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기획] 새해에는 미사, 지각하지 맙시다

박영호 기자
입력일 2018-01-02 18:03:27 수정일 2018-01-06 20:29:30 발행일 2018-01-07 제 3077호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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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번이 계산된 지각… 신앙인의 기본 아니죠

“주일 아침, 11시 교중미사 시간까지 20분 남았다. 간단하게 세수를 하고 후루룩 국에 밥을 말아먹고 성당으로 출발, 도착하면 11시10분쯤 예상된다. 아마도 제1독서 중간쯤이겠다. 복음 전이니까 늦은 건 아니지 뭐.”

경기도 과천에 사는 김영배(바오로)씨는 미사 때마다 지나치지 않을 만큼(?) 늦는다. 제1독서가 시작되거나 봉독 중일 때 대성당 문으로 들어서기 일쑤다. 김씨와 같은 시간대에 도착하는 신자들이 꽤 되기 때문에 그다지 부끄럽지도 않다. 늦게라도 도착했으니 주일미사 참례의 의무는 완수한 셈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처럼 큰 양심의 가책 없이 번번이 미사에 늦는 신자들을 향해 “당신이 얼마나 늦게까지 미사에 늦을 수 있을지 계산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교황은 주님 성탄 대축일을 며칠 앞둔 지난해 12월 20일 일반 알현 자리에서 “미사 때 입당 예식이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고 여겨 미사 시간에 늦지 않도록 하라”면서 “시계를 보면서 얼마나 더 늦어도 좋은지 계산하지 말라”고 지적했다.

교황의 이 같은 말은 미사 지각에 대해 부주의할 정도로 경각심이 부족한 신앙인들을 향한 경고다. 피치 못할 사정이 있을 경우 어쩔 수 없이 미사 시간에 조금 늦게 도착하는 경우가 생길 수는 있다. 하지만 번번이 ‘계산된’ 지각은 신앙인의 올바른 자세가 아니라는 것을 교황은 아주 분명하게 지적했다.

노명덕(베드로·52)씨는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미사 시간에 늦는 사람은 대체로 정해져 있다”면서 “번번이 늦게 와서 빈자리를 찾느라 두리번거리는 모습이 보기 좋지 않을뿐더러 다른 사람들에게도 분심이 들게 한다”고 말했다.

일부 신자들은 미사 시간에 언제까지 와야 영성체를 할 수 있는지 궁금해 한다. 제1독서가 시작되기 전까지는 도착해야 한다거나 강론 전까지 도착하면 된다거나 여러 가지 주장이 있다. 하지만 교회법적으로나 기타 지침에도 ‘몇 분 늦으면 영성체를 못한다’라는 식의 규정은 없다.

김경하 신부(서울 사당5동본당 주임)는 “가톨릭 신앙의 기본은 충실하고 정성스러운 전례 생활이고 미사 참례는 그 핵심”이라며 “미사 시간에 늦는 것은 기본을 지키지 못한다는 의미”라고 밝혔다.

김 신부는 또한 “미사 시작 전에 조금이라도 일찍 와서 준비를 하는 것은 사소한 것 같지만 성숙한 신앙을 위해서 매우 효과적인 방법”이라면서 “중요한 것은 얼마나 정성스럽고 간절하게 주일을 거룩하게 지내려 하는가 하는 마음가짐”이라고 강조했다.

박영호 기자 young@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