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

[이주의 성인] 마리아 고레티(Mary Goretti) / (1890~1902, 7월 6일)

박영호 기자
입력일 2018-06-26 18:53:57 수정일 2018-06-26 21:41:41 발행일 2018-07-01 제 3101호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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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을 찌른 청년 용서하고 하늘나라로

12세의 어린 나이에 세상을 떠난 이탈리아의 성녀다. 온갖 고난에도 정결을 지키고 순교한 14세기 아녜스 성녀의 이름을 따라 ‘20세기의 아녜스’로도 불린다.

그는 이탈리아 안코나에서 가난한 농부의 딸로 태어났다. 6남매 중 맏딸이었던 성녀는 부친이 먼저 세상을 떠난 후 온갖 집안일을 도맡아 해야 했다.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침착한 성품을 갖췄고 하느님의 사랑과 기도, 순명 등 교회의 가르침에 충실했다.

12세였던 1902년 7월 5일, 혼자서 집안일을 하고 있을 때 알렉산데르라는 청년이 욕정을 품고 성녀를 범하려 했다. 성녀가 완강히 저항하자 청년은 이성을 잃고 그를 칼로 마구 찔렀다. 14군데 깊은 상처를 입은 성녀는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하루 뒤에 세상을 떠났다.

사제가 마지막으로 성체를 영해주자 성녀는 이렇게 말했다.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 때문에 저 역시 그를 용서할 것이며, 그를 위하여 천국에서 기도할 것입니다. 저는 십자가 옆에 있던 강도처럼 그를 천국에서 만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성녀를 살해한 범인은 체포돼 30년형을 언도받았다. 형기를 마치고 석방된 그는 성녀의 어머니를 찾아가 용서를 빌었고 수도원에 들어가 평생 속죄의 삶을 보냈다. 마리아 고레티는 1950년 6월 24일 비오 12세 교황에 의해 시성됐다.

박영호 기자 young@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