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코로나19 사태 1년 … 남겨진 과제는?

우세민 기자
입력일 2021-01-26 수정일 2021-01-26 발행일 2021-01-31 제 3230호 7면
스크랩아이콘
인쇄아이콘
처음 겪은 공동체 미사 중단… 새 사목기준 마련 필요하다
2월에 1차 대유행 시작되면서 교회도 신자들과의 미사 중단
재개된 뒤에도 거리두기 지켜
전례와 성사생활 위축되며 사목적 대안 도출 머리 맞대
어려운 이들 고통 심해지자 자발적 나눔 실천 이어져

국내에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지 1년이 지났다. 지난해 1월 20일 중국 우한에서 입국한 여성에게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검출된 것이 국내 첫 확진자 발생 공식 기록이다.

1년 전만 해도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인류 공동체의 삶을 이만큼 송두리째 흔들어 놓을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한국가톨릭교회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2월 대구대교구를 시작으로 전국 16개 모든 교구가 ‘공동체 미사 중단’이라는 사상 유례없는 결단을 내려야 했다. 미사가 재개된 뒤에도 ‘비대면’은 신앙생활의 중요한 규정이 됐다.

앞으로 한국교회는 ‘위기의 일상화’를 감당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 한국교회 코로나19 사태 1년을 돌아보고, 앞으로의 과제를 고민해본다.

공동체 미사가 재개된 후 지난해 4월 25일 원주 단구동본당 신자들이 미사 참례에 앞서 방역수칙 절차를 따라 손을 소독하고 있다.

■ 지난 1년 한국교회

지난해 1월 20일 국내 첫 확진자가 발생했지만 한 달여 동안 확진자 수는 30여 명 수준으로 미미했다. 그러나 2월 18일 첫 번째 위기가 찾아왔다.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신천지) 대구교회 관련 확진자가 나오면서 하루 신규 확진자 수는 수십 명에서 수백 명 단위로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2월 23일에는 급기야 전염병 위기 경보가 최고 수준인 ‘심각’ 단계로 격상됐다. 이때가 대구·경북 중심의 1차 대유행이다.

가장 먼저 대구대교구가 2월 19일 선제 조치에 나섰다. 대구대교구는 교구 내 본당, 기관·단체, 성지 등에서 신자들과 함께하는 미사를 전면 중단했다. 짧은 시간에 이 조치는 전국 모든 교구로 확산됐다. 신자들은 공동체 미사가 중단된 동안 주일미사 대신 대송(代誦)을 바쳐야 했다. 또 TV나 유튜브 등으로 전해지는 방송 미사 중계에 함께했다. 주님 부활 대축일에도 대부분 신자들은 성당에 갈 수 없었다.

국민의 노력으로 몇 달 뒤 코로나19 확진세는 잠시 소강상태를 보였다. 4월 23일 서울대교구와 대전교구 등을 시작으로 전국 교구들이 신자들과 함께하는 미사 봉헌을 재개했다. 아직은 경각심을 늦출 수 없었기 때문에 신자들은 성당에 입장하면서 체온을 확인하고 인적사항을 기록했다. 좌석은 거리를 뒀고, 모임 제한 등 수칙을 지켜야 했다. 8월 중순쯤 8·15 광복절 도심 집회를 중심으로 한 2차 대유행이 시작됐지만, 신자들은 철저하게 방역수칙을 지키면서 교회 내 피해를 최소화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은 확진세를 잡을 수는 있었지만 경제에는 심각한 타격을 끼쳤다. 정부는 실물경제 활성화 등을 목적으로 거리두기 단계를 ‘생활 방역’ 수준으로 낮추기 시작했다. 규제 완화로 경제는 활기를 되찾았지만, 이는 국민적 경계심을 느슨하게 만드는 계기가 됐다. 바이러스 활동에 유리한 겨울철이 다가오면서 국민의 방역 경각심이 낮아졌고, 코로나19는 다시 고개를 들었다.

11월 중순부터 3차 대유행이 본격화됐다. 앞선 1·2차 대유행은 특정 집단이나 시설을 중심으로 확산세가 뻗어 나갔지만, 3차 대유행은 가족·지인 모임, 직장, 학교 등 일상공간을 고리로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됐다. 정부는 12월 8일부터 수도권 중심의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를 격상하면서, 교회도 정부 시책에 발맞춰 미사 참례 인원수를 제한했다. 12월 16일부터는 부산교구를 시작으로 모든 교구에서 신자들과 함께하는 미사가 중단됐다. 이번에 신자들은 주님 성탄 대축일에 성당에서 함께 미사를 드릴 수 없었다.

지난 1월 18일부터는 다시 인원수 제한 방식으로 공동체 미사가 재개됐지만, 신자들이 마음 편하게 미사를 드리기 위해서는 아직 시간이 필요하다.

■ 피할 수 없는 변화

코로나19로 변화된 시대에는 ‘뉴 노멀’(New Normal) 즉 새로운 사회·문화·경제적 표준이 보편화되기 시작했다. 감염병 확산을 막기 위해 시행된 사회적 거리두기와 같은 강력한 방역 조치는 전반적인 변화로 이어졌다. 대면접촉 서비스 불황과 언택트(Untact, 비접촉) 문화 확산과 같은 새로운 사회·문화적 변화 양상은 가톨릭교회 구성원들의 신앙생활에도 그대로 적용됐다. 특히 신앙생활의 중심이라 할 수 있는 전례와 성사생활이 극도로 위축됐다.

변화된 시대에서도 기존 사목형태가 제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한국교회 내 여러 기관과 사목연구소 등은 새로운 시대에 맞는 새 사목방안을 도출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이어오고 있다.

가톨릭신문사도 동아시아복음화연구원과 머리를 맞댔다. 양 기관은 지난해 5월부터 9월까지 ‘코로나 사태에 대한 진단과 이후 사목 방향 모색’이라는 제목의 공동기획을 진행했고, 지난해 9월 5일 그 결과물이라 할 수 있는 학술 심포지엄을 열면서 한국교회 쇄신 과제를 제시했다.

심포지엄에서는 특히 비대면의 일상화로 인해 신앙생활이 성당 중심에서 일상 중심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부분이 지적됐다. 이에 대해 가톨릭문화와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는 교회가 ‘복음화’라는 정체성을 지키면서 변화와 쇄신이라는 긴 인내의 과정을 거치기 위해서는 교회 구성원들의 투명하고 개방적인 소통 안에서 공동합의성(Synodalitas, 하느님 백성이 함께 걸어가는 여정)을 실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의정부교구 남양주 별내본당 박정근씨 가족들이 지난해 4월 11일 파스카 성야 미사를 방송으로 참례하고 있다. 가톨릭신문 자료사진

지난해 4월 26일, 서울 주교좌명동대성당을 찾은 신자들이 일정한 간격을 두고 부착된 번호표 앞에 앉아 마스크를 쓴 채 미사를 봉헌하고 있다. 가톨릭신문 자료사진

지난해 12월 24일 서울대교구 주교좌명동대성당 입구. 주님 성탄 대축일 미사를 비대면으로 드리면서 신자 입장을 제한했다. 가톨릭신문 자료사진

■ 희망의 ‘K나눔’

팬데믹으로 인해 더 가난한 이들이 더 큰 고통을 겪게 된 점은 간과해선 안 될 부분이다.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함에 따라 사회 취약계층의 복지 안전망이 흔들렸다. 특히 무료급식소들이 대부분 문을 닫으면서 노숙자들이나 빈곤층 노인들은 생계에 위협을 받았다. 직장을 잃거나 경제적 타격을 입은 이들도 늘어났다. 이주노동자와 난민 등은 마스크를 구하는 데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코로나 사태에 대한 진단과 이후 사목 방향 모색’ 학술 심포지엄에서는 가난하고 고통받는 이들을 위해 교회가 자발적이면서도 체계적인 나눔을 실천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서울대교구 박동호 신부는 사회적 약자를 최우선적으로 돕는 것이 교회다움을 가장 잘 드러낸다고 했다. 박 신부는 코로나19 발발 초기 ‘착한 임대 운동’을 펼친 전주시 건물주들을 보조성과 참여 원리의 주요 사례로 제시했다.

사실상 교회 구성원들이 지난해에 보여온 나눔 실천은 좋은 사례라고 할 수 있다. 1차 대유행 시작부터 사제단과 수도자, 평신도들은 자발적으로 취약계층을 돕기 위한 모금 운동을 진행해왔다. 마스크 나눔도 활발하게 전개했다. 가톨릭교회가 운영하는 무료급식소들은 급식 형태가 어렵게 되자 대신 도시락 제공으로 배식 형태를 바꿨고, 무료급식소를 운영하지 않는 교회기관이나 교회 구성원들도 도시락을 제작해 가난한 지역주민들을 찾아 나서고 있다. 대한민국 정부가 보여준 ‘K방역’ 못지않게, 한국교회의 ‘K나눔’은 전 세계교회 변화와 쇄신의 희망을 보여주는 기준이라 할 수 있다.

우세민 기자 semin@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