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코로나 사태에 대한 교회의 진단과 이후의 사목방향 모색] (14·끝) 기획을 마무리하며

최용택 기자
입력일 2020-09-01 수정일 2020-09-01 발행일 2020-09-06 제 3210호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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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과는 달라진 세상, 교회가 나아갈 새로운 길 모색
동아시아복음화硏 공동기획 코로나19 사태에 대한 전례와 성사생활·공동체 등 8가지 교회 사목 분야에서 현상 진단하며 대안 제시
전례·성사 중심으로 이뤄진 신앙생활 근본 재성찰 계기
‘일상 중심’ 신앙 실천 강조
각종 온라인 사목 활성화
다양한 사목적 시도 늘어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는 우리 사회뿐만 아니라 교회의 모든 것을 바꿔놓았다. 코로나19가 몰고 온 변화에 대처하기 위해 가톨릭신문사(사장 김문상 신부)는 동아시아복음화연구원(원장 김동원 신부)과 공동으로 ‘코로나 사태에 대한 교회의 진단과 이후의 사목방향 모색’을 주제로 ▲전례와 성사생활 ▲교회와 사회 ▲생태환경 ▲공동체 ▲선교 ▲코로나19 사태와 아시아교회의 협력 ▲청소년 사목 ▲디지털 환경과 교회 활동 등 8가지 교회 사목의 다양한 분야에 걸쳐 현상을 진단하고 이에 대한 대안을 제시했다. 이번 호에서는 그동안 진행돼 온 코로나19 기획을 갈무리한다.

한편 가톨릭신문사와 동아시아복음화연구원은 그동안 진행된 주제별 전문가의 연구 결과와 본지 기획 내용을 9월 5일 동아시아복음화연구원에서 열리는 심포지엄에서 발표할 예정이다.

■ 코로나19가 몰고 온 변화

코로나19의 대유행으로 우리는 ‘뉴 노멀’(new normal, 시대 변화에 따른 새로운 가치관)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한국교회도 마찬가지다. 코로나19가 교회의 삶에 가장 크게 미친 영향은 신자들과 함께 하는 공동체 미사 중단이었다. 한국교회는 코로나19로 81일이라는 긴 기간 동안 공동체 미사 없이 지내야만 했다. 한국교회의 역사가 시작된 지 236년 만에 처음 맞은 초유의 경험이었다. 미사뿐만이 아니었다. 미사 중단과 함께 각 교구와 본당은 각종 행사와 모임도 멈췄다.

공동체 미사 중단은 대구·경북지역에서 시작됐다. 2월 17일부터 시작된 대구 신천지 사태로 대구·경북지역에 코로나19 감염이 폭발적으로 증가했고, 대구대교구는 2월 19일 긴급 지침을 발표하고 즉시 미사 중단에 들어갔다. 이후 광주대교구와 수원교구(2월 24일), 서울대교구와 원주교구, 제주교구(2월 26일) 등 모든 교구에서 미사가 중단됐다. 이후 4월 들어 코로나19 감염이 한풀 꺾이자 교구별로 서서히 미사를 재개했고, 군종교구(5월 9일)를 마지막으로 81일 만에 모든 교구에서 공동체 미사 참례가 가능해졌다.

미사 중단은 전례와 성사생활 중심의 신앙생활에 대한 근본적인 재성찰을 요구했다. 코로나19 이후 신자들의 주일미사에 대한 의무감은 심각할 정도로 낮아졌다. 우리신학연구소(소장 이미영)가 최근 실시한 설문조사에 의하면, 코로나19 이후 ‘주일미사 의무 참석 생각의 감소’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우리신학연구소는 지난 6월 1일 ‘팬데믹 시대의 신앙 실천’ 긴급 설문조사 결과보고 워크숍을 열고, 코로나19 이후 ‘주일미사 의무 참석 생각의 감소’ 현상이 두드러졌다고 지적했다. 특히 실제 신자 수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주일미사만 참여’하는 신자층은 2명에 1명(50.6%)꼴, ‘주일미사에 자주 빠지는’ 신자들은 무려 4명에 3명(73.4%)꼴로 주일미사를 의무로 여기는 의식이 약화됐다. 결국 코로나19는 미사, 전례와 성사 중심의 본당 활동을 크게 위축시켰다.

특히 ‘코로나 겪은 한국천주교회가 더 관심 가져야 할 주제’에 대해 가장 많은 응답자들(평신도 39.3%, 사제·수도자 52.3%)이 ‘성당 중심의 신앙생활에서 일상 중심의 신앙 실천으로 의식과 구조의 변화’라고 답해, 전례와 성사생활 중심의 신앙생활에 큰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본지는 동아시아복음화연구원과 공동으로 ‘코로나 사태에 대한 교회의 진단과 이후의 사목방향 모색’을 주제로 다양한 분야에 걸쳐 현상을 진단하고 대안을 제시했다. 가톨릭신문·CNS 자료사진

■ 다양한 창의적 사목 실험 계속

신앙생활의 중심인 전례와 성사생활이 물리적으로 제한되면서 신자들은 신앙생활의 위기를 느낄 수밖에 없었다. 이에 주교회의와 각 교구는 주일 미사 참례 의무를 대체하고 충실한 신앙생활을 이어갈 수 있는 방법들을 안내했다. 미사는 중지됐지만 신자들의 신앙생활을 안내하기 위해서 주보는 계속 발행됐으며, 사목자들은 유튜브와 SNS를 통해서 강론과 다양한 신앙적인 메시지들을 수시로 신자들에게 전달했다. 이 미사 중단 시기, 교회는 방송 미사와 유튜브 등 다양한 디지털 도구를 이용해 다양한 방법으로 신자들에게 위로와 교회의 가르침을 전했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방송미사였다. 미사 중단 시기 방송미사는 신자들에게 큰 위안을 줬다. 미사 중지가 공지되면서부터는 각 교구장 주교들의 미사 중계가 잇따랐고, 본당 사목자들의 미사 중계와 SNS 활동도 부쩍 늘었다. 이는 인터넷 유튜브 채널의 미사 조회 건수 증가로 이어졌고, 가톨릭평화방송 TV의 평일 방송미사는 평소의 3~5배, 주일 방송미사는 10배나 급증했다.

물론 TV 방송 미사 참례의 유효성을 확대 해석해 미사 참례 의무에 소홀하려는 유혹에는 주의를 기울이도록 했지만 전체적으로 코로나19 확산이 가져온, 미사 참례가 제한되는 위기 상황에 TV 방송 미사 참여는 신앙생활의 가장 유력한 대안으로 여겨졌다. TV 방송 미사 시청이 대중화되면서, 물리적으로 공동체 미사에 참례할 수 없다고 해도 영적으로 전례와 성사의 은총을 입을 수 있다는 ‘신령성체’(神領聖體)의 개념이 새롭게 강조되기도 했다.

또 유튜브와 SNS를 통한 다양한 사목 활동도 고안됐다. 열성적인 본당 사목자와 수도회, 특수사목 담당 사제 등 많은 사목자들이 미사 동영상을 제작해 유튜브 채널을 통해 제공했다. 당연하게만 여겼던 신앙생활이 어려움을 겪으면서 신자들은 오히려 영적 갈증을 느끼게 됐고, 사목자들은 자연스럽게 온라인을 통해 이러한 영적인 목마름을 채울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한 것이다.

특히 주일학교 교육에서 온라인 사목이 두드러졌다. 일선 본당은 어린이 미사나 청소년 미사가 여의치 않아 어린이와 청소년 신앙교육에 어려움을 느끼고 있었다. 이에 대면활동이 주축이었던 주일학교 교육의 대안으로 유튜브와 ‘카카오톡’ 등 메신저와 SNS를 통한 교리교육 방법을 고안해냈다. 기존에는 청소년 사목을 위한 보조 수단에 그쳤던 온라인 사목이 코로나19 이후로는 청소년을 찾아나서는 데 일선에 서게 된 것이다.

■ 코로나19 이후 교회는?

많은 교회 내 신학자와 전문가들은 코로나19가 물러간 후에도 세상은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으며, 심지어 다가올 세상은 “이전과 같지 않아야 한다”고까지 말하고 있다. 코로나19가 드러낸 세상과 교회는 이제 완전히 달라져야 한다는 것이다.

프란치스코 교황도 코로나19 이후로도 다양한 창의적인 새로운 방법으로 신자들과 만날 것을 강조하고 있다. 교황은 지난 4월 영국의 한 언론인과의 인터뷰에서 “이런 새로운 상황에서 살아가고 있는 여러분이 새로운 길, 새로운 사랑의 표현을 찾도록 주님께서 도와주시기를 빈다”면서 “결국에는 이것이 우리 자신을 재발견하는 아름답고 창의적인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교회는 오랜 역사를 거치며 많은 위기를 극복했고, 코로나19라는 위기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선 코로나19가 불러온 현상을 제대로 진단하고, 쇄신과 변화를 통해 창의적인 대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본지는 앞으로 또 다른 코로나19 기획을 통해 한국교회가 어려움을 극복하고 하느님의 자비를 전하는 공동체로서의 역할을 하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최용택 기자 johnchoi@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