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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주에 만난 사람] 뉴욕『한국 현대 화가 7인전』에 출품한 화가 변종하 씨

입력일 2020-09-03 13:29:50 수정일 2020-09-03 13:29:50 발행일 1972-10-29 제 838호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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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판 돈키호테 시리즈 화폭에 담아 

작품 내용과 생활의 불일치 현상 경고 
부조리 현상을 해학적으로 풍자
[서울] 『한국 현대 화가 7인전』이『샌프란시스코』동양예술회관에서 18일부터 개최되고 있다. 미국 동양예술협회 주최로 열리고 있는 이 화가전은 동양예술회관 개관을 기념하기 위해 현대 한국화가 7명을 초청, 그 초대전으로, 미국에서의 한국인 미술전으로는 1958년『뉴욕』『월드하우스』화랑에서 있은 후 두 번째이다. 이번 주일엔 이 화가전에 초청을 받아『돈키호테의 이후 6백9번부터 6백21번까지』12개의 작품을 출품, 미국 화단의 열광적인 찬사를 받고 있는 변종하(卞鐘夏·46·요셉) 씨를 방문했다.

변씨는 62년 5월 한국인으로서는 최초로『빠리』의 미술평론가 르네드루왕에게 발탁돼『빠리』의『르시앙뒤룽』화랑에서 드뷰페 맛따 세자르와 같이 작품 발표회를 가졌던 화가로 이때부터 사회 부조리를 풍자한 해학적인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는『사회 구조가 다양하고 복잡해질수록 예술은 해학적 경향으로 흐르기 쉽다』고 설명하면서 한국인으로서는 처음으로 해학 미술에 손을 댔다고한다.

60년『빠리』유학시절 돈키호테와 같은 어릿광대를 빙자한 현대판 돈키호테 시리즈에 착수, 현재 7백 30번째의 작품에 손을 대면서 세계의 정치·경제·사회·문화의 부조리현상을 풍자해 왔다.

그는 위와 같이 범 세계적인 부조리현상들을 주제로 설정하고 있는데, 최근 작품으로는 방글라데시 국민들의 참혹상을 해학적으로 화폭에 옮겨유머스럽게 풍자한 30여점이 있다.

그는『예술의 가치 기준을 준엄성(준嚴性)에 견준다면서 밀레가 아직까지도 세계적으로 인구에 회자하는 불후의 명작들을 남긴 것은 진실을 갈구하는 진지한 태도와 생에 대한 자신의 엄격성 때문』이라고 설명, 요즈음 예술가들에게 흔히 있을 수 있는 작품 내용과 생활의 불일치성을 지적해 준다.

또한 그는『해학적인 그림들은 작가의 이상과 철학을 변형, 유우머스럽게 표한하고 있기 때문에, 난해하다는 평을 듣기 쉽다』면서 그가 한국에서 처음 전시회를 개최했던 60년대의 어려웠던 상황을 토로했다.

작가란『이상과 현실의 버팀과 순응을 엄격히 동행해야 한다』고 전제하면서『이것을 이행치 못할 때 즉 평행선 유지의 능력을 상실할 때 작가로서는 약해진다』면서『현대 예술은 바야흐로 현실에 더 가감하지도 말고 있는 그대로 현실을 표현하자는 현실 복귀운동으로 흐르고 있다』고 예술의 조류를 말한다.

요즈음 변씨는 동양의 음양설을 주제로 마포(麻布) 위에 붓을 옮겨 동양사상의 심오성을 터득하고 있다고-

변씨는 54년 제2회 국전에 첫 출품한 작품『사슴도』가 특선된 후『포플라』『가족도』『서식지』등을 출품, 연 4회에 걸쳐 특선된 후 도불(渡佛)하기 직전 59년 신세계화랑서 개인전을 개최한 후 유학길에 올라『런던』『 뉴욕』등에서 유명한 화가들과 만나면서 광범하게 작품활동을 해오다 64년 10월 일시 귀국하여 아직 고국에 머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