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한국가톨릭기후행동 ‘기후 인식 설문조사’ 결과

박영호 기자
입력일 2021-03-09 수정일 2021-03-09 발행일 2021-03-14 제 3235호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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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위기 심각성 공감하지만, 실천 노력 여전히 부족
평신도·수도자·성직자 모두 기후 위기 심각성 동의하지만 ‘사회구조적 문제’ 인식은 낮아
실천 방법과 노력 역시 저조
평신도 대부분과 성직자 다수 가톨릭기후행동 활동 ‘모른다’
인식 전환과 동기 부여 위한 적극적인 교육 필요성 대두
사목자 인식 변화와 더불어 통합적인 환경사목도 절실

‘한국가톨릭기후행동’(The Global Catholic Climate Movement in KOREA, GCCM KOREA, 이하 ‘가톨릭기후행동’)은 지난 1월 20일 출범 1주년을 맞아 ‘기후 인식 설문조사’를 실시, 기후 위기에 대한 신자, 수도자, 성직자들의 인식을 알아보고 이를 통해 기후 위기에 대한 교회의 대응 방향을 모색했다. 조사 결과와 그 의미를 짚어 본다.

이번 설문조사는 교회 내 평신도, 수도자, 성직자별로 나눠 실시됐고, 각각 20문항으로 구성됐다. 1월 21~31일, 11일간 총 3576명(평신도 2717명, 수도자 619명, 사제 240명)이 응답했다.

평신도, 수도자, 성직자 모두 기후 위기의 심각성에 대해서는 공감하고, 개인적 실천에 있어서도 어느 정도는 참여하고 있었다. 하지만 기후 위기의 사회 구조적 문제점에 대한 인식과 개선에 대한 의지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또한 본당과 교구 차원의 실천에 있어서는 부정적·유보적인 평가가 긍정적 평가보다 높게 나타났다.

가톨릭기후행동은 이번 조사 결과를 지난 2005년 서울대교구가 실시한 ‘초록교회 만들기’를 위한 의식 조사 결과와 비교할 때, 환경 관련 신자들의 의식과 실천이 큰 진전을 보이지 않은 것으로 평가했다. 이에 따라 생태적 회개를 향한 교회 공동체의 전면적인 인식 전환과 실천 노력이 요청된다고 해석했다.

■ 평신도

응답자 2717명 중 2685명(98.8%)이 현재 기후 위기가 ‘매우 심각’(69%)하거나 ‘심각한 편’(29.8%)이라고 응답했다. 하지만 개인적 실천은 ‘장바구니 들고 다니기’, ‘플라스틱, 일회용품 사용 줄이기’ 등 기존의 일반적인 활동에 그쳤다. 반면 ‘기후 관련 기사, 기후 정책에 관심 갖기’는 상대적으로 낮게 나타나 기후 위기를 초래한 사회구조적 문제점에 대한 인식과 그 개선을 위한 적극적 활동으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또한 실천하지 못하는 이유는 ‘타성화된 습관’(63.7%), ‘번거로움과 귀찮음’(36.3%) 등으로 나타났고, ‘참여와 실천 방법을 몰라서’라는 응답도 17.8%나 됐다.

이런 점에서 기후 위기 개선에 구조적 접근을 할 수 있는 실천 방법과 인식 전환 및 적극적 실천 동기를 부여할 수 있는 신자 교육의 필요성이 요구됐다.

소속 본당의 실천에 대해서는 ‘잘 하고 있다’(34.2%), ‘말로만 하고 실천하지 않는다’(27.6%), ‘모르겠다’(29.3%)는 응답이 비슷하게 나타났다. 교구의 실천에 대해서는 ‘모르겠다’(40.4%)는 응답이 훨씬 높게 나타났다. 이는 본당과 교구 차원에서 적극적 교육과 실천 방안 모색이 필요함을 드러낸다.

회칙 「찬미받으소서」는 51.6%가 읽어 보았거나 내용을 잘 알고 있다고 응답했다. ‘제목만 들어 봤다’(27.2%), 또는 ‘전혀 모른다’(20.8%)는 응답도 적지 않았다. 반면 2020년 추계 주교회의 정기총회에서 발표한 ‘특별사목교서-울부짖는 우리 어머니 지구 앞에서’(이하 ‘특별사목교서’)에 대해서는 절반 이상이 ‘전혀 모른다’고 응답했다.

■ 수도자

수도자들의 기후 위기 인식과 실천 정도는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다만 개인적 실천이 잘 안 되는 이유는 다른 구성원들과 마찬가지로 ‘타성화된 습관’(69.8%)과 ‘번거로움’(33.1%), ‘실천적인 방법을 몰라서’(9.7%) 등 유사하게 나타났다. 특히 주관식으로 기입된 기타 응답에서 ‘구조적 문제’와 수도 공동체의 ‘공동 합의성’을 지적, 기후 위기 대응이 개인 차원의 실천만으로는 부족하며 구조적 차원에서 개선과 공동체의 변화가 수반돼야 함을 지적했다.

일반적인 개인적 실천 방안은 다른 구성원들과 비슷하게 나타났지만, 특별히 ‘수도회 차원에서 JPIC(정의 평화 창조보전) 모임과 활동’이 84.3%로 높게 나타난 점은 주목할 만하다. 또한 ‘수도회 지침서에 통합 생태 반영’과 ‘생태 영성 관련 교육’의 필요성이 가장 우선적으로 지적됐다. 이는 곧 수도자들의 기후 위기 대응이 수도 생활 전반에서 전환을 요청한다는 점, 이를 위해서 의식 변화를 위한 생태 교육이 필요하다는 점을 보여 준다.

회칙 「찬미받으소서」에 대한 인식은 성직자와 마찬가지로 높게(96%) 나타난 반면, ‘특별사목교서’에 대한 이해도는 낮게(46.4%) 나타났다.

20여 년에 걸친 교회 환경사목에 대한 부정적 평가와 관련해, 수도자들은 기후 위기 대응의 열쇠를 ‘사목자들의 인식 변화’로 보았다. 이는 성직자뿐만 아니라 수도자들 역시 사목의 협력 주체로서 책임을 통감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 성직자

설문에 응답한 240명의 성직자 모두가 기후 위기의 심각성에 동의했고, 174명이 탄소 발생량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거나 많은 부분을 바꿨다고 응답했다. 하지만 본당에서의 실천과 관련해서, ‘교회 건물에 대한 에너지 효율화’나 ‘기후 정책 마련 촉구’ 등 제도적 차원의 대책 마련에 대한 공감대는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소속 교구의 대응면에서도 ‘말로는 하지만 실천은 잘 되지 않는다’(63.7%) 등 부정적인 응답이 ‘대체로 잘하고 있다’(17.9%) 또는 ‘매우 잘 하고 있다’(0.4%)는 긍정적 응답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았다. 이는 교구 사회사목이 본당과 유기적으로 잘 연결되지 않고 있음을 시사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회칙 「찬미받으소서」에 대해 95.4%의 성직자가 내용을 알고 있으나 실제 사목에서는 ‘강론에 활용하는 것’ 외에는 거의 반영되지 않고 있었다. ‘특별사목교서’에 대해서는 절반 정도인 58.8%만이 알고 있다고 응답했다.

수도자들과 마찬가지로, 환경 문제에 대해 교회의 노력이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사목자들의 인식 변화’(42.1%)가 최우선적인 과제이고, ‘환경 문제를 넘어 모든 분야에 걸친 생존의 문제라고 인식’(30.8%)함으로써, ‘신앙이 사회적 실천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27.9%) 교구 차원에서 노력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 ‘가톨릭기후행동’에 대한 인식 수준

수도자들은 대다수인 88.3%가 ‘가톨릭기후행동’에 대해 최소한 들어봤거나 활동에 대해 알고 있거나 또는 직접 참여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하지만 평신도들은 ‘전혀 모른다’(40.7%)거나 이름만 들어봤을 뿐 ‘활동에 대해 알지 못한다’(38.5%)는 응답이 대부분이었다. 성직자의 경우에도 ‘알지 못한다’(37.9%)거나 ‘전혀 모른다’(19.2%)는 응답이 절반 이상이었다. 교회 환경운동에 있어서 사목자들의 인식 전환이 갖는 큰 비중을 고려할 때, 사제들과의 연계는 향후 가톨릭기후행동 활동에 있어서 큰 과제라고 할 수 있다.

■ 통합적인 환경사목의 과제

이번 조사 결과를 통해 볼 때, 한국 천주교회의 환경운동이 나름대로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구조적인 변화를 충분히 이끌어내지 못했고 교회 기층 단위까지 뿌리내리지 못했다는 문제 의식을 갖게 한다. 이에 따라 교회 환경사목의 통합적 전망이 모색돼야 할 것이다.

즉 환경사목이 제대로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다른 모든 사목영역과 유기적으로 연결돼야 하고, 환경사목 자체로도 유기성과 체계성을 갖춰야 한다고 볼 수 있다. 통합사목의 관점에서, 환경사목은 수평적으로 사목 영역 전반, 수직적으로는 교구·지구·본당 수준에 걸쳐 환경사목의 관점이 관철돼야 한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가톨릭기후행동은 이번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영적·일상적·정책적 차원의 통합적 활동 방향을 수립할 계획이다. 특히 전 인류가 당면한 기후 위기 과제에 대응하기 위해서 교구, 본당, 수도공동체와 유기적 관계를 통해서 활동을 전개해 나갈 예정이다.

박영호 기자 young@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