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골료 리스트/넬로 스카보 지음/최종근 신부 옮김/264쪽/1만3000원/분도출판사
「베르골료 리스트」의 원제는 ‘독재 시절 프란치스코 교황이 살려낸 사람들’이라는 무거운 분위기를 풍긴다.
원제에서 알 수 있듯 이 책은 1976년부터 1983년까지 아르헨티나가 군부 독재로 고통 받던 시절, ‘젊은 프란치스코’인 호르헤 마리오 베르골료 신부가 정권에 의해 박해 받는 이들을 사제적 양심에 따라 숨겨주고 해외로 망명시켜준 이야기를 담고 있다.
10년도 되지 않는 1976~1983년 사이에 정권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거나 가난한 이들에게 우호적인 활동을 했다는 이유로 또는 이유도 모른 채 비밀수용소에 끌려가 실종된 사람들이 3만 명이나 된다. 이런 암흑과 공포의 시대에 40대의 예수회 신부였던 프란치스코 교황이 어떻게 경찰과 군대로부터 젊은이들의 목숨을 구해 주었는지에 관한 생생한 기록을 「베르골료 리스트」에서 읽을 수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아르헨티나 군부 독재정권에 저항하는 행적을 보였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지만 그 구체적 실상이 책으로 국내에 번역, 소개되기는 이번이 처음이어서 주목된다.
「베르골료 리스트」의 책장을 넘기면 30여 년 전 핍박받는 아르헨티나 민중의 한 가운데에 있었던 교황의 젊은 시절 사진 몇 장이 등장한다. 이 사진의 잔영은 아직까지 베일에 가려져 있던 교황의 젊은 사제 시절 용기있고 예언자적인 행적으로 연결된다. 정권의 추적을 받는 청년들을 구하기 위해 검문을 피하고 경찰을 따돌리고 군인들을 속일 궁리를 하며 검문소를 숨가쁘게 오갔던 베르골료 신부의 지난 날 이야기가 다큐멘터리처럼 펼쳐진다.
지은이 넬로 스카보(43)는 이탈리아 신문 ‘아베니레’(Avvenire) 해외특파원이면서 사법사건 전문기자로 활약했다. 구 소련에서 독립한 나라들과 아르헨티나 등 라틴 아메리카를 포함한 세계 분쟁지역의 사건을 활발히 보도한 것으로 유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