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현장에서] 겨울이 따뜻한 이유 / 이승훈 기자

이승훈 기자
입력일 2014-12-09 05:43:00 수정일 2014-12-09 05:43:00 발행일 2014-12-14 제 2923호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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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길.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어깨를 잔뜩 움츠린 채 발을 동동 구른다. 점퍼에 목도리에 손난로마저 쥐고 있어도 좀처럼 어깨가 펴지지 않는다. 따듯한 이불이 그리워지는 엄동설한이지만, 그마저 누리지 못하는 어려운 이웃이 우리 주변에 참 많다.

얼마 전 ‘난방비 0원’이 화제가 됐다. 일부 사람들이 계량기 고장 등으로 부당하게 난방비를 내지 않은 것이 계기였다. 이에 SH공사가 난방비 0원으로 나온 아파트를 3000여 가구를 조사했더니 그중 70%가 정말 돈이 없어 난방을 할 수 없었던 가구였다. 임대아파트의 경우 주택 혜택을 받기에 난방비 보조금을 받을 수 없다 했다.

지난 3월 취재로 임대아파트를 방문한 적이 있다. 다리가 불편했던 집주인은 옷을 꽁꽁 껴입은 채 손님을 찬 바닥에 앉힌다며 자신의 방석을 냈다. 극구 사양하고 앉은 바닥은 그야말로 냉골이었다. 밖은 따듯한 햇살이 들기 시작했지만 집안은 아직 한겨울이었다.

이와 중에 그래도 겨울이 따듯한 이유는 연탄 나눔 소식 덕이 아닐까 한다. ‘사랑의 불꽃 연탄나눔’을 하는 인천교구 청년부나 여러 본당과 주일학교에서도 연탄 나눔 소식이 들려온다.

하지만 해마다 늘어나던 연탄기부도 올해는 지난해의 3분의 2수준에 그쳤다고 한다. 경기가 나빠 후원이 줄었다는 것이다. 연탄을 때는 가구는 3년 전보다 7%가 늘어 연탄 요청은 쇄도하는데 저소득층에게 연탄을 지원하는 연탄은행은 텅 비었다.

뼛속을 파고드는 추위는 배고픔보다도 더한 고통을 준다고들 한다. 이들에게는 500원짜리 연탄 한 장이 5000원 어치 백반보다도 절실하다. 바로 우리 곁에도 이렇게 추위에 떠는 이들이 있다. 올해 나는 얼마나 나누며 살았는가. 성탄을 기다리는 요즘 추위에 몸을 움츠릴지언정 나눔을 움츠려서는 안되겠다.

이승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