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사람

[삼풍백화점 붕괴사고…「생과 사」의 갈림길] 28시간만에 구출된 홍성태(바오로)씨

리길재 기자
입력일 2012-08-30 11:38:48 수정일 2012-08-30 11:38:48 발행일 1995-07-09 제 1961호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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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생명 주신 하느님께 감사할 뿐”
지난 6월 30일 밤 9시 50분 서울 서초구 삼풍백화점 붕괴사고로 매몰된 채 28시간만에 극적으로 구조된 대원외국어고 영어교사 홍성태(洪性泰ㆍ40ㆍ시몬ㆍ서울 서초본당)씨.

지하 2층 철근 콘크리트 더미에 깔린채 구조대원에게 『아내와 아들에게 열심히 살아달라』고 유언을 계속해 전국민을 안타깝게 했던 그가 현재 서울 강남성모병원 중환자실에서 차츰 기력을 회복하고 있다.

현재 홍씨는 큰 외상은 없으나 30여시간동안 매캐한 연기와 구겨진 철근 더미속에서 대퇴부를 짓누르는 콘크리트의 무게로 근육이 크게 훼손됐고 탈수와 탈진으로 급성신장염이 와 소변을 제대로 보지 못하는 고통을 당하고 있다.

혈액을 투석하며 사경을 헤매던 악몽에서 벗어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홍교사는 큰 이상이 없는 한 2~3주면 건강은 되찾을 것으로 의료진들은 전망했다.

『여러번 삶을 포기하고 싶었으나 하느님과 가족들 생각으로 죽음으로 이겨냈다』는 홍교사는 『다시 가족을 만날 수 있도록 이끌어 주신 하느님의 은혜에 감사할 따름』이라고 감격해 했다.

아버지 홍운표(분도)씨가 서초동 본당에서 『작은 예수』로 불릴만큼 신앙심이 돈독한 구교우 집안의 홍교사는 7월 2일 온가족이 성당에 감사미사를 봉헌하러간 동안에도 혼자 병상에서 하느님께 감사의 기도를 드리는 것을 잊지 않았다.

부인 지미영(리드비나ㆍ36)씨는 『남편이 아들 민기(바오로ㆍ10)를 찾고 있지만 병원 규정상 아들과 면회가 안돼 무엇보다 안타깝다』면서 『남편이 하루 빨리 정신적 안정을 되찾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사고 당일 아침에 출근을 하면서 퇴근길에 삼풍백화점에 가서 빵을 사오겠다』며 말하고 나가 크게 걱정하고 있던차에 방송에서 남편 『홍성태씨가 죽었다』 『살았다』를 반복 보도해, 쇼크가 더 컸다는 부인 지씨는 『죽음에서 삶으로 남편의 운명을 바꿔주신 하느님께 감사를 드린다』며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홍씨의 어머니 서석귀(데레사ㆍ65)씨는 『김추기경께서 병원을 찾아 아들의 건강이 회복되길 기도해 주어 큰 은혜로 생각한다』며 『아들 구출을 위해 실신까지 하면서 노고를 아끼지 않은 모든 구조대원들에게 감사한다』고 말했다.

리길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