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

「아름다움, 그 숨은 숨결」

민경화 기자
입력일 2021-05-11 수정일 2021-05-11 발행일 2021-05-16 제 3245호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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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종기 지음/344쪽/1만9800원/&(앤드)
시와 예술로 달래온 고독과 향수 고스란히
미국서 50여 년 이방인 생활
의사이자 시인으로 지내며 겪은
소중한 경험들 진솔하게 풀어내
미국에서 의사이자 시인으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마종기(라우렌시오) 시인. 1966년 미국으로 건너가 50여 년을 이방인으로 살았던 그의 삶은 고국의 풍토와 두고 온 가족을 향한 그리움, 수많은 죽음을 목도해야 했던 의사로서의 괴로움과 슬픔 등으로 점철됐다. 그리고 외롭고 애처로운 시간들은 모국의 언어로 꾹꾹 눌러담아 한 편의 시가 됐다.

비록 한국땅에서 활동하진 못했지만 한국의 대표적 시인으로 꼽히는 마종기 시인의 예술 산문 「아름다움, 그 숨은 숨결」이 출간됐다. 책에는 의사로서의 경험이 가져다준 의미, 시적 감성을 자극했던 수많은 예술 작품과 모티브들, 그리고 모국에 대한 절절한 그리움까지 마종기 시의 행간 속에 고여 있던 뜨거운 눈물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아동문학가인 아버지 덕에 어려서부터 문학과 예술을 가까이 했던 마종기 시인. 문학을 하고 싶었지만 나라를 위해 과학을 공부해야 한다는 어른들의 조언은 그를 의사의 길로 이끌었다. 그리고 1966년 공군 군의관 시절, 재경문인 한일회담 반대서명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체포된 사건은 오랜 이방인 삶의 시작이 됐다. 계획한 삶은 아니었지만 미국에서의 의사생활은 시인에게 문학의 물꼬가 됐다.

마 시인은 “인간의 생명을 살리고 질병의 고통으로 아파하는 사람이나 사고와 불상사로 피 흘리는 신음하는 사람을 고치고 치유하는 숭고한 자리의 말석에서 나도 작은 도움과 위로를 주며 살았다는 것은 소중한 경험이 아닐 수가 없다”며 “나는 그런 경험 안에서 진정한 생의 의미를 찾으려고 했고, 그리고 그런 탐구의 자리에 내 문학과 시 쓰기의 목표도 있었다”고 말했다.

마 시인은 혹독한 수련의 시간 속에서 틈틈이 시를 쓰고 휴일마다 근교의 미술관을 찾아 고독과 향수를 달랬다. “오로지 모국어로 쓰는 시와 예술만이 구원이었다”고 당시를 회상하는 마 시인은 자신에게 구원이 돼줬던 시간들을 책 안에 풀어냈다.

마 시인은 이 산문집을 “그냥 하루하루의 생활 중에 만나는 예술의 즐거움, 내 몸의 일부가 된 것처럼 오랜 세월 나와 함께 살면서 나를 살려준 고마운 은인, 젊은 나이에 고국을 떠나 어쩔 수 없이 느껴야 했던 진한 외로움을 달래주고 힘이 되어주고 친구가 되어준 그 모든 예술이나 독서나 여행을 그냥 친한 이에게 말하듯 순서도 곡절도 이유도 없이 줄줄이 벌려놓은 것”이라고 설명한다. 따라서 마 시인은 시에 대한 이야기부터 예술과 예술가들, 여행, 문학과 의학, 종교까지 자신의 삶을 풍요롭게 만들어준 존재들을 소개한다.

민경화 기자 mk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