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보 주일 특집] 디지털로 복음 전하는 ‘인플루언서’ 신부들 “선교는 교회 떠난 청년들이 있는 곳에서 시작돼야 합니다”
비영리 홍보 사도직 단체 'ICON Ministry'를 설립한 호주 샌드허스트 교구의 롭 갈레아(Rob Galea) 신부는 음악, 강연,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 메타버스 등을 활용해 선교한다. 인도 벵갈루루 출신 프란치스코회 샌디쉬 마누엘(Sandesh Manuel) 신부는 오스트리아 빈에서 사목하며, 대중음악과 영상 콘텐츠로 청년들과 신앙을 나눈다. 색다른 선교 방식이지만 이들은 선교의 본질은 곧 ‘사랑’이라고 전한다. 홍보 주일을 맞아 디지털 매체로 복음을 전하는 해외 '인플루언서' 신부들의 선교와 신앙 이야기를 소개한다.
롭 갈레아 신부, 음악과 메타버스로 사랑 전해
8장의 음악 앨범을 발매하고, 호주의 유명 음악 오디션 프로그램 ‘디 엑스 팩터(The X Factor)’에도 출연해 인기를 끈 롭 신부.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 그가 운영하는 SNS의 팔로워는 30만 명에 달한다.
지금은 수십만의 팔로워를 가진 사제이자 음악가이지만 그도 우울증으로 힘든 시기를 겪었고 그 치료 과정에서 음악을 시작했다.
“치유의 언어로 음악을 접했어요. 음악을 나누기 시작하니, 음악이 다른 사람들과 예수님을 이어주는 다리라는 것을 깨달았어요. 그렇게 음악으로 예수님을 전하고, 점차 강연도 하면서 주어진 것들을 모두 활용해 예수님을 전하게 됐어요.”
음악으로 이름을 알린 롭 신부는 2021년 ‘ICON Ministry’를 설립하고, 다양한 방법으로 매년 170만 명 이상의 사람들에게 복음을 전하고 있다.
“2010년 사제 서품을 받았고, 지금은 ‘ICON Ministry’의 대표를 맡고 있습니다. 예수님과의 만남은 제 삶을 완전히 변화시켰고, 더 많은 사람에게 예수님의 희망과 사랑을 전하기 위해 이 단체를 설립했습니다. 직원·자원봉사자들과 함께 공연, 강연, 팟캐스트, 영상 매체, SNS, 메타버스 등을 매개로 사람들을 예수님께 인도하고 있습니다. 2033년까지 1000만 명에게 선교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롭 신부는 선교 방법보다 더 중요한 것은 ‘사랑’이라고 강조한다.
“복음화를 위해 가장 중요한 건 사랑입니다. 특별한 프로그램이나 전략이 아닙니다. 성 바오로 6세 교황께서는 「현대의 복음 선교」(Evangelii nuntiandi)에서 교회는 복음화를 위해 존재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복음화의 출발점은 그리스도의 사랑 안에 머무는 데 있습니다. 사람들이 원하는 것은 진정성 있는 사랑입니다.”
롭 신부는 “선교하면서 함께 기도하고 봉사했던 한 청년은 이를 계기로 신학교에 입학했고, 결국 사제가 됐다”며 “활동을 통해 만난 사람들이 하느님과 더욱 가까워지는 모습을 볼 때 보람을 느낀다”고 전했다.
종교에 대한 무관심이 늘고 성당을 떠나는 젊은 층이 늘어나고 있는 데 대해 롭 신부는 “그들이 있는 곳으로 직접 다가가 그리스도를 향하도록 이끌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청년들을 만나기 위해 ‘메타 세인트’라는 로블록스 게임을 만들었어요. 물론 그들을 즐겁게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근본적으로는 모든 사람이 소중하다는 것을 알도록 이끌고 예수님과의 관계로 초대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샌디쉬 마누엘 신부, SNS 통해 ‘청년의 언어’로 복음 제공
샌디쉬 마누엘 신부는 인스타그램 팔로워가 40만 명에 달한다. 그는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등의 온라인 플랫폼에 일상과 맞닿은 묵상이나 마음을 울리는 노래를 직접 편집하고 녹음해 올린다.
2009년 사제 서품을 받고 오스트리아 빈으로 간 마누엘 신부는 전통적인 교회 음악뿐 아니라 대중음악으로도 신자들에게 다가간다.
“누군가에게 영향을 끼치기 위해 하는 일이 아닙니다. 사제는 수도원 안에서만이 아니라, 세상 속으로 나아가야 하는 사람입니다. 대중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무엇을 좋아하는지 알아야 합니다.”
그는 현대인이 스마트폰 안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는 만큼, 그 안에서 접할 수 있는 영적 콘텐츠를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비신자들에게 신앙을 전하는 효과적인 방법이라는 것이 마누엘 신부의 생각이다.
"‘SNS로 재의 수요일 축복을 전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으로 영상을 찍어 플랫폼에 올렸는데 220만 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했습니다. 몸이 아파 일어나기도 힘들었는데, 영상을 보고 큰 위로를 받았다는 댓글을 보며 이 활동이 정말 의미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마누엘 신부는 누군가를 변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예수님의 사랑을 나누는 것이 선교와 신앙의 본질이라고 말했다.
“우리는 자신조차도 바꾸기 어려운 존재입니다. 그런데 어떻게 다른 사람을 변화시킬 수 있겠습니까? 제게 도움이 됐던 것을 많은 사람에게 나누고 전달할 뿐입니다.”
한국교회가 청년들에게 다가가기 위해 어떤 선교 방식이 필요한지를 묻자, 그는 “더 많은 사제가 온라인 상에서 신앙을 쉽게 전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청년들은 교회의 언어를 낯설고 어렵게 느낍니다. 교회는 그들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이야기하는 법을 배워야 합니다. 특히 제가 활용하고 있는 음악은 청년들에게 신앙을 친숙하고 재밌게 전할 수 있는 좋은 방법입니다.”
마누엘 신부에게 한국은 특별한 나라다. 20살 때 인도 신학교에서 만난 프란치스코회 임한욱(루피노) 신부가 클래식 기타를 선물해 준 것이 이 길을 걷는 계기가 됐다. 그는 임 신부가 들려준 한국의 지혜와 철학이 자신의 음악 활동에도 영향을 줬다고 말했다.
끝으로 마누엘 신부는 “앞으로도 SNS에 음악과 영상을 올릴 계획”이라며 “유튜브 채널 ‘Father Manuel’ 구독과 저를 위한 기도를 부탁드린다”라고 전했다.
이호재 기자 ho@catimes.kr
변경미 기자 bgm@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