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전 왜관수도원장 이형우 아빠스 선종

박경희 기자
입력일 2016-11-29 16:32:29 수정일 2016-12-01 14:46:49 발행일 2016-12-04 제 3022호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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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장례미사 봉헌
한국 교부학 발전 초석 다져

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 제4대 수도원장 이형우(시몬 베드로) 아빠스가 11월 27일 오전 6시25분 지병으로 선종했다. 향년 70세(수도서원 45년).

이 아빠스의 장례미사는 29일 오후 2시 수도원 대성당에서 박현동 아빠스 주례로 봉헌됐으며, 유해는 수도원 묘지에 안장됐다.

이 아빠스는 만성 폐쇄성 폐질환을 앓아왔다. 최근 들어 건강이 악화돼 대구파티마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21일 퇴원했다. 지도를 맡고 있던 마산 수정의 성모 트라피스트수녀원으로 돌아와 휴양하다 27일 새벽 주일미사 집전을 위해 성당 문을 들어서는 순간 호흡곤란으로 쓰러졌다.

인자하고 묵묵한 성품으로 존경받아 온 이 아빠스는 2001년 왜관수도원장에 선출된 후 2013년까지 ‘서로 섬기자’(Serviamus invicem)를 모토로 공동체를 위해 헌신했다. 2007년 수도원 대형 화재로 힘든 가운데 재건에 노력해 2009년 8월 새 성당을 봉헌했다. 새 성당 봉헌을 시작으로 한국 진출 100주년을 기념하며 심포지엄, 성베네딕도회 총연합 세계 총재 아빠스 회의 등 지난 한 세기를 돌아보는 다채로운 행사를 마련했다.

특히 이 아빠스는 한국교회 교부학 발전에 초석을 놓았다. 2002년 1월 교부학연구회 설립 때부터 초대회장을 맡아 2013년까지 연구회를 이끌며 「교부학 인명·지명 용례집」 「교부문헌 용례집」 「교부들의 성경주해」 등을 펴냈다. 국내 교부학 연구의 토대를 마련하고, 신자들에게 교부들의 가르침을 전했다.

1946년 황해도 재령에서 태어난 이 아빠스는 1965년 왜관수도원에 입회한 후 1971년 첫 서원, 1974년 종선서원했다. 이어 로마 성 안셀모대학에서 유학한 후 1977년 사제품을 받았다. 1984년 성 아우구스티노대학에서 교부학 박사학위를 받고 귀국해 수도원 역사편찬 책임, 구미 원평, 대구 대명본당 주임으로 사목했다. 2001년부터 수도원장을 역임하며 덕원자치 수도원구 자치구장 서리를 겸했다. 2013년 4월 사임한 후 마산 수정의 성모 트라피스트수녀원 지도 신부를 맡았다.

이 아빠스 선종 소식이 알려지자 27일 오후부터 지역 신자와 봉헌회원 등 빈소가 마련된 수도원을 찾아 연도를 바치며 고인의 안식을 기원했다.

장례미사 고별사에서 박현동 아빠스(왜관수도원장)는 “늘 호탕한 웃음으로 형제들을 이해하려고 노력하셨던 아빠스님은 수도원에 어려운 일이 있을 때마다 중요한 역할을 맡아 헤쳐 나가셨다”면서 “아빠스님의 성실함과 충실함은 하느님과 사람들을 향했다”고 추모했다. 박 아빠스는 “주님께서 언제 오실지 모르니 깨어 준비하고 있으라는 대림 제1주일 복음 말씀처럼, 대림시기를 시작하며 하느님 품으로 가신 아빠스님을 위해 기도해 줄 것”을 청했다.

박경희 기자 july@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