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고통 겪는 이들 옆에 교회도 함께 있겠습니다”

박지순
입력일 2024-04-07 수정일 2024-04-12 발행일 2024-04-14 제 3388호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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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10주기 - 열 번째 봄…다시, 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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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번째 봄이 왔건만, 세월호는 여전히 십자가에 걸려있다.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친구 고(故) 박성호(임마누엘)군과 사제 성소의 꿈을 함께 키웠던 심기윤(요한사도) 부제는 “아무리 기도하고 잊는다 한들 진상규명이라도 돼야 슬퍼하고 아파하는 사람들은 치유가 될 것”이라며 “그제서야 벚꽃 구경을 할 수 있지 않을까한다”고 말했다. 심 부제가 수원가톨릭대 교정에 서있는 팽목항 세월호 십자가를 바라보고 있다. 사진 이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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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4명이 차가운 바닷 속에서 희생된 세월호 참사가 4월 16일로 꼭 10년을 맞이한다. 세월호가 기울어지기 시작해 완전히 침몰하던 2014년 4월 18일까지 국민들은 생중계로 참사를 지켜보았고,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충격을 받았다. 이후 10년이 지난 지금 '한국 사회는 무엇이 달라졌나’라는 물음에 어떻게 답할 수 있을까.

단원고 희생자 문지성양의 어머니 안명미씨는 “참사의 원인 규명을 하지 못한 채 10주년을 맞이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며 “10년 동안 세 명의 대통령이 있었지만 유가족들의 외침에는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고 울분을 토했다. 그럼에도 세월호 유가족들이 10주기를 맞는 마음가짐은 특별할 수밖에 없다. 안씨는 “유가족들이 세월호 참사 원인 규명은 10주기부터 시작이라고 여기며 마음을 새롭게 하고 있다”면서 “참사 원인을 밝히지 못하면 앞으로도 똑같은 참사를 막을 수 없다는 간절함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세월호 참사 이후 스텔라 데이지호 침몰사고, 10·29 이태원 참사, 오송지하차도 참사 등이 이어질 때마다 세월호 유가족들은 아픔의 현장에 달려갔다. 세월호 참사와 그 후 이어진 여러 참사들이 별개의 사건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다.

정부는 세월호 참사 발생 후 원인 규명을 하겠다며 검찰 수사, 국회 국정조사, 감사원 감사를 실시한 것은 물론, 2015년 ‘4·16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 2017년 ‘세월호 선체 조사위원회’, 2018년 ‘사회적 참사 특별조사위원회’를 잇따라 구성했다. 하지만 매번 “원인을 명확히 찾지 못했다”는 결론을 되풀이했을 뿐이다. 그때마다 유가족들은 ‘희망고문’을 당해야 했다.

수원교구 생명센터 원장 조원기(베드로) 신부는 “세월호 참사에는 한국 사회가 물질적 가치만을 추구하느라 보다 중요한 인간 존중의 정신을 잃어버렸던 시대상이 집약돼 있다”며 “이윤을 얻고, 성과를 낼 수 있다면 안전은 후순위로 밀려나도 좋다고 묵인하던 한국 사회의 오래된 병폐가 세월호 참사를 만들었다”고 진단했다.

조 신부는 이어 “참사 10년을 보내며 한국사회 여러 세력들이 원인 규명을 방해했던 것은 물론 유가족들을 조롱하고 사찰했던 데서 알 수 있듯 분열되고 갈라치기 된 한국 사회의 민낯이 드러났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내 의견과 다른 사람들은 무시하고 짓밟아야 한다는 왜곡된 권위주의가 우리 사회에 아직도 도사리고 있다”면서 “이와 같은 권위주의를 바로잡는 일이 곧 세월호 참사 같은 사고를 막는 길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인천교구 정의평화위원회 위원 양성일(시메온) 신부는 “참사 10주년을 맞으면서 우선, 우리 가톨릭교회는 희생자와 아직 고통 중에 있는 유가족들을 위해 무엇을 했는지부터 생각하게 된다”며 “지금까지 세월호 추모 활동을 해 오면서 고통을 겪는 이들 옆에 교회가 있는 것이 그분들에게는 위로가 되고 힘이 된다는 사실을 느꼈다”고 말했다. 양 신부는 “참사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진실을 찾으려 하지 않고 정치적으로 왜곡하려는 이들이 꼭 있다”며 “진실을 외면하면 세월호 참사 같은 사고는 반복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지순 기자 beatles@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