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교부학연구회 초석 닦아
2002년 한국 교부학연구회 설립 때부터 회장을 맡아 11년 넘게 교부들의 영성과 삶을 전하는 데 노력했다. 설립 이듬해부터 해마다 논문발표 등 학술발표회를 열어왔는데, 내년 2월이면 23차 정기모임을 갖는다. 회원들은 교부학연구회가 지금까지 이어지는 데는 이 아빠스의 헌신이 있기에 가능했다고 말한다. 노성기 신부(광주가톨릭대 총장, 한국 교부학연구회 총무)는 “큰 형님처럼 품어주며 힘든 일은 도맡아 하셨다. 가족 같은 분위기에서 연구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배려했는데, 그것이 아빠스만의 카리스마”라고 전했다.
노 신부는 “교부학연구회가 시작될 때 재정적으로 힘든 상황에서 든든한 지지와 지원을 보내주셨다”면서 “회원들뿐 아니라 미래 세대인 신학생, 개신교 신자들에게까지 교부학 연구의 장을 넓히셨다”고 말했다. 또 “현재 ‘대중판 교부문헌 총서’까지 준비 중인데, 이 아빠스께서 계시지 않았다면 이러한 성과도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교부학연구회의 가장 큰 결실로 2008년 출간을 시작으로 현재 20권째 나온 「교부들의 성경주해」를 들 수 있다. 이뿐 아니라 「교부학 인명·지명 용례집」 「교부문헌 용례집」 「내가 사랑한 교부들」 등을 통해서 신자들의 영성생활에 도움을 주고 있다.
이 아빠스는 국내에 교부학을 본격적으로 소개하고 문헌을 번역해 온 교부학 1세대다. 1984년 로마 성 아우구스티노대학에서 ‘성 베네딕도 규칙서와 이전의 규칙서들에 나오는 형제적 교정’에 대한 논문으로 교부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대구가톨릭대 대신학원에서 교부학 강의를 하며 영성적 가르침을 전하기도 했다.
■ 독실한 천주교 집안의 맏아들
1946년 황해도 재령에서 태어난 아빠스는 첫돌이 되기 전 남한으로 내려왔다. 어머니 김봉덕(아가다·89·대구대교구 신동본당) 여사는 자신이 수도자가 되지 못한 대신 뱃속 아기를 수도자로 봉헌하겠다고 기도했다.
하지만 장남으로서 가정 형편을 걱정하며 수도원에 가는 것을 고민하는 아빠스에게 아버지는 “걱정하지 말고 하느님의 길을 걸어가라”며 격려했다.
아빠스 어린 시절부터 함께 해온 이석진 신부(왜관수도원 본원장)는 “세상에서 많은 수고와 고통을 내려놓으시고 기도와 묵상 중에 주님 품안에 가셨으리라 믿으며 슬픔 중에도 편안한 마음으로 보내 드린다”면서 “죽음은 우리를 슬프게 하지만 아빠스님께서는 참으로 복된 죽음을 맞이하셨다”고 애도했다.
마지막 임종을 지켜본 수정의 성모 트라피스트수녀원의 한 수도자는 “수녀원에 계시는 동안 매일 저녁기도를 함께 하셨다. 늘 충실히 영적 생활을 하셨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