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재료 나누는 ‘공유냉장고’ 운영…재활용품 상시로 모아 자원순환 노력 포장재 줄인 ‘제로 웨이스트숍’ 설치…월 1회 ‘우리동네 플로깅’ 진행
대구대교구 상동본당(주임 신종호 베네딕토 신부)이 소비를 줄이고 ‘제로 웨이스트’(Zero Waste·버리지 않고 재사용)를 실현하는 문화 정착에 힘을 쏟고 있다. 공동체의 생태적 회심을 토대로 공동의 집 지구를 돌보는 실천을 하고, 나아가 지역 사회에 ‘덜 쓰고 덜 버리는’ 문화를 확산하기 위한 노력이다.
“미처 다 소비하지 못하거나 앞으로도 소비할 가능성이 높지 않은 식재료가 필요한 신자나 지역주민, 또는 어려운 이웃들과 공유하기 위해 설치했습니다.”
본당 생태환경위원회 김진의(요셉) 위원장이 성당 계단 아래에 놓인 ‘공유냉장고’를 보며 이같이 설명했다. 공유냉장고는 신자들뿐 아니라 지역에 사는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열린 나눔공간이다. 김 위원장은 “가난한 사람을 돕는 데만 목적이 있지 않다”며 “버려짐 없이 모두 소비될 수 있는 자원순환 운동에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공유냉장고 이외에도 본당은 생태환경위원회 주관으로 ‘자원순환센터’를 운영하며 상시로 재활용품을 모아 자원순환을 하고 있다. 연 2회 ‘생태바자’를 열어 사용하지 않은 양질의 제품들을 나눈다. 바자 후에는 남은 제품들을 대구대교구 생명사랑나눔운동본부를 통해 캄보디아나 중앙아프리카공화국 등에 보내고 있다. 캄보디아에서 유치원 운영을 맡고 있는 김분선 수녀(마리아 도미니카·그리스도의 교육 수녀회)는 최근 본당을 찾아 신자들에게 직접 감사 인사를 전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알맹이 성물방’이 인기를 얻고 있다. 기존 본당 성물방 자리에 제로 웨이스트숍을 함께 설치한 것이다. 운영 봉사를 맡은 생태환경위원회 위원들은 기존 성물 판매도 하면서 친환경 제품들을 신자들이 잘 사용할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다. 알맹이 성물방에는 화학첨가물이 들어가지 않은 세제나 식품, 생활용품 등 친환경 제품들이 종류별로 갖춰져 있다.
손정화(마리아 막달레나) 위원은 “처음에는 신자들이 어색해하고 별 관심을 보이지 않았지만, 성당 마당에서 두 번의 홍보활동을 펼친 뒤부터 이용이 늘고 있다”며 “사용을 하고 나서는 제품의 필요성을 느껴 재구매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본당 신자들은 지역 구석구석을 찾아다니며 환경미화를 하는 ‘우리동네 플로깅’을 매월 한 번씩 하고 있다. 지난가을 주민센터로부터 낙엽 정리를 도와달라는 제안을 받을 정도로 본당의 플로깅 활동은 지역에서도 호응을 얻고 있다.
본당의 이 같은 실천 활동은 교육을 통한 ‘관찰’과 ‘판단’의 결과다. 2022년 10월 생태환경위원회를 조직한 본당은 이후 1년간 신자들과 프란치스코 교황 회칙 「찬미받으소서」(Laudato Si’)를 공부하고, 주일미사 때 생태 동영상을 보면서 생태적 회심과 실천이 얼마나 중요한지 체득했다. 복음적 가르침을 바탕으로 생태 교육에 힘썼던 본당은 이제 실천 단계를 거치며 더 발전적인 생태적 회심 단계로 나아가고 있다.
신종호 신부는 “우리가 하고 있는 일들이 본당 교우들의 일상 안에 정착되고, 나아가 지역 사회에 확산되면 좋겠다”며 “앞으로는 생태 교육을 넘어 우리가 함께 고민하고 연구하는 단계들로 강화돼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신 신부는 또 “무엇보다 공동의 집이 얼마나 아름답고 우리에게 좋은 곳인지에 대해서 많은 사람이 체험하길 희망한다”며 “깊어진 체험들 속에서 실천에 대한 다짐들이 싹을 틔우면 한다”고 밝혔다.
우세민 기자 semin@catimes.kr
우세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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