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교회

코로나19 유럽 확산에 각국 교회 적극 대처

최용택 기자
입력일 2020-03-17 수정일 2020-03-17 발행일 2020-03-22 제 3187호 10면
스크랩아이콘
인쇄아이콘
상황 심각한 이탈리아, 4월 3일까지 모든 전례 중단
스페인·프랑스·독일 등 교회도 관련 지침 발표
교황, 로마 근교 성모성당서 사태 해결 위한 기도

프란치스코 교황이 3월 15일 로마 성모대성당을 방문해 ‘로마 백성의 구원자’ 성모 이콘 앞에서 코로나19 종식을 위해 기도하고 있다. CNS

코로나19가 이탈리아를 중심으로 프랑스와 스페인, 독일 등 전 유럽으로 퍼져 나가자, 유럽의 각국 교회도 바이러스 확산 방지를 위해 신자들과 함께 드리는 미사를 중단하는 등 특단의 조치를 하고 있다. 특히 교황청은 많은 신자들이 모이는 교황의 삼종기도와 일반알현을 인터넷 중계로 바꾸었고, 교황이 주례하는 성주간 전례와 주님 부활 대축일 미사도 신자들 없이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이탈리아는 유럽의 코로나19 확산의 중심에 있다. 3월 15일 기준 이탈리아의 누적 확진자 수는 2만4747명이고, 사망자는 무려 1809명에 이른다. 이에 이탈리아 정부는 국내 코로나19 확산세를 막기 위해 엄격한 방역대책을 내놓고 있다. 정부는 국내와 국외 이동을 제한하고 모든 모임을 금지하며 국민들에게 출근, 식료품 구매, 약국 또는 병원 방문 외에는 외출을 자제할 것을 요청했다. 또 공공장소에서는 다른 사람과 1m 이상 간격을 유지하도록 권고했다.

이에 따라 이탈리아 전역의 가톨릭교회에서 미사도 일시 중단됐다. 이탈리아주교회의는 3월 8일 로마를 비롯한 전국 교구에서 4월 3일까지 신자가 참석하는 모든 전례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주교회의는 “미사와 장례미사를 포함한 모든 행사와 전례를 중단한다”면서 “정부 지침을 받아들이는 것은 국민의 역할을 하고자 하는 의지로, 국민의 건강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교황청도 이탈리아 정부의 지침에 따라 3월 10일부터 관광객의 성 베드로 광장과 성 베드로 대성당 출입을 막았다. 이 같은 조치는 4월 3일까지 이어진다. 교황의 삼종기도와 일반알현도 4월 12일까지 인터넷 중계로 진행된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3월 11일 코로나19 비상 사태 해결을 위한 로마 교구의 기도와 단식의 날을 맞아 로마 근교 ‘거룩한 사랑의 성모 성당’에서 코로나19 사태 해결을 위하여 성모님께 보호를 청하는 기도문 형태의 메시지를 발표했다. 교황은 15일 도보로 성모대성당을 찾아 ‘로마 백성의 구원자’ 성모 이콘 앞에서 코로나19 사태 종식을 위해 기도하기도 했다. 교황은 또 코로나19로 고통받는 취약계층을 위해 써 달라고 이탈리아 카리타스에 10만 유로를 기부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주례하는 성주간 전례와 주님 부활 대축일 미사도 일반 신자 없이 봉헌될 전망이다. 교황궁내원은 3월 14일 인터넷 공지를 통해 “현재의 전 지구적인 공공 보건 응급상황 때문에, 성주간의 모든 전례는 신자들 없이 진행된다”고 밝혔다.

교황청립 로마 한인 신학원 원장 정의철 신부는 “코로나19로 모든 학교에 휴교령이 내려졌다”면서 “신학원에 있는 모든 신부들은 외출을 삼간 채 각자의 기숙사에서 지내고 있다”고 밝혔다. 정 신부는 “현재 이탈리아에서는 확진자와 사망자가 엄청나게 많이 나오고 있는 심각한 상황”이라면서 “거리에도 사람들이 거의 없다”고 밝혔다.

이백만(요셉) 주교황청 대사는 “로마 시민들은 외출을 자제하고 개인 간의 거리 1미터 이상을 확보하는 등 감염 예방을 위해 정부의 지침을 따르고 있다”면서 “하루 빨리 코로나19 사태가 안정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 대사는 “교황청 내부에서는 모든 행사를 취소하거나 연기하고 있다”면서 “교황청 직원들도 필요한 업무 외에는 사람들을 만나는 것을 자제하고 집에서 기도와 묵상으로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탈리아에 이어 상황이 심각한 스페인에서도 3월 15일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사람의 이동을 제한하는 사실상 봉쇄령이 내려졌다. 이에 따라 스페인에서는 병원 등 긴급 상황이나 식료품 구입, 통근 등 특수 상황을 제외하고는 외출이 금지된다. 스페인교회는 3월 14일부터 미사를 중단했다.

프랑스교회와 독일교회는 미사를 중단하지는 않고 평화의 인사 때 신자들의 접촉 금지를 골자로 한 지침을 발표했다.

한편 폴란드교회는 코로나19로 미사를 중단하지 않고, 오히려 더 많은 주일미사를 봉헌할 예정이다. 더 많은 미사 대수를 늘려 신자들이 미사 중 더 많은 공간을 갖도록 배려하기 위함이다. 폴란드주교회의 의장 스타니슬로프 가데키 대주교는 “병원이 환자들을 치료하는 것처럼 교회는 영혼의 질병을 치유한다”면서 “이러한 이유로 우리는 교회에서 기도하는 것을 멈출 수 없다”고 밝혔다.

최용택 기자 johnchoi@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