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 인식에 대한 보편교회와의 온도차 존재 각 교구 시노드 담당 사제들 “교회 구성원 모두 노력해야”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 본회의 마지막 회기인 제2회기가 올해 10월 교황청에서 열린다. 제2회기 개막을 기다리는 현재 시점은 세계주교시노드가 중지된 상태가 아니라 보다 충실한 시노드가 되기 위한 준비 기간이다. 그럼에도 한국교회에서는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 주제인 ‘시노달리타스’를 구현하려는 움직임을 찾아보기가 쉽지 않다. 그만큼 아직 한국교회에 시노달리타스에 대한 관심과 이해가 충분하지 않다는 사실을 보여 주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세계주교시노드 각 교구 담당 사제들이 이해하는 시노달리타스란 무엇이고, 교회와 신자들에게 시노달리타스가 어렵게 느껴지는 이유는 무엇인지 알아본다.
■ 시노드 담당 사제들이 이해하는 ‘시노달리타스’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 주제인 ‘시노달리타스’(Synodalitas)는 2021년 10월 9일 개막 당시에는 ‘공동합의성’이라는 우리말 번역어로 사용되다가 같은 해 10월 11~14일 열린 주교회의 2021년 추계 정기총회에서 공동합의성을 원어 그대로 ‘시노달리타스’로 표기하기로 결정했다. “번역 용어로는 원어의 뜻을 충분하게 표현하지 못한다”는 것이 결정의 이유였다. 그렇다면 각 교구 시노드 담당 사제들이 이해하는 시노달리타스의 본질은 무엇일까.
부산교구 노우재 신부(미카엘·서동본당 주임)는 시노달리타스라는 용어나 개념이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를 진행하면서 나온 것이 아니라 교회의 오랜 전통에서 나온 용어라는 점을 우선 지적했다. 시노달리타스의 어원인 그리스어 ‘시노두스’(synodus)는 ‘하느님 백성이 함께 걸어가야 할 여정’, 즉 함께 움직이고 함께 만난다는 뜻이고 이것은 다름 아닌 부르심 받은 모임인 교회 공동체 자체를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춘천교구 김도형 신부(스테파노·만천본당 주임) 역시 “시노달리타스를 새로운 교회의 비전을 제시하는 차원이나 ‘슬로건’으로 이해하면 안 된다”며 “제2차 바티칸공의회가 교회의 자기 성찰을 통해 ‘원천’으로 돌아가자고 했다면, 그 이후의 가장 큰 교회사적 사건이라 할 수 있는 이번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는 교회가 자신의 원천을 삶으로 살아가자는 것이고 이것이 시노달리타스”라고 말했다.
이어 “늘 새로운 것을 창조해 가는 인간 세상에서 오히려 시노달리타스는 교회의 본모습으로 회귀하자는 외침이고, 교회가 진리를 추구하는 공동체라는 점을 보여 준다”면서 “시노달리타스가 추구하는 교회의 원형은 사도행전에 그려진, 누구나 평등하고 차별이 없는 ‘초대교회’라고 볼 수 있다”고 제시했다.
대구대교구 사목연구소장 박용욱(미카엘) 신부는 한국교회가 ‘시노달리타스’를 원어 그대로 사용하는 것에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했다. 박용욱 신부는 “한국 신자들이 쉽게 발음하기조차 힘든 라틴어 ‘시노달리타스’를 원어 그대로 사용하면서 많은 신자들은 물론 수도자들도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에 관심을 갖기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 됐다”고 말했다. 박 신부는 “시노달리타스를 신자들이 익숙하게 사용할 수 있는 용어로 대체하려는 한국교회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 시노달리타스, 한국교회 정착 쉽지 않은 이유는
각 교구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 담당 사제들은 표현의 차이는 있지만 프란치스코 교황과 보편교회가 일관되게 추구하는 시노달리타스가 한국교회에 쉽게 자리 잡지 못하고 있다는 데에 일치된 견해를 보였다. 2021년 10월 이후 진행된 교구단계 시노드가 끝나고 대륙단계로 넘어간 뒤로는 소수 교구를 제외하면 한국교회에서 세계주교시노드 관련 활동을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현상에도 별다른 이견이 없었다.
박용욱 신부는 시노달리타스에 대한 교황청과 한국교회 시각 사이에 큰 간격이 존재하는 원인을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 주제가 왜 시노달리타스로 정해졌는지 그 배경에서 찾아야 한다고 언급했다. 교황은 현대 가톨릭교회 사제들의 권한 남용, 부당한 재정 집행, 성직자중심주의, 서구 교회의 성 착취 등을 심각한 위기로 받아들이고 이를 치유, 쇄신하기 위해 시노달리타스를 세계주교시노드 주제로 정했다.
박 신부는 “실제 세계주교시노드가 진행되면서 단계별로 나왔던 교황청 문서에는 이런 문제들이 심도 있게 서술돼 있지만 한국교회는 사제들의 성직자중심주의나 집중된 권한 행사, 재정 집행 문제 등에 대해 제대로 된 논의를 하지 않아 한국교회 신자들이 시노드 진행에 관심을 가질 수 있는 환경 조성이 되지 않은 측면이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서구교회에 나타나고 있는 문제점들이 한국교회에서도 같은 형태나 같은 정도로 심각하다고 말하기는 어렵겠지만 문제가 있는 것만큼은 사실임에도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가 시작되는 단계부터 한국교회 현실을 사실대로 논의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도형 신부는 한국교회 안에 성직자중심주의가 존재하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고 인정하면서도 “성직자중심주의가 한국교회 사제 전체의 문제라고 일반화시켜서 보기 곤란하다”고 지적했다. 김 신부는 “사제들도 연령대에 따라 원로급에서는 성직자중심주의를 자연스런 교회 문화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지만, 요즘 젊은 사제들은 단지 사제라는 이유만으로 권위를 내세우는 문화와는 거리가 멀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또한 “성직자중심주의는 사제들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사제만 바라보고 사제에게 의존하는 경향이 강한 한국교회 평신도들의 문제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평신도 내부에서도 직분에 따라 간격이 존재한다”며 “시노달리타스 실현을 방해하는 요소는 사제와 평신도 모두에게 있는 만큼 교회 구성원 모두가 노력할 때 시노달리타스는 우리에게 가까워진다”고 말했다.
노우재 신부는 “시노달리타스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아직 갈 길이 멀고, 개별 교회든 보편교회든 시노달리타스 여정을 끊임없이 밟아갈 때라야 시노달리타스를 살아갈 수 있다”며 “시노달리타스는 새로운 제도를 만든다든가 안 하던 행사를 한다고 해서 실현되는 것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시노달리타스를 방해하는 가장 두드러진 현상을 ‘교회의 세속성’이라고 꼽았다. 노 신부는 “교회 안에 세속성이 너무 깊이 침투해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사제, 수도자의 권위주의는 복음 정신에 반하는 것이고, 평신도들의 아집이나 세력 다툼 역시 세속성의 표현이며, 사목회 등 본당 기구가 교회 정신에 따라 운용되지 못하는 것도 세속성에 원인이 있다”고 말했다.
김도형 신부는 “로마에서 교회법을 배울 때 교수님으로부터 시노달리타스 실현에는 70년을 바라보고 가야 할 만큼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며 “시노달리타스 실현은 기간을 정해 놓고 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박지순 기자 beatles@catimes.kr
박지순 기자 beatles@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