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 방한(8월 14~18일)이 석달여 앞으로 다가왔다. 교황은 방한 기간 중 아시아 젊은이들과의 대화와 전례 시간을 갖는 것은 물론 한국 순교자 시복식과‘평화와 화해를 위한 미사’등을 주례한다. 교황청측은 이 기간 중 모든 전례와 행사 등을 최대한 간소하고 소박하게 진행하길 권고했으며, 한국교회 또한 겉치레 없이 교황과의 만남과 메시지 전달이 충실히 이뤄지는데 힘을 실어나갈 방침이다.
이는 교황이 평소 보여주는 행보와 ‘한국이 아시아를 향해 하느님의 말씀을 전하는 문(門)이 되어주길’ 바라는 뜻에 부합하는 노력의 하나로 이뤄졌다. 특히 아시아 청년대회 또한 젊은 세대들이 이전 세대가 이어온 신앙의 참된 가치를 알고 배우는 장으로서 큰 의미를 지닌다.
이에 따라 ‘교황 프란치스코 방한 준비위원회’ 영성신심분과(준비위원장 강우일 주교, 분과 위원장 조재형 신부)는 좌담회를 통해 교황 방한이 한국교회와 신자 개개인에게 제시하는 의미를 보다 구체적으로 돌아보는 기회를 가졌다. 특히 좌담에서 교회 각 분야 전문가들은 우리 신앙이 삶 안에서 어떻게 드러나며, 세대를 거쳐 이어지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가에 관심을 두고, 실천방향 등을 제시했다.
지난달 29일 서울대교구청 소회의실에서 열린 좌담회는 영성신심분과 위원장 조재형 신부와 위원 김연범·양주열 신부(서울대교구 통합사목연구소), 유은희 수녀(한국순교복자수녀회), 정치우씨(복음화학교 설립자) 등이 참가했다.
좌담 시작에 앞서 ‘교황 프란치스코 방한 준비위원회’ 집행위원장 조규만 주교는 “교황님은 하느님의 말씀을 전하는 가장 큰 복음의 사도이자 선교사”라며 “이번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방한에서도 하느님의 영광을 드러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좌담에서는 우선 순교영성을 개개인의 삶 안에서 구체적으로 실현하기 위한 성찰이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번 방한 기간 중 한국 순교자들의 시복식을 주례한다. 우리가 새로운 복자들을 세우고 공적 현양에 더욱 힘쓰는 것은 바로 우리 자신부터 복음화된 삶을 통해 하느님의 말씀을 전하는데 힘을 얻기 위해서다. 교황 방한과 시복식을 계기로 한국교회에서는 이러한 의미를 환기하는 노력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와 관련해 조재형 신부는 “순교자의 영성은 하느님을 위해 내 모든 것을 내놓는다는 것”이라며 “현대인들에게 있어서 순교는 이웃을 사랑하고 무엇보다 ‘착한 사마리아 사람’으로 사는 것이 순교영성의 실현이다”라고 강조했다.
양주열 신부는 “한국교회가 순교자들의 신앙 위에 세워진 교회라는 데에 단순히 자부심만 가질 것이 아니라, 신자 개개인이 그 신앙의 모범을 계승하고 증거해 참된 것을 위해 목숨까지 바친 순교자들의 삶을 널리 알리고, 다음 세대에도 올바른 신앙이 전수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전했다. 양 신부는 또한 “신앙 선조들이 목숨을 바쳐 증거했던 힘은 하느님 현존의 체험으로부터 왔고, 우리는 바로 미사 전례 안에서 하느님의 현존을 체험할 수 있다”며 충실한 전례로 신앙 증진의 기회를 다져나갈 것을 권했다.
좌담에 참가한 교회 각 분야별 전문가들은 또한 교황 방한을 계기로 한국교회가 지니고 있는 현실적인 문제들을 냉철히 들여다보고, 그 진단을 바탕으로 미래 한국교회가 나아갈 복음화의 방향을 탄탄히 세워야 한다고도 입을 모았다.
한국교회는 아시아에서는 물론 세계교회 안에서 모두가 놀랄 만큼 짧은 시간에 큰 성장을 이뤄냈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서는 복음화율의 증가세가 눈에 띄게 둔화되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김연범 신부는 “양적 성장의 이면에서는 신앙의 전수를 놓치고, 신앙 체험이 줄어들거나 왜곡되는 경우가 종종 드러난다”며 “당연히 안다고 생각했던 가르침을 잘 모르고, 삶에서 잘 실천하지 못하니 신앙의 의미를 전수하는 데에도 힘이 줄었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실태를 넘어서기 위해서 김 신부는 “한 예로 견진교리의 중요성을 명확히 인식, 각자 체험을 통해 얻은 깨달음을 타인과 나누고 실천하는 노력이 확산돼야 한다”고 권했다.
정치우씨는 한국교회 신자들이 신앙의 생활화를 잘 이루지 못한 대표적인 원인으로 교육의 부재를 꼽았다. 정 회장은 “우리 선조들은 가톨릭교회의 기본교리를 충실히 듣고 믿고 실천하는 가운데 순교까지 하며 그 가르침을 증거할 수 있었다”며 “교회의 가르침이 무엇인지 잘 알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실천까지 이어지기란 쉽지 않다”고 밝혔다. 실제 신앙을 생활화하는 노력은 교육에서 시작되기에, 무엇보다 먼저 체계적인 교육 지원에 힘써야 한다는 설명이다.
좌담회에서는 교회 구성원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평신도들의 역량 강화와 이를 위한 한국교회의 구조적인 문제 해결도 시급하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특히 유은희 수녀는 “한국교회 설립에 관해 많은 이들이 ‘세계적으로도 유래 없이 평신도들이 세웠다’는 사실만 평면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며 “설립 당시 평신도들의 활동은 기존의 모든 기득권 뿐 아니라 생명권까지 포기하면서 진리를 찾은 뛰어난 행위”라고 강조했다. 이어 유 수녀는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도 기득권을 뛰어넘어 세상에 진리를 외치고 실천할 몫을 지니고 있다”고 독려했다.
아울러 유은희 수녀는 이번 교황 방한에 앞서 다져야 할 자세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 민족에게 주는 메시지를 하느님의 시선으로 받아들이고, 하느님의 목소리를 듣고자 마음을 비우며 하느님을 내 삶의 중심에 모시기 위한 지속적인 노력”이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