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한담

[일요한담] 새 신부님들에게/김현 3

김현ㆍ방송인ㆍ가톨릭 저널리스트클럽 부회장
입력일 2011-04-15 17:01:01 수정일 2011-04-15 17:01:01 발행일 1979-03-04 제 1144호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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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늘 신부님들을 대할 때마다 특별한 은혜를 받은 분들이라고 생각한다. 특별한 부르심을 받은 것에서부터 갈고 닦음의 어려운 과정、온갖 어려움을 뚫고 신품을 받은 일、그리고 고행 속에서 수행해야만 하는 사목생활-나는 두 아들이 있지만 그 하나만이라도 신학교에 보낼 용기가 없는데….

이 글이 발표될 즈음해서는 서울 가톨릭대학 출신 새 신부님들의 서품식이 거행된다고 한다. 새로운 사제의 탄생-이것은 너 나 할 것 없이 누구나가 깊이 경하할 일이 아닐 수 없다.

무엇으로 축하의 말씀을 드려야 좋을까? 격에 맞지 않는 축하의 말씀보다는 평소 느끼고 있던 점을 솔직이 밝혀 몇 가지의 충언으로 대신하는 것이 좋을 성 싶다.

첫째、최고의 사교가가 되어 주십사하는 것이다. 미국의 저명한 실업가이자 저술가이기도 한 카네기는 남의 얘기를 잘 들어주는 사람、남의 이름이나 사정을 잘 파악하여 관심을 가져주는 사람、상냥한 인사성과 미소를 지닌 사람을 가장 훌륭한 사교가라고 지적한바가 있다. 본당 신자들의 이름과 형편을 잘 파악하여 그들과 희로애락을 함께해줄 때、신자들은 교회에 더 밀접하고 싶어 하고、아울러 사제를 통하여 하느님을 더 가까이 느낄 수 있으리라 믿는다.

둘째、베스트 셀러나 인기 TV 프로그램 등 세속적인 문제에도 관심을 기울여 주십사하는 것이다. 이는 사제들을 세속적인 것에로 유도하자는 것이 아님은 물론이다. 많은 신자들이 알고 관심을 기울이는 것쯤은 같이 알아둠으로써 대화의 광장을 넓히자는 뜻에서이다.

셋째、훌륭한 강론을 하기위한 준비를 많이 해주십사는 것이다. 흔히들 천주교의 사제들은 타 종교의 목자들에 비해 강론이 뒤떨어진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 신학교의 교과과정에「마이크 사용법」「효과적인 스피치기법」등이 포함되어 있지 않은 것은 물론이고、강론자체를 위한 시간배정도 얼마 되지 않는다는 점 등으로 자위하기에는 강론이 너무 중요함은 물론이다. 며칠씩 걸려 준비한 원고를 녹음으로 고치기 몇 달 만에 늙은 어머님께 들려드리고 최종재가를 받은 다음에야 강단에 섰다는 어느 외국신부님의 얘기는 타산지석이 아닐 수 없다.

넷째、개개인의 취미를 하나씩은 가져주셨으면 하는 것이다. 흔히 하는 말로 부양가족이 없기 때문에 천주교의 성직자들은 보다 더 목자로서의 역할을 잘 할 수 있다는 말들을 하지만、알뜰히 보살펴드리는 사람 하나 없는 사제생활에 하나쯤은 갖는 것이 좋을성싶다. 취미 중에는 돈이 많이 드는 것이 있어 잘못되면 변질될 염려도 있지만、악기를 연주한다든지 책을 저술한다든지 하는 것은 일석이조를 이룰 수 있어 좋을듯하다.

신자들과 갖는 파티석상에서 여흥을 할 줄 몰라 쩔쩔매는 사제보다는 섹스폰이나 풀룻 기타라도 연주할 수 있는 사제가 더 한층 친근감을 주지 않을까?

다섯째、여러분들은 사제이면서 아울러 사회구성의 한 개체라는 점을 명심해 주셨으면 하는 것이다. 같은 또래의 다른 친구들이 ○○○군의 호칭을 듣는 신입사원의 경지를 헤어나지 못하고 있을 때 신품을 받게 되면 사제는 그 순간부터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모두에게서 신부님이라는 경칭을 듣게 된다. 이렇듯 떠받치움을 당하다보면 잊게 되지 않을까 저허되는 것이다.

사제는 하느님의 대리자로서 우리들의 존경을 한몸에 받는분들이다. 그러한분들의 출발을 한 몸에 받는 분들이다. 그러한 분들의 출발을 찬사보다는 충언으로 대신함으로써 언제 어디서나 예수님의 충실한 대리자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인 것이다.

김현ㆍ방송인ㆍ가톨릭 저널리스트클럽 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