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

“세상이 강요한 ‘나다움’ 벗어나면 진정한 행복이 옵니다”

이주연
입력일 2025-05-14 09:20:44 수정일 2025-05-14 09:59:05 발행일 2025-05-18 제 3442호 18면
스크랩아이콘
인쇄아이콘
[인터뷰] 「나에게는 다정하게, 세상에는 단호하게」 저자 이정숙 씨
이정숙 지음/260쪽/1만8000원/해냄출판사
Second alt text

“우리는 모두 빠듯한 살림을 꾸리느라 늘 분주하다. 그럼에도 나는 결코 자신을 뒷전에 두지 말라고 말하고 싶다. 잠시 짬을 내어 늘어진 티셔츠들은 버리기 바란다. 언젠가 사용하리라는 미련도 함께 내다 놓자. 자신을 위해 잠옷 한 벌쯤 산다고 해서 가정경제가 무너지지 않는다.”(27쪽)

최근 출간된 에세이 「나에게는 다정하게, 세상에는 단호하게」에서 저자 이정숙(안나·서울대교구 연희동본당)은 화려한 이력 뒤에 숨겨진 진솔한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KBS 공채 3기 아나운서, 40대 미국 유학, 베스트셀러 작가, 두 아들의 어머니, 그리고 국내에 ‘대화법’ 열풍을 일으킨 「유쾌한 대화법」의 저자로 잘 알려진 그는 겉보기에는 누구보다 도전적이고 화려한 길을 걸어온 듯하다.

그러나 그 여정은 결코 순탄치 않았다. 첫 책이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지만, 그로 인해 오히려 용기를 잃었고, 두 아들의 학비를 위해 쉴 틈 없이 글을 쓰고 강연을 다녀야 했다. 자신을 챙기면 죄책감이 밀려오고,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불안한 마음에 시달렸던 그는 그런 모습조차 ‘나다움’이라 여기며 버텨왔다.

이번 신작은 과거의 ‘나다움’을 새롭게 정의하며, 억지로 맞춰온 삶에서 벗어날 용기를 이야기한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유언처럼 뭘 남기고 싶다기보다, 자기 정리 차원에서 제 생각들을 나누고 싶었습니다. 제 경험이 누군가에게 잠시라도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Second alt text
이정숙씨는  「나에게는 다정하게, 세상에는 단호하게」를 통해 과거의 ‘나다움’을 새롭게 정의하며, 억지로 맞춰온 삶에서 벗어날 용기를 이야기한다.  이주연 기자

책 제목에 담긴 ‘다정함’과 ‘단호함’은 자신을 존중하고 보호하는 건강한 삶의 태도를 상징한다. ‘다정하게’는 자신을 몰아붙이지 않고 실수와 실패 앞에서도 스스로를 따뜻하게 대하라는 뜻이다. ‘단호하게’는 타인과의 관계에서 무리하지 않고 경계를 분명히 설정하라는 조언이다.

책 속에서 이씨는 10대부터 시작된 장녀로서의 고단함, 부당한 처우를 감내해야 했던 워킹맘 1세대의 고충, 타인의 시선에 맞춰야 했던 아나운서로서의 무게를 솔직히 털어놓는다. 그가 몸소 겪은 경험들은 오늘날 무한 경쟁과 집단 우선의 한국 사회에서 세대를 초월해 많은 이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해외에서 살아보니까 깨달았어요. 자기를 존중하지 않는데 남이 나를 존중하길 바라는 건 모순이더라고요. 예전엔 ‘열심히’만이 답인 줄 알았는데, 이제는 ‘영리하게’ 일하는 게 중요하다는 걸 알게 됐죠.” 

이 작가는 특히 중년 독자들에게 ‘자신에게 조금 더 너그러워지라’고 당부한다.

책은 총 5장, 36꼭지로 구성됐다. ‘나를 귀한 손님처럼 대접하겠다’, ‘걱정을 가불하지 않겠다’, ‘남의 성공 공식에 나를 꿰어 맞추지 않겠어’ 등 각 장의 제목만 읽어도 독자는 자신을 중심에 두려는 작은 발걸음을 내딛게 된다.

“욕심을 버리고 수십 년 해 온 삶의 방식에서 한 끗 차이만 바꿔도, 남이 만들어준 나다움을 버림으로써 삶의 질이 달라진다는 것을 체감했습니다.  무엇보다 자기 객관화를 배우게 됐습니다. 자기 객관화는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힘을 만들어주는 것 같습니다.” 

“경험한 것들을 마음의 부담없이 그저 진솔하게 써내려간 편안한 책을 쓰게 돼 무엇보다 기뻤다”는 이씨는 “집필을 통해 마음의 평화까지 얻어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나에게는 다정하게, 세상에는 단호하게」는 우리에게 질문을 던진다. ‘나는 나에게 얼마나 다정한가?’, ‘나는 나의 삶에 얼마나 단호한가?’ 

이주연 기자 miki@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