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사람

한국 총회 참석차 온 프라도 사제회 국제총장 아르만도 파스칼로토 신부

박영호 기자
입력일 2019-12-03 수정일 2019-12-03 발행일 2019-12-08 제 3173호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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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을 선택하기 위해 우리가 포기해야 할 것은…”

프라도 사제회 국제총장 아르만도 파스칼로토 신부는 “가난한 이들을 우선적으로 선택했던 예수님을 사랑한다면, 우리는 결국 가난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가난을 살아간다는 것은 물질을 멀리한다는 의미를 넘어서, 얼마나 예수님을 사랑하는가의 문제입니다.”

자본이 최고 가치로 여겨지는 세상에서 가난하게 산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사제는 어떻게 가난할 수 있으며 무엇을 포기해야 하는가?

‘가난의 은총’을 선택한 프라도 사제회 국제총장 아르만도 파스칼로토(Armando Pasqualotto) 신부는 자본주의 사회의 ‘꽃’인 광고를 보면 물질이 존재를 결정짓는 세태를 그대로 볼 수 있다고 말한다. 파스칼로토 신부는 11월 25~27일 목포 레지오마리애 기념관에서 열린 한국 프라도 사제회 총회 참석 차 11월 20일 한국을 처음 방문했다.

“과거의 광고는 상품의 구매가 소비자의 사회적 위상을 반영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오늘날 광고는 상품의 소비가 인간의 정체성, 존재 자체를 결정짓는 요소라고 주장합니다. 자본과 물질이 인간 존재의 영적인 부분까지 좌우한다는 것이지요.”

파스칼로토 신부는 이처럼 극단적으로 물질적인 세상에서 재물에 대한 사람들의 애착은 극복하기 쉽지 않다고 말한다.

“과거에 교회는 물질에 대한 애착을 단죄했습니다. 하지만 현대 사회에서는 다른 언어와 개념으로 말해야 합니다. 소유에 대한 애착을 무조건 죄악시하는 것은 설득력이 없습니다.”

그는 돈과 명예에 대한 집착을 극복할 수 있는 답을 예수님께 대한 ‘애착’으로 요약했다.

“진정 무엇을 원하는가를 스스로에게 물어봐야 합니다. 물질이 많고 적음에 상관없이, 예수님보다 돈과 명예를 더 간절히 원한다면 결코 가난할 수 없지요. 하지만 스스로 가난했고, 가난한 이들을 우선적으로 선택했던 예수님을 사랑한다면, 우리는 결국 가난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탈리아 출신으로 1985년 사제품을 받은 파스칼로토 신부는 지난 7월에 열린 국제총회에서 6년간 세계 프라도 사제회를 이끌 국제총장으로 선출됐다.

한국 방문은 처음인 그는 조금은 지나치게 바쁜 듯한 한국 사람들의 모습에 의아해하면서도, 신자들의 열정적인 기도와 전례 참례가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교회가 신앙의 활력을 잃은 서구 교회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서는 경직된 교리교육을 넘어, 신자들이 사랑을 느끼고 실천하는 것을 신앙의 핵심으로 여기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프라도 사제회의 창립자인 슈브리에 신부님은 교리를 머리로만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느끼고 이를 각자 삶의 모든 결정에 반영하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사제들은 자신의 모든 직무에서 신자들이 예수님을 마음과 몸으로 느끼도록 도와야 합니다.”

그는 같은 이야기를 한국의 프라도 사제회 소속 사제들에게 강조했다.

“현대인들은 주입식 교리보다는 삶의 증거와 체험에 더 매력을 느낍니다. 딱딱한 교리보다는 하느님 말씀을 들려주는 데에 더 큰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그리고 사제는 일방적으로 가르치려 하기보다는 자신의 믿음과 하느님 체험을 나눠줄 수 있어야 합니다.”

박영호 기자 young@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