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

염수정 추기경, 난민 지위 거부당한 이란 소년 만나 위로… 유엔난민기구에 협력 당부

최용택 기자
입력일 2018-08-21 수정일 2018-08-21 발행일 2018-08-26 제 3109호 4면
스크랩아이콘
인쇄아이콘
“이란으로 가면 죽을 수도… 난민 인정해주세요”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왼쪽)이 8월 16일 서울 명동 교구청 교구장 접견실에서 이란 출신 중학생 난민 베드로군(가명·가운데)을 만나 위로하고 있다.

“저는 가톨릭 신자예요. 하지만 제가 이란에 돌아가게 되면 가톨릭으로 개종했기 때문에 죽게 돼요. 제발 제가 난민으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이란에서 온 중학생 베드로(가명)군의 호소다. 베드로군은 2003년 이란 테헤란에서 태어나 7살 때 한국에 들어왔다. 그는 부모가 무슬림일 경우 자녀도 자동으로 무슬림이 되는 이란의 ‘샤리아법’에 따라 종교가 이슬람이었다. 하지만 초등학교 2학년이던 2011년 친구의 전도로 개신교 교회에 나가기 시작했고, 지난해 다시 가톨릭으로 개종해 견진성사도 받았다.

이슬람 국가인 이란은 다른 종교로 개종한 무슬림은 배교죄로 처벌한다. 법률에서는 종교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개종한 무슬림에 대해서는 법의 보호를 박탈하는 것은 물론 목숨의 위험에 이르는 핍박까지 가하는 것이다.

베드로군은 2016년 난민신청을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에 행정소송을 내 1심에서 이겼지만 2심에서 졌다. 상고했으나 ‘심리불속행기각’으로 대법원에서 패소했다. 현재 베드로군과 같이 개종한 아버지의 난민신청 소송이 진행 중이어서 베드로군은 9월까지만 한국에 체류할 수 있다. 하지만 아버지마저 난민 인정이 거부되면 10월에는 한국을 떠나야 한다.

상황이 절박해진 베드로군은 8월 16일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을 예방해 도움을 호소했다. 이 자리에는 서울대교구 사회사목담당 교구장 대리 유경촌 주교, 석촌동본당 주임 박기주 신부와 보좌 손태진 신부, 베드로군의 중학교 담임 오현록 교사, 학교 친구들이 함께했다.

염 추기경은 베드로군의 딱한 소식을 듣고 위로하며 “국가인권위원회와 국민권익위원회 등에 민원을 제기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제안했다. 이어 “한국의 경우 난민으로 인정되는 경우가 별로 없을 만큼 심사 규정이 엄격하다”면서 “베드로군이 난민으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돕겠다”고 말했다.

현재 베드로군은 출입국관리사무소에 재심을 신청한 상태다. 베드로군의 친구들도 청와대 국민청원에 민원을 넣고 출입국관리사무소 앞에서 피켓 시위를 벌이는 등 적극적으로 돕고 있다.

담임 오현록 교사는 “예멘 난민 사태 이후, 난민 심사가 더 엄격해졌다”면서 “종교지도자 정도 지위가 아니면 종교적 이유로 난민을 인정받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예정대로 10월에 이란에 돌아가면 베드로는 죽게 되는 절박한 상황”이라면서 “베드로가 난민으로 인정받아 한국에서 친구들과 함께 지낼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덧붙였다.

한편 염 추기경은 17일 제인 윌리엄슨 유엔난민기구 한국대표 권한대행의 예방을 받았다. 윌리엄슨 권한대행은 최근 프란치스코 교황이 제주 난민에 보낸 지지와 지원에 감사를 전하며 “한국교회가 난민과 무슬림에 대한 한국사회의 두려움을 줄이는데 앞장서 주심에 감사한다”고 말했다.

염 추기경은 베드로군의 상황을 언급하며 “유엔난민기구와 교회가 함께 노력해 베드로군이 오래 함께 지내온 친구들과 계속해서 한국에서 공부하고, 모델로 활동하고자 하는 그의 꿈을 이룰 수 있기를 바란다”면서 “한국사회 안에서 난민 인식 개선과 인권 보호를 위해 협력해 나가자”고 말했다.

최용택 기자 johnchoi@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