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이윤자 칼럼] “폐를 끼쳐 대단히 죄송합니다”

이윤자 편집국장
입력일 2009-06-25 01:40:00 수정일 2009-06-25 01:40:00 발행일 1998-10-18 제 2123호 9면
스크랩아이콘
인쇄아이콘
 
            
추석 연후 바로 지나서 우리 대통령이 일본을 국빈 자격으로 방문했다. 최근 대통령의 방일 결과가 매스컴을 통해 연일 보도되고 있고 그만큼 성과가 큰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니 참으로 좋은 일이 아닐 수 없다.

역사적으로 볼 때 일본은 우리나라와는 영원한 숙적(宿敵)임을 부인할 수 없다. 36년 동안이나 피지배자의 위치를 맛보았던 우리나라로서 일본은 당연히 동지보다는 적으로서 그 위치가 각인되어져 왔다.

그러나 지정학적인 측면에서 일본은 우리가 언제든지 마주칠 수 있는 친구이자 가까운 이웃임에는 틀림없는 사실이다. 따라서 우리나라 대일정책은 어느 대통령 시절이나 중요한 국가적 사안으로 부상될 수 밖에 없었고 그것은 대통령의 국정수행에 있어 비중있는 몫이 될 수 밖에 없는 노릇이기도 했다.

대통령 숙소 근처 숙박 불편 예상 걱정

마침 우리 대통령의 방일기간 동안 「집안 사정」으로 일본엘 갈 기회가 있었다. 공교롭게도 우리 일행은 우리 대통령의 숙소인 「영빈관」과 가장 가까운 거리에 위치한 호텔중 하나에 이미 자리를 잡고 있었다. 미처 예상을 하지 못한 일이었다.

과거의 경험에 비추어 본다면 그것은 결코 현명한 선택이 아니었다. 높은 어르신이 출동하시는 행사 취재가 얼마나 「고생」스러운 것인지를 너무나 잘 알고 있는 나로서는 더더욱 그것은 정말 피해야 할 선택이었다. 그 근처에 있는 것조차도 참으로 힘든 일이기 때문이었다.

경호는 당연히 삼엄 그러나 불편은 ‘O’

그런데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우리 대통령의 방일건에 대해 별로 관심을 갖지 못했었고 우리 숙소가 그 근처로 잡힐 것은 더욱이나 예상치 못했다. 때문에 좋은 호텔에 할인폭을 크게 적용받았다는 사실만으로 만족하던 우리에게 그 사실은 커다란 우려거리가 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그 우려는 기우에 불과했다. 영빈과 주변 호텔이므로 당연히 경비가 삼엄했지만 그 경비는 불편을 느끼지 못할 정도였다. 호텔 숙박손님은 물론 일반 손님조차도 불편을 느끼지 못하는 것은 마찬가지인 듯 했다.

대통령 공식모임 있었지만「검문 검색대」 없어 편리

대통령의 방일 기간 중 우리가 묵은 호텔에선 우리 대통령과 교민들과의 간담회, 일본 경제 각료들과의 오찬 등 두 번의 공식모임이 이루어졌다. 그런데도 우리는 안내원들의 수선스런 움직임으로 중요행사가 있다는 사실은 감지했을 뿐이었다. 그 기간 중 볼일을 보기위해 여러 번 호텔을 드나들었지만 검문으로 기분이 상해본 일이 없었다.

호텔 문마다 비치돼 의당 통과해야할 것으로 생각하던 「검색대」도 없었고 출입객의 소지품을 일일이 뒤져 검색하는 일은 더더군다나 없었다. 경직되고 강압적인 검문 등으로 인한 불편과 기분나쁨을 생각하던 우리로서는 「이래도 되는 것인지」다소 의아한 생각이 들 정도였다.

택시 트렁크를 열어 달라는 검문 경찰의 요청이 얼마나 정중하고 부드러운지, 또 그 요청을 받아들이는 운전기사의 태도가 얼마나 기꺼운지 모두가 이상하기만 했다.

그뿐인가. 도쿄 번화가 주요건물에 위치한 대형 전광판에는 『한국 대통령이 국빈자격으로 일본을 방문중이므로 일부나마 교통통제를 할 수 밖에 없다. 그로 인한 불편등 폐를 끼쳐드려 죄송하지만 양 국가의 우의를 위해 양해해주면 고맙겠다』는 대(對) 시민 「사과문」이 수시로 안내되기도 했다.

교통통제 따른 불편 수시로 「대시민 사과문」안내

그렇다고 그들의 경호나 경비가 허술한 것은 아닐 것이다. 특별한 상황에 처해 있는 우리나라와 일본의 입장을 고려한다면 우리 대통령의 방일은 그 어느 국빈보다 신경쓰이는 대목일 것이기 때문이다.

그들의 경비나 경호가 우리와 차이가 있다면 그것은 경호나 경비에 접근하는 방법상의 차이일 것이다. 아무리 중요한 국가적 사안이라도 국민을 불편하게 하는 것은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에서 출발하는 것, 그것이 우리 경비, 경호와 차별화되는 중요한 부분인 것 같다.

국민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주인으로 생각하는 정부

그리보면 정부가 국민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나아가 주인으로 섬기는 것도 크게 어려운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아무리 작은 일이라도, 또 아무리 중요한 일이라도 정부가 국민들에게 폐를 끼치면 죄송하다는 생각을 할 수 있고 그 죄송함을 행동으로 보여줄 수 있다면 바로 그것이 선진국으로 가는 지름길이 아닌가 싶다.

이윤자 편집국장

기자사진

이윤자 편집국장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