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

「지친 하루의 깨달음」

민경화 기자
입력일 2020-11-03 수정일 2020-11-03 발행일 2020-11-08 제 3218호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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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로엔 ‘박카○’ 말고 영성의 길 찾자
안셀름 그륀 지음/신동환 옮김/196쪽/1만3000원/가톨릭출판사
피로에 대한 색다른 관점으로 하느님과 일치 이루는 법 소개
피로에 대처하는 방법도 제시
우리는 여러가지 이유로 피곤함에 빠진다. 그리고 육체적, 정신적으로 나를 힘들게 하는 피로감을 고통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피정과 영성 지도로 많은 이들의 영혼을 돌봐온 안셀름 그륀 신부는 피로에 대한 다른 관점을 제시한다. 피로가 우리를 진실한 삶으로 인도하는 열쇠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우리는 영혼이 피곤할 때 새로운 메시지에 더 귀를 기울이고 그것을 더 적극적으로 받아들인다”며 “따라서 영적인 전통에서는 피로가 고통이 아닌 인생을 바꿀 수 있는 기회로 본다”고 설명한다.

피로에 대한 다양한 관점들을 살펴본 그륀 신부는 「지친 하루의 깨달음」을 통해 피로의 원인과 대처 방법은 물론이고 직접 경험한 피곤함과 다른 사람들이 들려준 경험담도 자세히 다룬다.

그륀 신부는 피로에는 여러 가지 종류가 있다고 설명한다. 자고나면 몸과 마음이 가벼워지는 좋은 피로를 비롯해 무기력하고 의욕이 없어지는 피로도 있다. 특히 삶을 관상할 수 있도록 마음의 눈을 열어주는 피로에 집중해야 한다고 그륀 신부는 조언한다. 피로의 이러한 긍정적인 측면은 초대교회 수도승들의 역사 안에서 찾을 수 있다. 되도록 잠을 적게 자려고 애썼던 초대교회 수도승들은 몽롱한 상태에서 기도를 했다. 집중력이 떨어진 상태에서 집중적으로 하느님을 생각하며 기도할 수 있고 하느님 안에 침잠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륀 신부는 “피로감을 영성의 길로 활용했던 수도 생활의 옛 전통을 통해 피로감을 긍정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있다”고 밝힌다.

책에는 피로에 대처하는 방법도 소개한다. 먼저 자신이 피로해진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피로를 직시함으로써 피로가 우리에게 무슨 말을 하려고 하는지 피로의 눈을 보는 것이다. 그리고 잠을 자서 몸을 회복하거나 집중력을 요하지 않는 일상적인 일거리를 하는 등 피로에 적절하게 대처하는 것이다.

그륀 신부는 성경에 등장한 피로한 사람들도 소개, 그들이 어떻게 피로를 이겨냈는지 찾아낸다. 책에는 제자들에게 실망하신 예수님, 허무감을 극복한 베드로, 모든 의욕을 상실한 엘리야, 많은 일을 염려한 마르타 등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그륀 신부가 말하는 피로의 본래 목적은 ‘관상’이다. 피로가 찾아오면 우리는 어쩔 수 없이 겸손해지고 자신의 한계를 인식하기 때문이다. 이 과정을 통해 우리는 그동안 깨닫지 못했던 삶의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륀 신부는 “피로를 통해 영혼의 심연에 다다른다”며 “이 세상의 온갖 시름들이 들어올 수 없는 이곳에서 우리는 자기 자신과 또한 세상과 하느님과 일치를 이룬다”고 전한다. 또한 “피로한 가운데 바치는 기도는 내면의 회복과 쇄신을 위한, 새 삶을 위한 샘물이다”라고 밝히며 ‘피로를 느낄 때 바치는 여러 가지 기도문’도 책에서 소개한다.

민경화 기자 mk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