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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님 계신 곳, 그곳에 가고 싶다] 6월 1일 새 성당 봉헌하는 광주대교구 화정1동본당

박영호 기자
입력일 2019-05-21 수정일 2019-05-21 발행일 2019-05-26 제 3146호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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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체 일치 이루며 기쁨으로 쌓아올린 주님의 집
어르신이 대부분인 고령화 본당
접근성과 편의성 높인 설계 특징
깊은 신앙 원동력으로 성당 건축
“모든 일 순조로워 복 받은 기분”

어느 본당이든 새 성당을 세우는 일은 고되고 힘든 일이다. 건축비를 마련하는 것도 큰일이고, 지역과 주위 환경에 어울리면서 ‘하느님의 집’이라는 이름에 걸맞은 아름다우면서도 기능적으로 훌륭한 성전을 건립하는 일이 쉽지는 않다. 특히 큰일을 치르면서 본당 신앙공동체 모두를 한마음 한뜻으로 모으는 일은 더 큰일이다.

하지만 6월 1일 새 성당 봉헌식을 갖는 광주 화정1동본당(주임 김종대 신부) 신자들은 새 성당을 건축하는 내내 복 받은 기분이었다고 말한다. 모든 것이 너무나 순조롭게 이뤄져, “가장 어려운 일이 무엇이었나요?”라는 기자의 질문에 도무지 대답을 찾지 못한다.

본당 사목회장 전재옥(베네딕토·72)씨는 “성당을 짓는 동안 어려움보다는 기쁨이 훨씬 많았다”며 “‘주님의 집이니까 주님이 알아서 해주시겠지’라는 믿음이 모두에게 있었다”고 말했다. 여성 부회장 허인자(헬레나·78)씨도 그저 “기분이 좋다”며 웃었다.

어르신이 대부분인 본당이라 재정적으로도 넉넉하지 못하다. 당연히 새 성당 건축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화정1동본당 신자들은 건축 과정에서의 어려웠던 기억을 떠올리지 못한다. 그리고 그 많은 수고들을 사목자에게 돌린다.

“신부님께서 워낙 잘 끌어주셨습니다. 여러 성당을 건립해 본 경험이 있으셔서 항상 가장 효과적이고 지혜로운 결정들을 내려주셨습니다.”

5월 16일 오전 미사에 앞서 성모상 앞에서 기도를 바치는 광주 화정1동본당 신자들.

■ 잘 교육된 ‘어른 양’들

본당 주임 김종대 신부가 화답했다.

“화정1동본당 신자들은 ‘어린 양’이 아니라, ‘잘 교육된 어른 양’들입니다. 신앙적으로도 깊이가 있고, 모든 일에 서로 화합하려는 모습들이 참으로 아름답다고 느꼈습니다.”

4년 전인 2015년 인근 쌍촌동·농성동·광천동본당에서 분가한 화정1동본당은 광주광역시 서구 화운로 194번길 1에 위치한다. 지역 특성상 어르신이 본당 공동체의 70% 이상을 차지한다. 젊은 층이 워낙 없다 보니 유치부부터 고등부까지 어린이와 청소년이 불과 12명뿐인 고령화 본당이다.

대부분 신자들이 이 지역에 오랫동안 뿌리를 내리고 살아 왔다. 그만큼 신앙의 뿌리가 깊다. 화려하진 않지만, 소박하고 순하고 착하게 신앙을 간직해 왔다. 신앙의 연륜이 쌓인 만큼 주님의 성전을 짓는 일이 마냥 기쁘기만 했다.

건축위원장 양동현(베드로·73)씨는 “공동체의 정성과 노력 덕분이었는지 건축 과정도 순조로웠다”고 말했다. 2018년 10월에 시작해 한창 공사가 진행되던 겨울, 유난히 따뜻했던 덕에 잠시도 공사를 미루거나 멈출 이유가 없었다. 덕분에 약 6개월 만인 올해 4월 공사가 마무리됐고, 6월 1일 봉헌식을 갖는다.

주임 김종대 신부(가운데)가 5월 16일 전재옥 사목회장(맨 왼쪽), 허인자 여성 부회장(왼쪽에서 두 번째), 양동현 건축위원장(오른쪽) 등과 함께 새 성당 봉헌식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있다.

■ 어차피 지을 성당, 서두르자

화정1동본당의 성당은 2년 정도의 공백기 앞뒤로 1차 공사와 2차 공사로 진행됐다. 본당 설립 후 2년 남짓인 지난 2016년 12월, 현재 건물의 지하에 해당되는 층의 공사가 마무리돼 성당과 교리실 등이 들어섰다. 이번 2차 공사는 그 위에 대성전과 사무실 등을 올렸고, 이에 따라 기존의 지하 1층 공간은 교육관과 회합실, 교리실 등으로 활용된다.

본당은 재정적으로 어려움이 있어 1차로 지어진 건물을 적어도 10년 동안은 사용할 요량이었다. 하지만 김종대 신부가 2018년 1월 부임한 후, 신자들의 의견을 물었다. 어차피 2차 공사를 진행할 생각이 있다면, 조금 어려움이 있더라도 바로 시작하기로 뜻을 모았다.

여력이 없었기에 물론 쉬운 일은 아니었다. 20차례 가까이 교구 내 본당들을 찾아다니며 도움을 요청했고 따뜻한 호의와 정성으로 나눔을 전해 받았다. 특히 모본당인 쌍촌동·광천동·농성동본당의 나눔은 큰 힘이 됐다.

김 신부는 “새 성당의 3분의 2는 은인들이 지은 것”이라며 “본당 전 공동체가 은인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항상 간직하고 미사와 기도 중에 기억하기 위해서 노력한다”고 말했다.

새 성당 내부 전경.

■ 탁월한 접근성과 편의성

새 성당은 바로크 양식의 파사드(건축물의 주된 출입구가 있는 정면부)를 그 한 가지 특징으로 한다. 또한 종탑과 성당 문, 그리고 제단이 일직선으로 위치하도록 배치해 삼위일체의 신비를 상징적으로 드러내려고 설계했다. 성당 내부 천장과 양 측면 상부는 흡사 넓게 팔을 벌린 예수 그리스도의 양팔을 만난 듯, 신자석을 따뜻하게 감싸 안고 있다.

무엇보다도 화정1동성당의 가장 큰 특징은 탁월한 접근성과 편의성이다. 2개 면의 도로를 접하고 있는 화정1동성당은 비스듬한 언덕에 위치해 지하 1층은 아래쪽 도로의 지상과 접해 있다. 그 위에 건축된 새 성당의 출입구는 위쪽 도로와 바로 만나며, 장애인과 노인들을 위한 경사로가 문 양쪽으로 만들어져 있다. 어르신들이 많은 지역과 본당의 특성을 한껏 배려한 설계다.

새 건물은 연면적 1828.17㎡ 규모로 지하 1층, 지상 2층의 철근콘크리트 구조로 지어졌다. 879.38㎡ 크기의 지하에는 교육관, 6개 회합실, 성체조배실, 우리농판매장과 주차장이 들어서 있다. 948.79㎡ 규모의 1, 2층에는 성당과 사무실, 사제관이 들어섰다.

새 성당 건립을 마무리한 화정1동본당은 봉헌식을 마친 뒤 하반기부터는 어르신 사목을 강화할 생각이다. 특히 교구 프로그램과 연계해, 어르신 대상 성경대학을 운영할 계획이다.

김 신부는 “새 성당 건축을 위해 노력한 본당 공동체의 모든 분들에게 감사한다”며 “눈에 보이는 성전은 세워졌으니 모든 교우들의 성화를 위해, 우리 스스로가 예수님을 닮아 세상에 빛을 비추는 거울이 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영호 기자 young@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