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논문으로 살펴 본 코로나19 이후 한국교회 변화와 과제

최용택 기자
입력일 2021-04-06 수정일 2021-04-09 발행일 2021-04-11 제 3239호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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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코로나 시대, 한국 천주교회의 현실과 새로운 희망: 종교 사회학적 관점」
‘기다리는 교회’에서 ‘찾아가는 교회’로 전환돼야
□ 드러난 한국교회 현실
신자 없는 교회
소속감 낮은 교회
세상 고통에 무딘 교회
□ 변화 위한 새로운 시도
온라인 비롯한 다양한 사목
일상 중심 신앙생활 강조하며
가정교회 역할 새롭게 주목
□ 나아가야 할 방향
무관심과 배척의 문화 거슬러
형제애·사회적 우애 회복 위해
적극 앞장서는 교회 모습 필요

코로나19 대유행으로 교회는 기존 모습에서 벗어나 새롭게 변화되어야 했다. 변화의 과정은 고통스러웠지만, 역설적으로 코로나19는 과감히 새로운 시도를 실현하도록 이끄는 ‘은총의 시기’를 불러왔다. 가톨릭신문 자료사진

프란치스코 교황은 코로나19 대유행 시기를 “우리의 삶을 우리의 버팀목이자 목적지인 하느님께로 쇄신하도록 방향을 제시하는 시련의 시간이자 선택의 시간”이라고 강조했다. 교회는 코로나19로 직면한 변화와 도전에 응답해야 한다. 교회가 코로나19로 직면한 변화와 도전에 응답해야 하는 지금, 코로나19가 보여준 한국교회의 현실을 분석하고, 앞으로 교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한 논문이 발표됐다.

서강대학교 신학연구소(소장 김용해 신부) 선임연구원 김선필(베드로) 박사가 ‘포스트 코로나 시대, 한국 천주교회의 현실과 새로운 희망: 종교 사회학적 관점’을 제목으로 발표한 논문은 코로나19로 드러난 한국교회의 현실과 코로나19로 변화하고 있는 교회 안에서 발견되는 희망을 분석해 냈다. 이 논문은 광주가톨릭대학교 신학연구소(소장 김종훈 신부)가 발간하는 계간지 「신학전망」 212호에 실렸다. 김 박사의 논문 주요 내용을 소개한다.

■ 코로나19와 한국교회의 현실

코로나19 대유행이 불러온 변화의 바람은 한국교회도 비켜갈 수 없었다. 무엇보다도 사회적 거리두기가 일상화되면서 성당을 찾는 신자들의 발길이 뚝 끊겼다. 변화된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들이 이어지고 있지만, 갑자기 찾아온 위기는 그동안 제대로 확인할 수 없었던 한국교회의 현실을 여실히 드러냈다. 김 박사는 코로나19가 드러낸 한국교회의 현실을 ▲신자 없는 교회 ▲소속감 낮은 교회 ▲세상의 고통에 무딘 교회라고 진단했다.

김 박사는 전염병 예방이라는 공동선을 위해 많은 사람들이 대면 종교 활동을 중단하게 되면서 사람들에게 미쳤던 종교의 영향력이 줄어들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실제 2020년 5월 실시한 우리신학연구소(소장 이미영) 설문조사와 서울대교구가 교구민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코로나19가 불러온 종교 집합 행위 제한 조치는 신자들의 일상생활에서 천주교 신앙이 가졌던 영향력을 감소시키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김 박사는 주교회의가 매년 발간하는 「한국천주교회 통계」를 인용하면서 “성당을 찾는 사람들은 코로나19 이전부터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었지만, 코로나19는 이러한 경향을 더욱 가속화시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 박사는 코로나19 이전에도 낮았던 신자들의 소속감이 공동체 미사 중단으로 더 낮아졌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본지가 지난 2017년 실시한 ‘가톨릭 신자의 종교의식과 신앙생활’ 설문조사 결과를 인용했다. 설문조사에 따르면, 냉담교우들은 ‘신앙생활을 하지 않아도 여전히 나는 가톨릭 신자라고 생각한다’는 질문에 66.3%가 동의했다. 본지는 이를 “천주교 신자들이 ‘탈 제도적 종교성’이 강하다는 사실, 곧 ‘소속감’ 혹은 ‘교단 충성도’는 낮다는 것을 보여 주는 결과”라고 분석했다.

김 박사는 “이렇게 비어가고 있는 교회는 코로나19라는 큰 산을 만났다”면서 “코로나19는 교회 구성원들이 서로 만나 친교를 나눌 수 있는 기회를 제한하고 있으며, 서로에 대한 무관심을 강화시켜 신자 없는 교회의 모습을 현실화시키고 있다”고 우려했다.

또 김 박사는 한국교회가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방침을 모범적으로 지켜왔지만, 거기서 그만 멈춰버린 것은 아닌가하는 염려가 여러 곳에서 제기되고 있음을 상기시키면서, “코로나19 위기는 한국교회가 세상의 고통에 얼마나 공감해왔는지, 위기 속에서도 타인을 위해 자신을 희생할 자세를 가지고 있었는지 성찰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하고 있다”고 전했다.

■ 변화하는 교회 안에서 발견되는 희망

갑자기 찾아온 코로나19 대유행으로 한국교회는 기존의 모습에서 벗어나 새롭게 변화되어야 했다. 변화의 과정은 고통스러웠지만, 역설적으로 코로나19는 과감히 새로운 시도를 실현하도록 이끄는 ‘은총의 시기’를 불러왔다. 김 박사는 코로나19 속에서 발견되는 한국교회의 희망으로 ▲기다리는 교회에서 찾아가는 교회로의 변화 ▲신자들의 적극적 신앙생활 회복 ▲형제애와 사회적 우애의 재발견을 꼽았다.

김 박사는 코로나19 이후 교회의 사목은 성당과 온라인을 넘어 신자들과 새롭게 만날 수 있는 사목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코로나19 상황 속에서 한국교회는 이와 관련한 다양한 시도들이 나타났다. ‘드라이브 미사’와 ‘워킹스루 영성체’ 등이 그 일례다. 교회가 더 적극적으로 신자들을 찾아 나서는 사례들도 나타나고 있다. 김 박사는 “이 점에서 코로나19 위기는 ‘기다리는 교회’에서 ‘찾아가는 교회’로 사목 패러다임을 전환시킬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면서 “이는 ‘신자 없는 교회’, ‘소속감 낮은 교회’ 곧, 한국교회가 직면한 현실을 극복할 수 있는 디딤돌 역할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코로나19로 공동체 미사가 중단되자 신앙생활에서 가정의 역할이 주목받고 있다. 코로나19로 성당에 나갈 수 없는 신자들은 가정에서 신앙생활을 해야만 했는데, 이렇게 가정은 또 하나의 교회로 재조명되고 있었던 것이다. 김 박사는 “코로나19 대유행이 불러온 ‘가정교회’의 재발견은 수동적이며 활력 없는 교회에 새로운 가능성을 제공한다”고 말했다.

또 코로나19 사태는 성당 중심의 신앙생활에서 일상 중심의 신앙생활로 옮겨가는 요인이 됐다. 우리신학연구소의 앞선 설문조사에 따르면, 신자들도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일상의 신앙실천이 중요하다고 느끼고 있다. 김 박사는 “신자들이 일상 속에서 신앙생활을 이어나가는 데 익숙해진다면, 신자들의 신앙생활은 보다 주체적이고 능동적으로 바뀌어나갈 수밖에 없다”며, 그렇게 발견된 보편사제직의 중요성은 직무사제직의 소중함을 더욱 깊이 이해하게 만들고 성직자와 평신도 간 친교의 관계를 강화시켜 상호 존중과 존경의 문화를 교회 안에 확산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김 박사는 또 한국교회가 신자들의 역할을 인식하기 시작하면서 코로나19 이전부터 강조되기 시작했던 ‘공동합의성’ 개념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구대교구가 지난해 4월 중단됐던 미사 재개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교구 성직자와 평신도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것과, 의정부교구가 교구 평신도사도직협의회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신앙생활 지침서」 발간을 적극 지원한 것을 그 예로 들었다.

김 박사는 코로나19 위기는 “신앙생활의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계기가 되고 있다”면서 “수동적이고 무관심했던 신자들의 신앙생활을 적극적인 신앙생활로 회복시킬 수 있는 기회가 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교회는 코로나19 상황 속에서도 ‘전투가 끝난 뒤의 야전 병원’처럼 또 ‘착한 사마리아인’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무료급식소 안나의 집 김하종 신부와 같은 이들은 코로나 감염 위험에도 아랑곳없이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삶을 봉헌하고 있으며, 서울대교구는 ‘명동밥집’을 열어 교구 차원에서 가난한 사람들과 함께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이러한 모습에 감화된 많은 사람들이 자원봉사에 나서고 있다.

이에 대해 김 박사는 “교회가 위기 앞에 놓인 사람들에게 문을 열자 그들을 위해 자기 것을 나누려는 사람들이 폭발적으로 나타나고 있다”면서, 이렇듯 “한국교회가 우리 사회에 만연한 무관심과 배척의 문화를 거슬러 형제애와 사회적 우애를 회복하는 데 앞장선다면, 교회는 교회 본연의 삶에 대해 고민하고, 또 그렇게 쇄신해 나갈 수 있는 계기로 코로나19 위기를 승화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최용택 기자 johnchoi@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