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교회

ACN 「세계 종교 자유 보고서」

최용택 기자
입력일 2021-04-27 수정일 2021-04-27 발행일 2021-05-02 제 3242호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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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절반 이상이 종교 자유 침해받아<67%·약 52억 명>
중국·북한·인도·파키스탄 등
전 세계 196개국 중 62개국
‘박해’ 국가 인구만 39억 명
인공지능 활용해 통제하고
아프리카에는 대량 학살도

시위대의 공격으로 불탄 니카라과 마나과대성당 십자고상. ACN은 「세계 종교 자유 보고서」를 발표하며 종교 근본주의자의 폭력으로 종교 자유가 침해되고 있는 나라가 계속 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북한과 중국에서 종교에 대한 박해가 지속되고 있고, 종교 근본주의자의 폭력으로 종교 자유가 침해되고 있는 나라가 계속 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교황청재단 고통받는 교회돕기(Aid to the Church in Need, 이하 ACN)가 4월 20일 「세계 종교 자유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196개국 중 62개국(31.6%)에서 종교의 자유가 침해된 사례가 드러났다. ACN은 이들 62개국을 대상으로 2018년부터 2020년까지 2년간 종교 자유 실태를 조사했으며, 조사 대상국 3분의 1에서 종교의 자유가 심각하게 침해당하고 있었다.

조사 대상국 중 26개국은 ‘박해’ 등급으로 분류됐으며, 이 중에서도 95%가 조사기간 동안 상황이 더 악화됐다. 이번 보고서에서 총 9개국이 ‘박해’ 등급으로 추가 지정됐는데, 여기에는 아프리카 7개국(부르키나파소, 카메룬, 차드, 코모로, 콩고민주공화국, 말리, 모잠비크)과 아시아 2개국(말레이시아, 스리랑카)이 포함됐다.

종교 자유 침해는 코로나19 대유행으로 가속화되고 있는데, 일부 국가에서는 국민들의 불안감을 악용해 국민들을 통제하고 있다. 또 종교극단주의 단체들은 이 혼란을 이용해 테러리스트를 모집하거나 세력을 확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ACN의 토마스 하이네겔던 대표는 「세계 종교 자유 보고서」의 조사 결과를 엄중히 받아들이면서, “유감스럽게도 비록 그 중요성은 인정하나, UN의 계획과 종교 자유 특사 지명에도 불구하고, 종교에 근거한 폭력과 종교 박해에 대한 국제 사회의 대응은 그 규모가 너무 작거나, 또한 그 시기가 너무 늦은 것으로 볼 수 있다”라고 밝혔다.

「세계 종교 자유 보고서」를 살펴보면, 오늘날 전 세계 인구의 67%인 약 52억 명이 종교의 자유가 심각하게 침해되고 있는 국가에서 살고 있다. 세계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중국과 인도, 파키스탄이 여기에 해당한다. 특히 박해 등급으로 지정된 26개국에는 전체 인구의 51%인 39억 명이 살고 있다. 아프리카 국가 54개국 중 23개국(42%)에서 대량 학살과 같은 극단적인 박해를 포함하여 종교 자유의 침해 사례가 보고됐는데, 특히 사하라 이남과 아프리카 동부 지역에서 이슬람 지하디스트(성전주의자) 단체가 급격히 증가한 것으로 보고됐다.

또 중국 등 종교의 자유가 최악으로 기록된 일부 국가에서는 차별과 통제를 강화하기 위해 인공지능 CCTV를 활용한 대규모 감시, 스마트폰 스캐너 등 디지털 기술과 사이버 네트워크의 남용 사례가 발생하기도 했다. 권위주의 정권에 의한 종교 박해도 심화되고 있는데, 힌두교와 불교가 다수인 아시아 일부 국가에서 민족주의와 종교 우월주의가 고취되면서 소수 집단에 대한 탄압이 가중되고 있다. 이들 나라에서는 소수 종교 집단의 구성원들은 실질적인 2등 시민으로 간주되는데, 가장 극단적인 사례는 인도이며, 파키스탄, 네팔, 스리랑카, 미얀마 등도 이에 해당한다.

ACN은 「세계 종교 자유 보고서」를 통해 종교의 자유가 전 세계 196개국에서 어느 수준까지 존중되는지 분석하고 있다. 「세계 종교 자유 보고서」는 1999년 처음 출간됐으며, 2년마다 새 보고서가 발표되고 있다. ACN 한국지부(지부장 박기석 신부)는 5월 말 한국어판 요약집을 발행할 예정이다.

최용택 기자 johnchoi@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