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2019 세계교회 결산

최용택 기자
입력일 2019-12-17 수정일 2019-12-18 발행일 2019-12-25 제 3175호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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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 원주민의 외침 경청… 교황으로서 ‘이슬람 심장’ 첫 방문
주교시노드에서 아마존 고통 논의 원주민과 그들 문화 보호 방안 모색
파나마, 아라비아반도, 일본 등 사목방문 이동거리만 8만3200㎞
종교 간 평화와 가난한 이들에 집중 복음화 초점 둔 교황청 구조 개혁
여성과 평신도 역할 확대하기도

올해도 세계교회에는 다양한 일이 숨 가쁘게 벌어졌다. 세계청년대회, 아마존 지역에 관한 세계주교대의원회의(주교시노드) 특별총회, 특별 전교의 달(10월) 등 굵직한 행사들이 열렸으며, 프란치스코 교황은 역시 파나마를 시작으로 아랍에미리트, 모로코, 불가리아, 마다가스카르, 태국, 일본 등 교회의 변방 구석구석을 방문하며 선교하는 교회가 되어 줄 것을 당부했다. 다사다난했던 2019년을 아마존 주교시노드와 변방을 향한 교황의 사목방문, 교황청 개혁 등의 키워드로 돌아본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10월 7일 범 아마존을 위한 세계주교대의원회의 특별회의 시작에 맞춰 아마존 원주민들과 행진하고 있다.

■ 아마존 주교시노드

지난 10월에는 ‘아마존 : 교회와 통합 생태론을 위한 새로운 길’을 주제로 범 아마존 지역을 위한 주교시노드 특별회의가 열렸다. 10월 6일부터 27일까지 교황청에서 열린 이번 주교시노드에서는 아마존 지역 원주민의 삶과 교회의 활동을 위한 다양한 방안이 모색됐다. 추기경과 주교, 20여 명의 사제와 남자수도자, 80명의 전문위원 등 모두 185명의 대의원이 참가한 주교시노드는 모두 33 페이지 120항에 이르는 최종 보고서를 제출했다.

아마존 주교시노드 최종 보고서의 중심에는 아마존에도 복음을 전하고 위협받고 있는 원주민과 이들의 문화, 땅을 보호해야 한다는 당위성이 자리 잡고 있었다. 특히 이번 주교시노드 최종 보고서에는 아마존 원주민들의 사목을 위해 기혼사제 서품과 여성부제 논의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포함됐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10월 27일 성 베드로 대성당에서 봉헌된 아마존 주교시노드 폐막미사 강론에서 “교회는 주교시노드를 통해 아마존의 가난한 원주민들에게 하느님의 피조물은 착취해야 할 원료가 아니라 하느님에 대한 믿음 안에서 보호돼야 할 공동의 집이라는 것을 보여줬다”면서 “가난한 이들의 외침을 듣는 은총을 위해 기도해야 한다. 이는 바로 교회의 희망이 외치는 소리”라고 강조했다.

한편 주교시노드가 열렸던 10월은 전 세계 교회가 ‘세례 받고 파견된 이들 : 세상 안에서 선교하는 그리스도 교회’를 주제로 특별 전교의 달을 지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베네딕토 15세 교황의 교서 「가장 위대한 임무」 반포 1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올 10월 한 달을 ‘특별 전교의 달’로 정했다. 교황은 특별 전교의 달을 통해 ‘만민에게’, 특히 복음을 접하지 못하고 있는 주변의 이웃들에게 하느님의 자비와 사랑을 전하는 선교활동에 힘써 줄 것을 당부했다.

■ 변방을 향한 교황의 계속된 발걸음

프란치스코 교황은 올해에도 전 세계교회를 향한 발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지난 1월 22~27일 파나마에서 열린 세계청년대회 참가를 시작으로 교황은 아랍에미리트연합(2월 3~5일), 모로코(3월 30~31일), 불가리아와 북마케도니아(5월 5~7일), 루마니아(5월 31일~6월 2일), 모잠비크와 마다가스카르, 모리셔스(9월 4~10일), 태국과 일본(11월 20~26일)을 사목방문했다. 교황이 해외 사목방문을 위해 이동한 거리는 모두 8만3200㎞에 이른다.

이슬람의 심장 아라비아반도에 교황으로서 처음으로 방문한 프란치스코 교황은 아랍에미리트연합 아부다비에서 평화와 종교 간 화합을 역설했다. 특히 교황은 “종교가 민족과 문화 사이에 다리를 놓은 일에 매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모로코에서는 전 세계에서 극성을 부리는 테러를 막기 위해 종교 간 대화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교황은 불가리아와 북마케도니아를 방문해 ‘교회의 분열’이라는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가톨릭교회와 정교회가 힘을 모을 것을 당부했다. 아프리카의 모잠비크와 마다가스카르, 모리셔스에서는 교회의 변방과 가난한 이들에 대한 관심을 촉구했다.

교황의 올해 해외 사목방문 하이라이트는 태국과 일본 방문이었다. 네 번째 아시아 방문길에 나선 교황은 이번 태국과 일본 순방 내내 평화를 외쳤다. 태국에서는 불교 지도자를 만나 종교인들이 문화 교류를 통해 갈등을 줄이고 다름을 인정하며 평화를 이루는 ‘희망의 씨앗’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본 선교사를 꿈꾸었던 교황은 제2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장본인이자 핵무기 피해지인 일본이 오히려 전 세계를 향해 핵무기를 비롯한 군비확장 경쟁을 한다고 비판했다. 또 대화에 기초한 평화를 촉구했다.

교회의 변방에 대한 교황의 관심과 배려는 추기경 서임에서도 나타났다. 교황은 9월 1일 13명의 추기경을 ‘깜짝’ 발탁했다. 교황은 아프리카 콩고민주공화국과 모로코, 아시아의 인도네시아, 남미 과테말라까지 오랫동안 교회 권력 구조의 주변부에 있던 나라들의 추기경을 배출했다. 교황은 “새 추기경들이 모든 신자들의 선익을 위해 로마의 주교인 나의 사목을 보필할 수 있도록 기도해 달라”고 당부했다. 올해 추기경 임명으로 교황은 대륙별로 추기경 수를 안배하고 자신의 사목활동을 지원해줄 든든한 조력자를 얻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었다.

■ 계속되는 교황청 구조 개혁

2013년 즉위 직후부터 교황청 구조 개혁에 박차를 가한 교황은 올해 교황청 구조를 개편하는 교황령 「복음을 선포하여라」(Praedicate Evangelium) 초안을 마련했다. 새 교황령은 제목 그대로 교황청이 선교에 초점을 맞춰 활동할 것을 강조하고 있다. 초안에 따르면, 교황청 관리는 교황과 전 세계의 주교들을 위한 봉사직이 된다. 또 교황청 신앙교리성의 위상을 낮추고 인류복음화성과 새복음화촉진평의회를 통합해 새로 설립할 ‘복음화부서’의 중요도를 높였다. 우리 시대에 교회가 맞닥뜨리고 있는 중요한 과제는 바로 선교, 즉 복음화라는 것을 강조한 것이다.

또 교황은 교황청 조직 안에서 평신도의 역할을 강조했다. 추기경과 대주교가 맡았던 부서장 자리에 평신도 남성과 여성이 관리자로서 책임감 있게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문을 열어놓은 것이다. 이 같은 변화는 2018년 교황청 ‘홍보를 위한 부서’ 장관에 이탈리아의 언론인 파올로 루피니를 임명한 것과도 연관이 있다. 루피니 장관은 교황청 역사상 처음으로 주교와 추기경 등 고위 성직자가 맡아온 교황청 주요부서 장관에 평신도가 임명되는 기록을 남겼다.

또 교황청 조직 안에서 여성의 참여와 활동을 확대하고 있다. 교황은 지난 7월 교황청 봉헌생활회와 사도생활단성(수도회성)의 새 위원 23명을 임명하면서 여자수도회 장상 6명과 여자 재속회 장상 1명을 포함시켰다. 그간 수도회성 위원에 추기경과 주교, 남자 수도회 장상이 임명돼 왔던 전례를 깬 것이다.

교황청 개혁을 추진하고 있는 추기경위원회는 올해 5월 각국 주교회의, 동방교회 수장, 교황청 부서, 수도회 장상, 일부 교황청 대학에 보냈고, 이후 계속해서 수합된 피드백을 논의하고 있다. 새 교황령은 내년 2월 이후 발표될 전망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9월 6일 모잠비크 수도 마푸토 소재 짐페토병원을 방문해 한 아이에게 입맞춤을 하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왼쪽)이 5월 5일 불가리아정교회 시노드 궁에서 네오피테 총대주교를 만나 환담하고 있다.

11월 21일 프란치스코 교황을 환영하는 내용의 팻말을 들고 서 있는 태국 신자들.

11월 25일 도쿄돔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이 교황의 방문에 환호하는 일본 신자들에게 화답하고 있다.

최용택 기자 johnchoi@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