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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사목 어때요] 학대 피해 아동 돌보는 청주교구 ‘다락방’

민경화 기자
입력일 2021-06-29 수정일 2021-06-30 발행일 2021-07-04 제 3252호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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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다친 마음’ 교회가 보듬는다
병원진료 비롯해 학교생활 돕고 심리치료·현장체험 등 정서 지원
정성 담은 밥으로 안정감 주기도

학대피해아동쉼터 ‘다락방’ 아동들이 선생님에게 보낸 편지.

충북 진천군에 있는 작은 아파트. 이곳에서는 나이도 자라온 환경도 다른 아동 5명이 함께 생활하고 있다. 이들 대부분 교복을 입거나 학교에 갈 때 입은 옷 그대로 책가방 하나만 들고 왔다. 갈아입을 옷 한 벌 챙길 겨를도 없이 허겁지겁 집에서 도망 나온 것이다.

가정 안에서 신체적·정신적 학대를 겪다 쫓기듯 뛰쳐나온 아이들이 머무는 이곳은 학대피해아동쉼터인 청주교구 ‘다락방’이다.

여아 쉼터인 다락방은 청주교구 산하 기관으로 2016년 문을 열었다. 교구는 ‘지역사회의 작은 일을 섬기는 카리타스 공동체’라는 비전을 실천하는 노력의 하나로 학대피해아동 또한 보다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쉼터 이름도 ‘즐거움이 많은 집’이라는 뜻을 담아 다락방(多樂房)이라고 지었다.

다락방 이순남(빈첸시아) 시설장은 “다락방은 예수님의 제자들이 죽음을 피해 숨었던 보호의 공간이자 예수님이 승천하신 뒤 다시 오시기를 바라는 희망의 공간이었다”며 “그런 의미들을 담아 다락방은 학대피해아동들이 안전하게 지낼 수 있는 응급실의 역할을 하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락방에서 생활하는 아이들 모두 한창 부모의 보살핌을 받고 학업에도 집중해야 할 나이지만, 학대 피해를 막기 위해 우선은 가족들과 떨어져 지내야 한다.

이 시설장은 “아동복지법상 1년에 2번 이상 아동학대 신고가 접수됐거나 학대피해가 강하게 의심되는 아동은 보호자로부터 즉각 분리할 수 있다”며 “그렇게 분리된 아동들은 아동일시보호시설이나 위탁가정에서 보호 조치를 하게 되는데 학대피해아동쉼터도 그 중 하나”라고 말했다. 학대피해아동쉼터에서는 0세부터 만 18세까지의 아동이 3개월부터 6개월까지 머물 수 있다.

부모 등 보호자에게 학대를 받고 보금자리를 옮겨 낯선 사람들과 함께 살아야 하는 아이들은 가장 먼저 먹을 것부터 찾고 집착하는 성향을 보인다. 이 원장은 “심리적으로 불안하고 결핍된 부분을 먹는 것으로 채우려는 아이들을 보면 안타까운 마음이 크다”고 말한다. 그래서 다락방에선 아이들에게 좋은 재료로 만든 식사를 제공하는 정성을 쏟는다. 그들의 부모가 돼 줄 수는 없지만, 최대한 빈자리를 느끼지 않도록 사랑을 나누는 노력이다.

학대피해아동쉼터 ‘다락방’ 아동들이 완성한 그림 다락방 제공

다락방에서는 아이들의 병원진료를 비롯해 학교생활에 필요한 것들을 돕는 생활지원, 학대후유증에 대한 심리치료, 학대 재발 요인을 감소시키기 위한 교육활동과 현장체험, 캠프로 구성한 정서지원프로그램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특히 강압적인 가정환경 탓에 표현이 서툰 아이들이 자신의 생각을 제대로 표현할 수 있도록 돕는 교육에도 집중하고 있다.

“처음 쉼터에 왔을 때 이야기도 안하고, 우울하게 있던 아이들도 선생님들이 사랑으로 먼저 다가가면 금세 밝은 모습을 되찾아요. 그게 아이들이 가진 힘이겠죠. 우리 집을 거쳐 간 모든 아이들이 마음 속 한 켠에 다락방을 만들어서 힘들 때마다 그 안에서 용기와 사랑을 꺼내서 힘차게 살아갈 수 있도록 보다 많은 이들이 함께 도왔으면 합니다.”

※후원계좌: 100-031-661925 신한은행(예금주 다락방)

민경화 기자 mk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