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주부살롱] 홀치기 / 봉미숙

봉미숙ㆍ충남 흥성군 금마면 죽림리 천주교회 공소
입력일 2020-03-22 13:59:34 수정일 2020-03-22 13:59:34 발행일 1975-06-29 제 967호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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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꾸만 현실화 하여가는 물가고에 검소도 해보고 절약도 해보고 참아도 보았으나 도저히 이에 따라가기가 힘겹다. 월 3만원도 못되는 봉급으로 여섯식구의 의식주 해결이란 도무지 언감생심일 수 밖에 없지 않은가.

그래서 생각한 끝에 홀치기를 배우기로 했다. 겉으로 보기에는 주부의 가정부업으로 적격이라고 모두들 말하고 나도 그렇게 믿었기 때문에 홀치기 한 필을 1개월에 계약하고 시작했다.

막상 일을 벌여놓고보니 문제는 다르다. 하루 세 끼 식사를 지어야 하고 빨래와 집안 청소 등이 문제였다. 집안 청소와 설겆이 빨래는 중학 2년생인 장녀에게 도움을 받으면서 본격적으로 일을 배우기 시작했다. 그러나 일의 원동력인 내 몸이 말을 안듣는다.

어깨가 쑤시고 팔다리가 저리고 골이 띵하면서 열이 나며 몸살이 나는 것이 아닌가. 반필도 채 못하고 자리에 몸져 눕게되니 집안 일은 말이 아니요 식두들의 정신적 타격은 더 컸다.

누워서 며칠간 안정을 해보았으나 책임감에 억눌려 다시 일어나 조금 하다가 또 눕고 하는 등 일과 병과 싸웠지만 결국 내 몸은 기진맥진하여 이제는 세상이 다 귀찮아지고 말았다. 홀치기 한 필 다 짜봤자 1천2백원 그야말로 돈이라고는 할 수 없다. 하지만 나에게는 상당하고 매력있는 액수다. 아빠는 보다못해 한약 5첩을 2천5백원을 주고 사왔다. 그 약을 먹고 다시 원기회복하여 홀치기를 시작했다. 스스로 칠전팔기라는 말을 입안에 담으면서 다시 시작하는 나를 보고 아이들과 아빠는 또 아프려고 하느냐며 한마디씩 건넨다.

그러나 나는 책임을 달성하기 위하여 홀치기를 열심히 하면서 주님에게 빌었다.

주님이시여 이 가난하고 어진 양에게 건강을 유지케 해주십시요 하고 …

봉미숙ㆍ충남 흥성군 금마면 죽림리 천주교회 공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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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미숙ㆍ충남 흥성군 금마면 죽림리 천주교회 공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