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 지능 관련 규제 ‘완화’ 형국…인간 존엄성·공동선 증진 위한 윤리·제도적 기반 확보 절실
이재명 정부가 ‘인공지능(AI) 3대 강국’을 국정 기치로 내세우며 인공지능 기술 진흥에 박차를 가하는 가운데, 이를 선용하기 위한 윤리적 기반 확보의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
이 대통령은 100조 원 규모의 인공지능 산업에 투자를 선언하고, 정부 인선에서도 인공지능·정보통신(IT) 전문가를 대거 중용했다. 또 6월 20일 울산 AI데이터센터 출범식에서는 “인공지능 고속도로를 통해 인공지능 3대 강국으로 도약하겠다”고 밝히며 인공지능을 국정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그러나 인공지능의 윤리적 활용에 관한 조치는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시민단체들은 6월 26일 ‘안전장치 없는 인공지능 질주, 위험하다 - 인공지능 정책에 반드시 포함해야 할 6대 정책’ 기자회견을 열고, “인공지능 제품의 안전을 보장하거나 인공지능의 인권 침해를 시정하는 규율적 측면이 매우 부족한 실정”이라고 주장했다. 지난 1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2026년 1월 시행을 앞둔 「인공지능 발전과 신뢰 기반 조성 등에 관한 기본법」(인공지능기본법)이 있지만, 인공지능을 둘러싼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미흡하다는 것이 시민단체들의 설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규제보다는 진흥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배경훈 과기정통부 장관이 인사청문회에서 “인공지능기본법의 과태료 부과를 일부 유예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언급한 사실이 언론의 조명을 받으며, 규제 완화 쪽에 힘이 실리는 형국이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도 교회는 인공지능 윤리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한다. 레오 14세 교황은 7월 8일부터 11일까지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선을 위한 인공지능 글로벌 서밋’에 메시지를 보내 “인공지능을 선용하기 위해서는 윤리적 지침과 인간을 보호하는 규제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프란치스코 교황 역시 강조했던 부분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승인으로 1월 28일 발표된 교황청 신앙교리부와 문화교육부의 공지 「옛것과 새것」(Antiqua et Nova)도 인공지능에 있어 윤리의 중요성을 역설한다.
「옛것과 새것」은 “인공지능은 선을 증진할 수 있는 많은 가능성을 지니고 있으면서도, 인간 발전과 공동선을 저해하거나 심지어 좌절시킬 수도 있다”면서 “인공지능은 인간 존엄성을 존중하고 개인과 공동체의 행복을 증진하는 방식으로 사용될 때 인간 소명에 긍정적으로 기여할 수 있다”고 전한다.
특히 인공지능의 윤리 문제에 있어서 “최종 책임이 인간에게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 또한 “목적만이 아니라 그 목적 달성을 위해 사용되는 수단도 윤리적으로 중요하다”면서 “(인공지능) 기술을 설계하고 생산하는 것뿐만 아니라 인간의 진정한 선에 맞게 기술을 사용하도록 선도”해야 함을 강조한다.
「옛것과 새것」이 강조하듯, 인공지능은 인간의 존엄을 해치지 않고 사회 전체의 이익을 증진하는 방식으로 활용될 때 그 가치가 제대로 발휘될 수 있다. 기술 발전의 속도가 빨라질수록, 이를 이끄는 기준 또한 명확해야 한다. 인공지능 진흥 정책이 속도를 내고 있는 지금, 그에 걸맞은 윤리적·제도적 장치 마련이 병행돼야 할 시점이다.
이승훈 기자 joseph@catimes.kr
이승훈 기자
josep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