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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조명] 「가톨릭 농민회」새 방향 정립 중

이연숙 기자
입력일 2021-01-11 15:06:14 수정일 2021-01-11 15:06:14 발행일 1989-12-10 제 1683호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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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운동 주역할 전농련에 넘겨 
생명ㆍ공동체 운동에 중점두기로 
한국 가톨릭농민회가 새롭게 방향을 정립하느라 고심 중에 있다.

이 땅 농민운동의 구심점 역할을 담당해온 가톨릭농민회는 이제 농민운동 대중조직의 틀(전국농민운동연합=전농련)이 갖추어짐에 따라 그 역할을 전농련에 넘기고 지금부터는 가톨릭 농민운동의 고유성과 특수성을 살려、 보다 근원적인 문제인 생명운동과 공동체운동에 초점을 두기로 했다.

가톨릭농민회는 새로운 위상ㆍ진로 및 사업방향을 늦어도 내년 1월까지 확정、 2월에 새 모습을 드러낼 계획으로 현재 각계각층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가농의 방향전환에 대해 교회관계자들은『교회적인 신원을 확고하게 찾는 것 같다』『용기 있는 결단을 내렸다』는 등 긍정적 평가를 하며 관심을 보이고 있고 반면 일부에서는『가농이 축소되는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오는 등 가농에 대한 기대와 걱정이 교차하고 있다.

가농의 방향전환 배경은 그동안 전개해온 활동을 살펴보면 당연하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64년 JOC산하 농촌청년부로 출발、 한국 가톨릭농촌청년회로 독립、 창립된 가톨릭 농민회는 체념상태에 빠져있는 가난한 농민들의 의식을 일깨우고 그들과 연대、 농촌안팎에서 일어나는 문제들을 함께 해결해 나가는데 활동의 중점을 두었다.

이를 위해 무엇보다 현실분석이 필요하다고 인식한 가농은 농민문제는 더 이상 농민만의 문제가 아니라 수출주도형의 이 사회ㆍ정치ㆍ경제의 구조적 모순을 함께 해결해나감으로써 농민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고 진단、 활동을 전개했다.

가농이 주도해온 주요활동은 농지임대차 관계조사ㆍ쌀ㆍ생산비 조사ㆍ함평고구마 피해보상요구ㆍ농협조합장 직선제 서명운동ㆍ수세거부운동ㆍ부채탕감운동ㆍ외국농축산물수입 저지운동ㆍ소몰이 시위 및 소값 피해보상운동ㆍ추곡 수매가에 대한 대정부건의문 발표 등 수없이 많으며 농민의 생존권과 관련된 활동을 끊임없이 펼쳐왔다.

가농의 이런 활동은 교회의 사회적 가르침에 따른 것으로、 제2차 바티깐공의회 이후 교회의 사회적 가르침은 혜택 받지 못하고 억압받는 사람들에 대한 교회의 우선적인 선택을 강조해왔으며 억압받는 계층은 기본인권이 무시될 경우 그들의 권리를 주장하고 정의를 위해 싸워야 할 권리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바로 이런 점들 때문에 구태여 교회 안팎을 구분 짓지 않고 농민운동을 전개해온 가농의 활동이 밑거름 되어 지난3월1일 전국 단일조직의 과도기적 조직체인 전농련이 출범하기에 이르렀다.

따라서 이제는 가농이 아니더라도 농민대중운동을 이끌어갈 구심점이 형성돼가기 때문에 가농은 과거처럼 농민운동의 중심적 역할을 고집할 필요가 없게 됐으며 이 새로운 상황에서 가농의 역사ㆍ경험ㆍ정신을 바탕으로 한 새로운 운동전개가 필연적으로 뒤따르게 된 것이다.

그런데 전체농민운동통일을 향한 틀은 마련됐으나 그 조직이 아직 미비한 상태라 가농은 그동안의 경험과 조직 활동의 성과를 모아 대중조직화와 전국단일 대중조직 건설에 적극 기여하기도 했다.

가농운동 방향정립과 함께 농민 운동통일 사업에도 역점을 두고 있는 가농은 전농련과의 관계는 운동발전에 따른 역할분담으로 파악하고 있다.

또 가농은 농민운동전개과정에서 사회 구조적 모순에 대항、 싸워오면서 올바른 농민운동을 위해서는 사회변화뿐 아니라 인간변화를 위한 운동도 함께 추구해야한다는 것을 강하게 인식했던 것이다.

그래서 일반대중운동이 수렴하지 못하는 부분이자 가톨릭 농민운동이라는 특수성을 살려、 생명운동ㆍ공동체운동의 실천을 통해 자신과 이웃과 세계를 함께 변화시키는 현장 생활공동체운동을 중심내용으로 정했다.

현장생활운동은 마을(공소) 단위를 기본조직으로 생산ㆍ생활협동 조직이 되는데 이 같은 내용변화에 따라 조직도 교회체계에 맞게 새롭게 구성 중에 있다.

가농의 활동은 교회 내 다른 사회운동 단체와 마찬가지로 교회가 대사회문제에 눈을 돌리는데 중요한 몫을 담담해왔지만『가농 활동이 과연 교회적이냐』는 비판의 소리를 들어왔고 신자들에게 시각의 차이ㆍ혼란을 초래케 하기도 했으며、 주교회의로부터 활동을 중지당하기도 했다.

어쨌든 가농의 새 방향전환은 농민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도시공동체도 함께 생각해야 할 문제로 보인다. 왜냐하면 공동체운동、 특히 도ㆍ농공동체운동의 경우 도시공동체나 농촌공동체 모두가 도시문제와 농촌문제를 하나의 과제로 인식해야 실천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연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