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공군 지성대본당 청년성서모임

박지순 기자
입력일 2020-01-28 수정일 2020-02-03 발행일 2020-02-02 제 3180호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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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일 반납한 채 성경공부에 흠뻑 빠진 병사들
지난해 11월부터 매 주일 진행
봉사자와 함께 성경 읽고 나눠
말씀 맛들이며 신앙성숙 도모

군종교구 공군 지성대본당 가톨릭 청년성서모임 병사들과 원영순 봉사자(오른쪽 여성)가 1월 5일 오후 나눔을 하고 있다. 공군 지성대본당 제공

군종교구 충남 천안 공군 제2방공유도탄여단 지성대본당(주임 박기훈 신부)에서는 주일 오후 1시부터 3시까지 진지한 열기가 느껴지는 자리가 마련된다.

군복을 입은 청년 병사들이 가톨릭 청년성서모임을 갖는 시간이다. 모임에 참석하는 병사는 5명이다. 군본당으로서는 적은 인원이 아닐뿐더러 성경을 제대로 배우고 맛들이겠다는 병사들의 열의는 그야말로 대단하다. 병사들을 지도하는 봉사자 원영순(스콜라스티카)씨가 병사 한 명 한 명을 세상에서 가장 귀한 영혼으로 여기며 성의와 성심을 다하는 모습 또한 남다르다.

지성대본당 병사들과 봉사자가 혼연일체가 돼 가톨릭 청년성서모임을 꾸려가는 과정을 보면 군복음화를 위해서는 많은 이들의 합심이 있어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2017년 7월 1일 군종장교로 임관한 박기훈 신부는 청년들이 신앙의 기본인 성경 공부를 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인식하고 군종신부 첫 부임지인 부산 소재 공군 해성대본당에서 청년성서모임을 시작하려 했다. 하지만 봉사자를 구하지 못해 뜻을 이루지 못했다.

박 신부가 지난해 7월 지성대본당에 부임한 후 동기생인 서울대교구 청년성서모임 담당 이상민 신부가 부대 근처 평택에 사는 봉사자를 연결시켜 줬고, 성경을 배우려는 병사들이 모이면서 지성대본당 청년성서모임이 지난해 11월부터 매주 열리고 있는 것이다. 군본당 주임신부의 성경 공부 필요성 인식, 동기 신부를 통한 봉사자 연결, 봉사자와 청년 병사들의 열의라는 3박자가 맞아떨어졌다고 볼 수 있다.

박 신부는 “봉사자 자매님은 매주 병사들을 위해 푸짐한 간식도 사비로 준비해 주시고, 저에게는 참으로 고마운 분”이라며 “한 번은 병사들이 청년성서모임에서 봉사자와 나눔을 하는 모습을 멀리서 보게 됐는데 저와 있을 때와는 너무나도 다른 병사들의 미소와 끊이지 않는 웃음을 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아, 내가 지도하지 않기를 잘했구나’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지성대본당 병사들은 민간본당 청년들에 비해 힘든 여건에서 청년성서모임에 참여하고 있다. 주일에 봉사자와 만나 나눔을 하기 위해 평일 중 일과를 마치고 개인 정비 시간에 성경을 읽고 과제를 작성해야 한다. 작성하는 분량이 적지 않다. 옆에서 지켜보는 비신자 동료 병사들이 “뭘 그렇게 열심히 하냐”고 물으며 궁금해 하기도 한다.

지성대본당 청년성서모임 병사들은 주일 오전 미사를 드리러 성당에 올 때 성경과 청년성서모임 교재가 들어 있는 커다란 가방 하나씩을 메고 있다. 박 신부는 “가방을 멘 청년성서모임 병사들이 그렇게 예쁠 수가 없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지난해 11월 청년성서모임 첫 모임 후 3개월이 지난 현재까지 모임에 빠진 병사가 한 명도 없다. 타 군에 비해 휴가가 많은 공군 병사라는 점을 생각하면 놀라운 일이다. 요즘 청년 사목이 어렵고 위기라고들 하지만 한국교회 청년 사목의 미래를 지성대본당 청년성서모임 병사들에게서 볼 수 있는 듯하다.

◆ 인터뷰 / 공군 지성대본당 주임 박기훈 신부

“힘든 여건에도 성경 읽고 나누니 대견”

박기훈 신부(군종교구 공군 지성대본당 주임)는 성경을 읽어야 하는 이유에 대해 “성경은 하느님 말씀이기 때문”이라고 명쾌하게 말했다. “우리가 하느님이 누구인지 알기 위해서는 당연히 성경 말씀을 맛봐야 한다”고도 설명했다. 박 신부는 계속해 “성경을 읽을 때 하느님을 믿을 수 있고 하느님 말씀대로 살 수 있다”고 강조했다.

지성대본당에서는 지난해 11월부터 병사들이 가톨릭 청년성서모임을 매주 이어가고 있다. 청년성서모임은 박 신부가 2017년 7월 1일 군종장교로 임관하고 군본당 주임으로 사목을 하면서 꼭 하고 싶었던 일이었다. 지성대본당에 부임해 주변의 도움이 결합되면서 비로소 시작할 수 있었다.

박 신부는 “청년성서모임을 처음 시작할 때는 병사들이 잘 따라와 줄까 걱정이 되기도 했고 주말을 끼고 병사들이 휴가를 나가 주일 나눔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생길 것 같기도 했지만 모든 것이 괜한 걱정이었다”고 밝혔다. 병사들은 보통 지인들을 만나기 위해 주말을 끼고 휴가를 쓰는 사례가 많지만 지성대본당 청년성서모임에 나오는 5명의 병사들은 주일 오전 미사 참례 후 청년성서모임에 한 번도 빠짐 없이 참석하고 있다. 또한 앞으로 청년성서모임에 나오는 동안은 주말 중 휴가를 쓰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박 신부는 “지성대본당 청년성서모임이 이렇게 잘 운영되고 있는 것은 헌신적으로 활동하는 봉사자 원영순(스콜라스티카) 자매님 덕분”이라면서 “병사들이 숙제한 것에 대해 이야기하고, 나눔 전에 부를 노래를 연습하는 모습을 보며 성경 읽기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다시금 깨달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아울러 “가장 훌륭한 선교는 신자로서 기쁘게 사는 모습을 비신자 동료들에게 보여주는 것이라 생각한다”며 “병사들이 군대에서 예수님을 만날 수 있도록 사목지에서 열심히 사랑을 베풀고 있는 많은 군종신부님들을 위해 기도 부탁드린다”고 요청했다.

박지순 기자 beatles@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