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생명수호 위한 예언자적 소명 실천

박영호 기자
입력일 2005-08-21 10:12:00 수정일 2005-08-21 10: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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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세포 치료 및 연구 발전 방안을 위한 기구 구성을 위한 모임'은 생명수호 위한 예언자적 소명 실천

서울대교구가 최근 가진 「가톨릭 세포 치료 및 연구 발전 방안을 위한 기구 구성을 위한 모임」은 이른바 「황우석 신드롬」이 가져온 우리 사회의 반생명적인 사회 풍토를 극복하고자 하는 가장 강력한 대응책이라고 할 수 있다.

서울대교구의 이러한 움직임에 대한 기대가 큰 것은 우선 교구장 정진석 대주교의 강력한 의지에서 비롯한다. 정대주교는 지난 6월 15일 황우석 교수를 만나 줄기세포 연구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으나, 근본적인 문제에 대해서는 평행선을 달리고 있음을 확인하는데 그쳤다.

하지만 이 만남을 통해서 배아줄기세포에 대한 대안으로서 성체줄기세포 연구의 중요성이 크게 환기됐고, 정대주교는 성체줄기세포에 대한 보다 적극적인 지원과 배려가 현재 우리 사회의 생명윤리 문제를 해결해나가는데 가장 우선적이고 중요한 정책적 대안임을 다시 한 번 확인했던 것으로 보인다.

서울대교구가 단순히 원리원칙의 천명에 그치지 않고 직접 교구의 기구와 재원, 인력을 동원해 대안을 모색하려는 것은 우선 황우석 신드롬이 가져온 후유증이 심각하다는 인식에서 시작된다.

교구측에서는 황우석 신드롬에 대해 크게 세 가지로 그 배경을 파악한다. 첫째는 정치, 경제, 과학, 언론계가 공통의 이해관계를 가짐으로써 나타난, 엄청난 사회적 영향력을 지닌 제집단이 주도하는 「거대 집단의 공동 창작품」으로 판단한다. 둘째, 민족적 자부심과 경제적, 의료적 혜택에 대한 막연한 기대를 지닌 국민 일반의 정서를 겨냥함으로써 여론의 압도적 지지를 확보했으며, 셋째, 반면에 이에 대한 반대의 목소리가 조직화되지 못했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서울대교구는 「생명존중」의 이념을 실천하고 생명수호의 예언자적 소명에 충실하며, 특히 한국의 배아줄기세포 연구가 야기하는 파장과 관련해 전세계 교회 및 국제사회의 도덕적 요구에 대한 한국교회의 응답 필요성에 따라 이러한 움직임을 나타내고 있다.

그러면 향후 어떤 방향으로 적극적 대응이 전개될 것인가. 우선 교구측은 배아줄기세포의 대안으로서 성체줄기세포의 우월성을 과학적 연구를 통해 제시할 것을 목표로 한다. 동시에 배아줄기세포 연구가 내포하고 있는 비윤리성에 맞서기 위해, 대안으로서의 가능성과 생명수호의 필요성을 지속적으로 사회 이슈화함으로써 주의를 환기시킨다.

특히 이같은 전체적인 움직임은 연대의 구축을 주요 축으로 추진하게 된다. 즉, 배아연구가 단지 종교적 신념이 아니라, 인간 본연의 윤리적인 문제를 야기한다는 면에서 국내의 모든 양심 세력들과의 연대를 구축하고, 나아가 전세계 가톨릭 교회와 양심 세력들과의 국제적 연대 역시 필요로 한다.

이러한 목표를 추진하는 방법으로써 서울대교구는 크게 두 가지, 즉 연구와 운동을 병행한다. 하나는 CMC 내에 9월말 설치될 「가톨릭세포치료사업단」을 통해 성체줄기세포에 대한 연구에 전념하도록 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서울대교구를 중심으로 제 사회 단체와 연대하는 「생명연대」를 통해 생명운동을 활발하게 펼치는 것이다.

교구는 이 두 가지 축을 지원하기 위해 교구내에 「성체줄기세포 연구 협력단」과 「생명윤리위원회」를 신설한다. 또한 세계 가톨릭교회 및 양심적 단체들과의 연대와 전세계의 성체줄기세포 연구 기관 및 단체와의 연대를 추진한다.

이러한 서울대교구의 강력한 생명운동의 움직임은 다양한 효과를 기대하게 해준다. 우선, 생명 수호의 가치가 퇴색하고 있는, 불리한 사회 여건 속에서도 「생명 존중」의 가치를 확고하게 천명함으로써 교회의 정체성을 재확인하도록 한다. 이는 곧 대사회적으로, 천주교회의 이미지를 고양함으로써 민주화 운동의 주체로서의 이미지 이후 쇠락하고 있는 교회의 사회적 호감도를 다시금 고양할 수 있는 기회로 삼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교회의 생명 운동이 대사회적 영향력을 잃어가고 있는 시점에서 보다 적극적인 교회 생명운동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으며, 따라서 줄기세포 관련 사안들 뿐만 아니라, 낙태반대운동, 사형제도 폐지 운동 등 여타 생명 운동들의 전체적인 동반 도약을 기대할 수 있다.

서울대교구의 이러한 움직임을 통해, 무엇보다도 윤리적 원칙의 천명만을 되풀이함으로써 자칫 구체적 대안이 없는 공허한 목소리로만 들렸던 교회의 생명 운동이 보다 설득력을 얻게 될 것이라는 점에 주목할 수 있다.

박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