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유흥식 대주교, 한국인 첫 교황청 장관에

박영호 기자
입력일 2021-06-15 수정일 2021-06-15 발행일 2021-06-20 제 3250호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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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성직자성 장관 임명
동시에 대주교로 승품
아시아인으로 다섯 번째
한국교회 높은 위상 반영
亞 복음화·평화 역할 기대

교황청 성직자성 장관으로 임명된 유흥식 대주교(오른쪽)가 6월 14일 서울 명동 대교구청 교구장 접견실에서 염수정 추기경을 예방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성슬기 기자

교회 역사상 처음으로 한국인 성직자가 교황청 장관에 임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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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 교황은 6월 11일 오후 7시(로마 시각 낮 12시) 교황청 성직자성 장관에 유흥식 주교(69·대전교구장)를 임명했다. 이에 따라 유 대주교는 이날 부로 성직자성 장관 소임을 맡는 동시에 대주교로 승품됐다.

성직자성은 전 세계 가톨릭 성직자 41만여 명의 양성과 직무, 생활에 관한 업무를 관장하는 교황청 부서다. 사제와 부제의 사목 활동과 함께 사제 양성을 담당하는 신학교도 관할한다.

교회 역사상 한국인 성직자가 교황청 장관직에 임명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금까지 교황청 장관직에 임명된 아시아인 성직자는 2019년 인류복음화성 장관에 임명된 필리핀 출신 루이스 안토니오 타글레 추기경 등 총 4명뿐이다. 유 대주교는 다섯 번째 아시아인 장관이 됐다.

선교지역을 관할하는 인류복음화성도 아닌, 전 세계 성직자들의 직무와 생활을 관할하는 성직자성 장관에 한국인 성직자가 임명된 것은 보편교회 안에서 한국교회의 높아진 위상을 반영하는 동시에 프란치스코 교황의 아시아교회에 대한 각별한 관심과 기대를 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또한 최근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가톨릭교회가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높아지는 가운데, 유 대주교가 교황청과 북한, 중국을 포함한 아시아 대륙의 복음화와 평화 정착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유 대주교는 6월 12일 대전교구청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성직자성 장관으로서 “가장 큰 소명은 교황님을 옆에서 잘 보좌하고 도와드리는 것”이라며 “한국과 아시아를 포함한 전 세계교회의 사제들이 자기 쇄신을 통해 참된 복음화를 이루는데 기여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은 6월 12일 발표한 축하 메시지를 통해 “성 김대건 신부 탄생 200주년에 유 대주교님 개인뿐 아니라 우리 한국교회 전체가 뜻깊은 큰 선물을 받았다”며 “새 임지에서 교황님을 잘 보좌하시고 깊은 영성과 소통 능력으로 교회를 위한 좋은 열매를 많이 맺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주교회의 의장 이용훈 주교는 “모든 일에 열심하시고, 특유의 친화력으로 모두를 배려하고 따뜻하게 대해주시는 분”이라며 “유 대주교님과는 친구 사이지만 마땅한 존경을 드리면서 도움을 많이 청하고 싶다”고 축하의 인사를 전했다.

문재인(티모테오) 대통령도 같은 날 축하 메시지를 발표, “한국교회의 경사일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의 위상을 드높인 기쁜 소식”이라며 “한반도 평화를 위해 각별한 노력을 기울여 오신 분이어서 더욱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유 대주교는 1951년 충남 논산에서 태어나 1979년 로마 교황청립 라테라노대학교에서 수학하던 중 사제품을 받았다. 대전교구 사목국장과 대전가톨릭대 교수·총장을 거쳐 2003년 부교구장 주교로 임명됐고, 2005년 교구장직을 승계했다. 현재 주교회의 시복시성주교특별위원회 위원장,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상임이사, 주교회의 엠마오연수원과 한국가톨릭사목연구소 담당 주교를 맡고 있다.

유 대주교는 7월 말 로마에 도착해 8월부터 성직자성 장관으로 공식 업무를 시작한다.

박영호 기자 young@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