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 실현 위해 ‘국민을 섬기는 대통령이 되어줄 것 요청’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위원장 김선태(요한 사도) 주교는 5월 14일 ‘제21대 대통령 선거에 즈음한 담화’를 발표하고, 차기 대통령에게 국민을 섬기는 대통령이 되어 줄 것을 요청했다.
김 주교는 “선출되는 대통령에게 요구하는 기본적인 몇 가지 덕목을 함께 나누고 싶다”며 ▲국민을 섬기는 대통령 ▲통합하고 모으는 대통령 ▲평화를 일구는 대통령 ▲공동의 집 지구를 보존하는 대통령이 되어 달라고 전했다.
또한 “대통령은 국민을 섬기고 돌봄으로써 나라를 이끄는 최고의 정치 지도자”라며 “새 대통령이 ‘부당한 압력과 관료적 타성을 극복할 수 있는 건강한 정치(「찬미받으소서」, 181항)’를 펴기 바란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 사회는 이념 갈등, 세대 갈등, 성별 갈등 등 갈등과 대립이 점점 격해지고 있다”면서 다양한 목소리들이 울려 퍼질 수 있도록 ‘통합하고 모으는 대통령’이 되어 달라고 강조했다.
김 주교는 끝으로 “우리는 자랑스러운 민주주의의 역사에서 매우 귀중한 순간을 맞고 있다”며 “우리 모두가 후보들의 정책들을 꼼꼼히 살피고 식별함으로써 ‘공동선 실현’에 헌신할 수 있는 후보가 뽑히길 바란다”고 전했다.
다음은 담화 전문이다.
제21대 대통령 선거에 즈음한 담화
사랑하고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정의와 평화를 사랑하며 이 땅의 민주주의를 지키고자 노력하는 모든 이에게 하느님께서 축복하시기를 기원합니다.
우리는 지금 제21대 대통령 선거를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주권자들의 귀한 목소리를 모으는 선거는 그야말로 민주주의의 꽃입니다. 엄혹한 시절에, 우리는 온갖 희생을 치르며 이 꽃을 가까스로 피워 냈습니다. 그리고 이제, 우리는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 이 꽃을 더욱 아름답고 곱게 피우려고 합니다. 참으로 중요한 순간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에 모든 사람이 신성한 권리와 의무인 투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기를 간절히 바라며, 선출되는 대통령에게 요구하는 기본적인 몇 가지 덕목을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첫째, 국민을 섬기는 대통령
대통령은 국민을 섬기고 돌봄으로써 나라를 바로 세우고 이끄는 최고의 정치 지도자입니다. 대통령만이 아니라 국회, 사법부, 검찰, 언론 등 국가의 모든 제도와 관행도 국민 위에 군림하지 않으며 국민을 섬기고 국민에게 봉사해야 합니다. 또한 국민에 의한 통치가 이루어지도록 해야 합니다. ‘민주주의 국가’는 제도나 관행이 아니라 국민이 주인이 되는 나라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새로 선출될 대통령이 국민을 더욱 섬기기 위하여 “제도를 개혁하고 조정하며 최상의 실천을 증진하고 부당한 압력과 관료적 타성을 극복할 수 있는 건강한 정치(「찬미받으소서」, 181항)”를 펴기를 바랍니다.
둘째, 통합하고 모으는 대통령
대통령은 모든 국민을 통합하고 모으는 좋은 지도자가 되어야 합니다. 지금 우리 사회에는 이념 갈등, 세대 갈등, 성별 갈등 등 갈등과 대립이 점점 격해지고 있습니다.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차별과 상대적 박탈감도 커지고 있습니다. 빈부 격차가 심해지고, 사회적 약자는 외면당하고 있습니다. 외국인, 특히 이주 노동자들과 난민에 대한 차별과 배척도 여전히 심각합니다. 좋은 지도자는 “광신주의, 닫힌 논리, 사회적 문화적 파편화가 증대되고 있는 현대 사회에서”(「모든 형제들」, 190항), 다양한 목소리들이 울려 퍼질 수 있도록 노력하는 사람일 것입니다. 사실 대한민국은 공화국입니다. ‘공화’는 생각이 다르고 이해가 다른 여러 집단이나 세력이 차별받거나 배척받지 않고 조화롭게 더불어 살아간다는 뜻입니다. 따라서 새로 선출될 대통령이 모든 국민과 소통하는 가운데 특히 사회적 약자에 더욱 귀 기울이며 통합과 공존의 시대를 열어 가기를 바랍니다.
셋째, 평화를 일구는 대통령
대통령은 평화를 일구는 지도자가 되어야 합니다. 우리나라는 분단국가입니다. 남북 사이의 긴장과 갈등은 국민 개개인의 삶의 질에 매우 큰 악영향을 끼치고 있고, 국가의 번영과 민주주의의 발전에도 큰 걸림돌이 되고 있습니다. 민족의 화해와 남북의 평화 통일을 이루기 위한 고된 여정에서 우리는 여전히 힘의 논리와 무력 증강의 유혹을 받기도 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오늘날 무기와 폭력이 해결을 가져다주기보다는 오히려 새롭고 더욱 심각한 분쟁을 조장한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복음의 기쁨」, 60항). 무력이 아닌 평화적 수단 곧 대화와 타협으로 남북의 긴장과 갈등은 해결되어야 합니다. 이제 새로 선출될 대통령이 한반도가 정전을 상황을 넘어 평화로, 분단을 넘어 통일로 나갈 수 있도록 참평화를 일구기를 바랍니다.
넷째, 공동의 집 지구를 보존하는 대통령
우리 공동의 집 지구가 죽어 가고 있습니다. 기후 위기는 점점 통제할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이는 사람의 탐욕과 이기심이 빚어 낸 비극입니다. 이 상황이 지속된다면, 다음 세대 인류의 삶도 안전을 담보하지 못하고 파괴될 것입니다. 더 늦기 전에 “이 세상을 약탈하지 않고 보호”하고, “오염과 파괴가 아닌 아름다움의 씨앗을 뿌리”며, “가난한 이들과 지구를 희생시키면서 이득만을 추구하는 이들의 마음을 움직여”(「우리의 지구를 위한 기도」)야 합니다. 따라서 새로 선출될 대통령이 기후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정책을 마련하고 실천하며, 생태와 환경 보호를 위하여 힘쓰기를 바랍니다.
사랑하고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우리는 자랑스러운 민주주의의 역사에서 매우 귀중한 순간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선택이 대한민국의 앞날을 좌우합니다. 우리 모두가 후보들의 정책들을 꼼꼼히 살피고 식별함으로써, ‘공동선 실현’에 헌신할 수 있는 후보가 뽑힐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리하여 이번 대통령 선거를 통해서 우리나라의 민주주의가 한층 더 성숙하고 또 더욱 아름답게 꽃피우기를 빕니다.
2025년 5월 14일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위원장 김선태 주교
황혜원 기자 hhw@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