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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돈’ 때문에 / 이주연

이주연(인천지사장)
입력일 2001-06-03 11:07:00 수정일 2001-06-03 11:07:00 발행일 2001-06-03 제 2252호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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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때문에」이혼한 사례가 10년새 5배나 증가했다는 통계청 발표가 있었다. 「2000년 혼인 이혼 통계」결과, 전체 이혼 사유중 경제적 문제로 갈라선 부부들 수치는 10.8%. 이는 91년 조사(2.0%)와 비교해 보면 다섯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써 90년대 이후 「돈」으로 인한 문제가 이혼의 큰 요인이 되고 있음을 반증하는 사례가 아닐 수 없다.

멀리도 갈 것 없이 20~30년전 예를 들춰보면 경제적인 고통은 참고 견뎌야 한다는 인식이 보편화돼 법정에서도 경제적 이유는 이혼사유로 인정해 주지 않는 것이 관행이었다고 한다. 급격한 산업화의 여파로 오늘날 가정의 기능자체가 상당히 약해져 있다는 사실은 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공감되고 있는 상황이지만 이같이 경제적 문제가 이혼사유로 늘어가고 있다는 것은 기존의 가족, 가정에 관한 가치관까지 물질주의 아래 무너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어서 씁쓸함과 우울함마저 들게 한다.

한 시민단체의 「아버지 상담전화」는 경제난이 닥친 97년 이전까지 하루 5~10통에 불과했던 아버지들의 상담전화가 급격히 늘었고 상담내용도 자녀교육 등의 문제에서 실직문제등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한 가정불화 문제로 옮겨가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우리의 아버지 어머니 세대들이 결혼생활에 있어 경제적 어려움은 살다보면 있을 수 있는 문제로 여겼고 빈곤은 생활을 좀 불편하게 할 뿐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이제는 더 이상 결혼과 가정의 틀을 지속시키지 못하는 변인으로 작용되고 있음을 입증시키는 또 하나의 사례라 하겠다. 가정까지 물질주의적 가치관으로 물들어 간다면 사회 전체가 생명을 존중하지 않고 물질을 위해 생명까지 상실시키는 사회로 변화될 수 있음은 당연한 귀결일 것이다. 가정이 사회와 교회의 가장 작은 단위라고 규정한다면 말이다.

결혼가정에 대한 인식이 물질·상업 편리주의로 치닫고 있는 것은 신자 가정들에서도 별차이 없이 드러나는 것 같다. 신앙은 뒷전이고 경제력을 우선으로 하는 결혼 행태에 익숙해져 관면혼배로 땜질하듯 결혼식을 올리는 신자들의 모습이 안타깝다는, 그래서 혼인성사의 가치관은 무색해 지고 있다는 한 사목자의 푸념이 생각난다.

그간 교회는 가정을 「작은 교회」(가정공동체 49항)로 규정하면서 가정의 소중함과 그 가치를 강조해 왔다. 모든 사람들이 「이 세상을 사는 생명체로의 부르심, 인간공동체 안에서 고유한 역할을 맡게되는 부르심, 영원한 생명에로의 부르심」등 세가지 소명을 하느님으로부터 받았다면 그 부르심들을 실현시키는 작은 단위가 가정이기 때문이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도 「개인의 구원과 일반사회와 그리스도교 사회의 구원은 부부공동체와 가정공동체의 행복한 상태에 직결되어 있다」(사목헌장 47항)고 밝혔고 가정의 보호와 양성 그리고 증진은 국가와 교회의 최고 관심사가 되어야 한다고 천명한바 있다.

가정은 그리스도교적인 의미면에서도 복음화의 가장 기본적인 대상이며 교리교육이 먼저 선행되어야 하는 곳이다. 그렇게 볼 때 가정과 결혼의 가치관들이 붕괴되고 물질주의의 지배를 받게 되는 것은 결국 교회의 공동체를 구성하는 한 단위가 상실 세속화되는 것이라고 말할 수 밖에 없다.

가정을 살리기 위한 교회의 지속적이고 실질적인 관심 지원 배려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작금의 상황에서 신자들의 가정에 대한 새로운 인식 마련을 위해서도 그렇다.

교회의 혼인교육부터 강화되어야 한다고 본다. 재정 및 인력·강사부족 프로그램 부실 등 이유로 최소 2시간이면 끝나는 혼인교육을 언제까지 고수할 것인가. 교육 시간이 길어지면 그나마 교육받을 수 있는 예비 부부들 조차 오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는 안해도 좋을 것 같다. 대학이나 사설기관의 전문 혼전 교육프로그램에 몰려드는 젊은이들 모습이 하나의 예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관심과 그에 따른 투자다.

이주연(인천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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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연(인천지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