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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내당본당, 공의회 정신 담긴 옛 성당 복원

우세민
입력일 2024-06-09 수정일 2024-06-13 발행일 2024-06-16 제 3397호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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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교구장 조환길 대주교 주례 봉헌미사
2022년부터 복원 사업 추진…58년 만에 제2차 바티칸공의회 정신 담은 옛 모습 되찾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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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8일 대구대교구장 조환길 대주교가 내당본당 복원성당의 제대에 분향하고 있다. 천창(天窓)을 통해 하늘에서 내려오는 빛이 성당 한가운데에 낮게 위치한 제대를 비추는 모습은 사람이 되신 하느님께서 가장 낮은 곳으로 오셨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사진 우세민 기자

성당 한가운데에 낮게 위치한 제대, 천창(天窓)을 통해 하늘에서 내려오는 빛이 제대를 비추면서 사람이 되신 하느님께서 가장 낮은 곳으로 오셨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대구 내당본당(주임 박장근 베드로 신부)의 옛 성당 모습이 다시 복원됐다.

내당본당은 대구대교구장 조환길(타대오) 대주교 주례로 사제단과 신자들의 축복 속에 6월 8일 오전 10시 복원성당 봉헌미사를 거행했다.

1966년 처음 세워졌던 내당성당은 신자들이 정사각 형태로 제대를 둘러서서 미사를 드리는 구조였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 정신을 독창적으로 표현했던 옛 성당은 부득이하게 1988년 신자들이 제대를 바라보고 미사에 참례하는 일반적인 모습으로 바뀌었다. 그러나 옛 성당에 대한 공동체의 그리움으로, 2022년 박장근 신부가 조환길 대주교에게 청원하고 교구가 승인하면서 건립 58년, 리모델링 36년 만인 올해 성당을 복원할 수 있었다.

복원성당 봉헌예식은 머릿돌 축복과 성당 열쇠 전달 및 개문(開門)으로 시작됐다. 문이 열리며 복원성당으로 들어간 사제단과 신자들은 성찬 전례 전까지는 불이 꺼진 채 예식에 참례했다. 천창으로 내려오는 빛 아래 조환길 대주교는 본당 주보인 프란치스코 하비에르 성인의 유해를 안치했다. 이어 제대와 성전 벽, 기둥에 성수를 뿌리고 도유와 분향을 했다. 축성된 제대 위에 제대포를 깔고 제구와 초 등을 놓으면서 성당에도 불이 환하게 들어왔다.

조 대주교는 강론을 통해 “여러분이 하느님의 성전이고 하느님의 영께서 여러분 안에 계시다”(1코린 3,16)라는 바오로 사도의 성경 말씀을 인용하며 “이 성당에서 늘 기도드리고, 신앙을 고백하고, 예수 그리스도의 성체를 받아 모시면서 여러분들의 믿음이 더욱 성장하기를 빈다”고 말했다. 조 대주교는 이어 “본당 주보 프란치스코 하비에르 성인의 중재에 따라 하느님을 모르는 사람들이 내당성당을 많이 찾아올 수 있도록 기도하고, 성인의 정신으로 살 수 있도록 다짐하자”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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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6년 완공 당시 내당성당(왼쪽)과 복원 완공된 내당성당 전경. 사진 내당본당 제공, 우세민 기자

1962년 준본당으로 시작한 내당공동체는 당시 주임을 맡았던 오스트리아 출신 서기호 신부(루디·Rudolf Karanewitter)의 모금 노력으로 1966년 본당 설립 후 새 성당을 완공할 수 있었다. 오스트리아 가톨릭 부인회와 잘츠부르크대교구의 후원으로 지어진 내당성당은 오스트리아 건축가 오토카 울(Ottokar Uhl·1931~2011)의 설계로도 국내외 건축학자들에게 지금까지 화제가 되고 있다. 6·25전쟁 직후 가난에 허덕였고, 한센인들이 밀집해 있었던 당시 지역 상황을 고려한다면 1966년 내당성당 건축은 역사적 사건이었다.

그러나 내당성당은 불편한 냉난방 시설과 조명, 늘어난 신자들 수용 문제로 1988년 리모델링하게 됐다. 이후에도 노후화로 대대적인 공사가 불가피했던 공동체는 본래 성당 모습으로의 복원을 숙원사업으로 정하고, 각고의 노력 끝에 이번에 복원성당을 봉헌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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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서 내려다본 내당본당 복원성당 전경. 지붕이 세 개의 십자가가 겹쳐진 모양을 하고 있다. 사진 내당본당 제공

 

우세민 기자 semin@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