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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복음화연구원 학술 심포지엄] ‘코로나 사태에 대한 진단과 이후 사목 방향 모색’ - 코로나19와 교회

최용택 기자
입력일 2020-09-08 수정일 2020-09-08 발행일 2020-09-13 제 3211호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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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가 교회에 남긴 숙제 ‘변화와 쇄신’
코로나19 시대 징표 파악하고 전례·성사·복음선포·기도 등 핵심 요소 다시금 살펴봐야
‘성당 중심에서 일상 중심으로’ 영성적 차원 강조되는 신앙 새로운 사목적 해석 필요
‘약한 고리’ 청소년 사목 진단 청소년과 적극 동반할 수 있는 다양한 구상과 실천 촉구

‘코로나 사태에 대한 진단과 이후의 사목 방향 모색’을 주제로 9월 5일 열린 제11회 동아시아복음화연구원 심포지엄에서 발표자들이 종합토론을 하고 있다.

동아시아복음화연구원(원장 김동원 신부)는 가톨릭신문사(사장 김문상 신부)와 가톨릭평화방송·평화신문(사장 조정래 신부)과 공동으로 9월 5일 제11회 학술 심포지엄을 열었다. ‘코로나 사태에 대한 진단과 이후의 사목 방향 모색’을 주제로 열린 이번 심포지엄은 지난 5월부터 본지와 동아시아복음화연구원이 함께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회와 교회 활동을 되돌아보고 향후 사목방향을 제시한 공동기획 대장정을 마무리하는 자리였다.

이번 심포지엄에서는 디지털과 교회를 주제로 한 기조강연과 교회 공동체, 전례와 성사, 청소년 사목, 교회와 사회, 생태환경, 포스트 코로나의 국제관계와 종교 등 다양한 주제들을 다뤘다. 이 중 코로나19가 교회 공동체 및 전례와 성사에 미친 영향과 전망, 코로나19로 위협 받고 있는 청소년 사목의 상황을 알아본다.

◆ 코로나19와 교회

■ 질병의 시대, 교회의 역할은?

광주대교구 사목국장 김정용 신부는 ‘코로나 사태와 교회: 인간 구원의 성사인 공동체’를 주제로 한 발표에서 코로나 상황에서 교회가 직면한 공동체성에 초점을 맞췄다. 김 신부는 “초기 그리스도교가 질병의 시대에 직면해 신뢰할만한 종교로 그 시대에 육화할 수 있었던 것은 그리스도인이 복음의 정신을 그 시대의 상황 속에서 구체적으로 살고 당대의 사람들이 겪는 고통과 함께했기 때문”이라면서 “코로나19 대유행의 시대는 교회의 쇄신과 이에 따르는 교회의 역할을 촉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김 신부는 코로나19 대유행이 교회 공동체에 가져온 시대의 징표로 ▲관계방식의 변화 ▲차별의 문화와 경제적 불평등의 극복 ▲생태적 회개 ▲종교의 변화를 제시했다. 김 신부는 이러한 문제영역 안에서 쇄신과 변화를 통해 “그리스도교 공동체는 무엇보다도 인간 구원의 성사로서 실현돼야 한다”면서 “앞서 제시한 4가지 영역에서 발생하는 부정성 극복을 위한 시대의 징표이자 빛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김 신부는 교회가 세상 속에서 인간 구원의 성사로서 실현되기 위해서는 특히 본당 공동체의 존재 의미와 이를 구성하는 전례와 성사, 하느님 말씀과 복음 선포, 기도, 친교와 봉사 등 핵심적인 요소들을 코로나 사태에 직면해 새롭게 살펴볼 것을 촉구했다. 특히 김 신부는 본당 공동체 안에서 각각 성직자에서 하느님 백성으로, 성당에서 일상으로, 교회에서 예수 그리스도로 중심 이동을 통한 쇄신과 변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역설했다.

김 신부는 “교회는 본질의 예수 그리스도의 모습을 기억하며, 가난한 이들, 즉 고통받는 이들을 위해 더욱 헌신하고, 관계 중심의 문화로 바꾸는데 진력해, 코로나 이후 시대가 가져올 교회의 역할과 위상을 대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 전례와 성사의 의미 확대

코로나19 대유행은 오늘의 종교와 신앙의 역할과 모습에도 근본적인 질문과 도전을 야기하고 있다. 안동교구 가톨릭문화와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는 ‘코로나 시대의 신앙–종교사회적, 교회론적 전망에서’를 주제로 한 발표에서 코로라19 대유행이 현재 한국사회와 교회가 가지고 있는 민낯을 드러내주며, 이러한 현상은 새로운 변화의 형상을 제시해 준다는 문제의식을 던졌다. 코로나 사태를 통한 미사 중단의 경험과 기억은 전례의 변화와 쇄신을 요청하는 매개의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정 신부는 “공동체와 함께 하는 미사의 중단은 전례와 성사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했다”면서 “전례와 성사에 신자들의 물리적인 참여가 불가능할 때 교회는 과연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 전례의 의미와 중요성을 신자들에게 어떻게 설명할 것인지는 코로나 사태가 교회에 준 숙제”라고 지적했다.

특히 온라인 미사를 둘러싼 신학적인 논쟁에 대해 “아직은 온라인 미사의 유효성과 정당성이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지만, “온라인 미사의 가능성을 타진하는 신학자들은 미사를 거행하는 방식도 변할 수 있다고 주장하며, 사실 미사를 거행하는 방식은 시대와 문화, 언어와 환경에 따라 변해왔다”고 가능성을 내비쳤다.

또 정 신부는 코로나 사태는 성당 중심의 신앙생활에서 일상 중심의 신앙생활로 옮겨가게 하는 요인으로 작동된다면서 “코로나 사태는 신자들이 자신의 삶의 자리에서 자율적이고 능동적인 신앙생활을 해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신앙생활의 무게가 전례와 성사 중심의 교회생활에서 영성적 차원이 강조되는 방향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것이다. 또 교회 안에서 소통과 공동합의성의 중요성이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했다.

정 신부는 “코로나는 교회 공동체와 본당의 변화를 이끌어 낼 것”이라면서 “코로나 시대에는 작은 모임과 신자 중심의 다양한 콘텐츠가 펼쳐지는 공동체로 변화하고 대형본당 중심의 공동체보다 신자들 삶의 처지와 욕구가 반영된 공동체가 확산되며 이것이 신앙생활의 풍요를 가져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 신부는 “교회의 변화와 쇄신은 긴 인내의 과정이 필요하다”면서도 “새로운 사목적 상상과 해석을 시작으로 우리의 생각과 태도를 먼저 변화시켜 나가면, 성령께서 최종적인 변화와 쇄신을 이끌어주실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심포지엄은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온라인으로 진행됐다.

■ 위기에 빠진 청소년 사목

다음세대살림연구소 정준교(스테파노) 소장은 발표 ‘한 노인의 꿈: 코로나19 팬데믹 시대의 청소년 사목’에서 코로나19 대유행과 관련한 한국교회의 청소년 사목의 현실과 전망에 대해 분석했다. 정 소장은 “코로나19는 우리 사회의 약한 고리를 폭로해오고 있다”면서 “한국교회의 약한 고리는 청소년 사목 분야”라고 지적했다.

특히 정 소장은 코로나19 대유행은 청소년 사목을 지탱하고 있는 주일학교와 청소년 전례마저 중단시켰다고 지적했다. 이는 성인에 비해 신앙 감각이 약한 청소년들이 다시 종교생활에 들어오기 어려운 환경을 초래하고 있다.

이에 정 소장은 미래교회를 위한 청소년 사목의 새로운 구상과 실천을 촉구하며 청소년 사목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방안을 제시했다. 여기에는 ▲청소년 사목의 정확한 실태 파악 ▲가정을 포함한 기존의 청소년 사목에 대한 전제 조건의 타당성 재고 ▲청소년들이 하느님과 인격적으로 만날 수 있도록 도울 것 ▲적극적인 청소년 동반 ▲청소년들의 공동체 체험을 도울 것 ▲청소년 사목 콘텐츠 확충 ▲사회교리와 생태교리 도입 ▲교리교사 양성 진력 ▲청소년 사목 대상 확장 ▲청소년을 위한 가정사목에 관심을 가질 것 ▲보편교회와의 연대 강화 등이 포함됐다.

정 소장은 “지금은 코로나19로 대면 청소년 사목이 불가한 시점으로 따라서 비대면 청소년 사목을 위해 고민하고 시도하는 시간이 돼야 한다”면서 “예수님의 마음으로 어려움에 빠진 청소년을 찾아 동반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최용택 기자 johnchoi@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