 역사 공부를 하는 입장에서 김대건 신부에 대해서 청소년들이 잘 모르는 것에 대해서 안타깝다”며 “김대건 신부의 잘 알려지지 않은 부분, 글로벌 리더로서의 면모와 그분의 평등사상과 박애주의, 인간 존중 등이 더 잘 알려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전현정 작가는 “종교를 넘어서, 김대건 신부는 약자의 편에 서서 평등과 박애사상을 몸소 가르쳐주신 분”이라며 “유네스코 세계 기념 인물에 선정된 것을 계기로 인간 김대건에 대한 새로운 면모가 많은 이들에게 알려지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8월 14일 김대건 신부 토크콘서트 중 그래피티 아티스트 최성욱 작가가 김대건 신부 작품을 제작하고 있다.

■ 다양한 예술 방식으로 성인 표현

제2부에서는 이제형(브릭 아트)과 이지은(샌드 아트), 임윤범(픽셀 아트), 최성욱(그래피티 아트) 작가 등 각자의 분야에서 김대건 신부를 예술적으로 표현한 4명의 작가들이 김대건 신부의 삶과 신앙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특히 이들 4명의 작가들은 불과 25살이라는 젊은 나이에 놀라운 업적을 남긴 김대건 신부의 탁월한 능력과 정신에 대해 본받아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최성욱 작가는 “역사는 다음 세대에 전해져야 한다”며 “우리 세대만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다음 세대가 배우고 익혀야 하는 것들을 제 작품들을 통해 구현해서 전하겠다는 마음으로 김대건 신부에 대한 작품 활동을 해왔다”고 말했다.

이제형 작가는 “부담스럽고 딱딱한 방식이 아니라, 브릭이라는 재미난 방식을 통해서 김 신부의 정신을 전하기 위해 노력했다”며 “이는 곧 김 신부의 평등이라는 이념을 전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며, 많은 이들이 제 작품을 통해서 김 신부의 평등과 박애 정신을 생각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박영호 기자 young@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