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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는 공공재입니다] ‘탈탄소경제법’에서 ‘기후정의법’으로

박영호 기자
입력일 2021-06-22 수정일 2021-06-22 발행일 2021-06-27 제 3251호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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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성장만 고집 말고 인권 챙겨야 할 때

‘탄소중립’, ‘탄소제로’ 등은 이제 국가 경제 정책 수립 과정에서도 필수적인 요소가 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2020년 9월 국회가 기후위기 비상 결의안을 채택했고, 대통령도 10월 국회 시정 연설에서 2050년 탄소 중립을 선언하고, 12월에는 ‘2050 탄소중립 추진전략’을 발표했다. 정부만이 아니라 탄소중립의 핵심인 대기업들 역시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인지, 표명하고 정책 변화를 표방했다.

특히 현재 국회에는 기후위기에 대한 대응과 탈탄소 사회로 이행하고자 하는 법안들이 여럿 발의돼 있다. 하지만 이 법안들은 기본적으로 탈탄소를 바탕으로 경제 성장 기조를 이어가려는 뜻을 담고 있다. 문제는 경제 성장과 이를 위한 국가 경쟁력의 유지가 기후위기에 대한 대응보다 여전히 우선된다는 점이다.

현재 국회에서 발의된 기후위기 대응 관련 법들은 2050년 탄소중립 목표를 명시하고, 국가기후위기위원회 설치, 국가기후위기대응기본계획의 수립과 이행, 정의로운 전환과 오염자 부담 원칙 명시, 기후위기대응기금 설치와 협동조합 지원 등 시민사회단체들의 요구들을 담고 있긴 하다.

하지만 기후위기를 빚어내는 자본주의와 경제 성장주의는 그대로 유지된다. 즉, 이른바 ‘녹색 성장’이라는 경제 성장 전략을 그대로 유지한다. 따라서 기후위기와 경제 성장이 함께 간다면 바람직하지만 기후위기가 경제 성장을 저해한다면, 다시금 ‘성장’을 선택할 수 있는 것이다.

시민단체 ‘기후위기 비상행동’은 지난 3월 9일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교육회관에서 4명의 의원이 발의한 4개의 기후위기 대응 법안들을 비교 검토하는 ‘기후위기 대응 법제화를 위한 토론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모든 토론자들은 현재의 기후위기가 경제 성장 중심주의에서 벗어나지 않는 한 근원적인 해결 방안을 마련할 수 없으며, 따라서 경제 성장에 앞서 기후정의를 최우선적인 목표로 삼는 법안이 제정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현재 논의되고 있는 기후위기 관련 법안들은 탈탄소의 필요성을 천명하고 국민들이 탈탄소를 적극 실천해야 할 의무를 강조하지만, 사람들이 기후위기로부터 보호받을 권리를 명시하고 있지 않으며, 기후위기와 관련된 사회적 불평등을 해결할 수 있는 의지와 방안도 담고 있지 않다는 것이 시민사회단체들의 평가이다.

결국, 기후위기에 대한 대응에서 관련 법의 제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할 때, 관련 법률은 또 다른 이름의 ‘경제 성장법’이 아니라, 사회적 불평등을 해소하고 공정성과 인권 보호를 원칙으로 하는 ‘기후정의법’이 돼야 한다.

박영호 기자 young@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