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교회

교황청 신앙교리부 "성사 집행에 규정된 동작·언어 안 지키면 무효”

입력일 2024-02-13 수정일 2024-02-13 발행일 2024-02-18 제 3380호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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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작과 말’ 자료 통해 밝혀
“전례문 등 규정대로 사용해야”

【바티칸 CNS】 교황청 신앙교리부는 세계 각국의 가톨릭 사제들을 포함한 신자들로부터 성사 집행에 관한 보고서를 받아 승인되지 않은 형식으로 집행된 성사는 무효임을 확인하고 있다고 밝혔다.

신앙교리부는 2월 3일 발간한 자료(note)에서 사제나 다른 사목자가 전례문을 바꾸거나 동작 혹은 전례에 사용되는 도구를 바꾸는 것은 신자들이 받아야 하는 것을 훔치는 것이며, 그 성사를 무효로 만들게 된다고 지적했다.

‘동작과 말’(Gestis Verbisque, Gestures and Words)이라는 제목이 붙은 이 자료는 지난 1월 25일 교황청에서 신앙교리부 장관 빅토르 마누엘 페르난데스 추기경과 위원단이 참가한 가운데 열린 총회에서 만장일치로 통과된 뒤 페르난데스 추기경의 서명을 받았으며, 프란치스코 교황이 1월 31일 승인했다.

페르난데스 추기경은 ‘동작과 말’에 대해 설명하면서 “지난 2022년, 신앙교리부 소속 추기경들과 주교들이 모여 이미 집행된 성사가 무효(invalidity)임을 인정해야 하는 다양한 상황에 대한 관심을 드러낸 적이 있다”고 말했다. 페르난데스 추기경은 성사 집행이 무효가 되는 예로 세례성사에서 전례문을 바꾸는 경우를 들었다.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당신에게 세례를 줍니다”라고 해야 하는데 “창조주의 이름으로 당신에게 세례를 줍니다”라고 하거나 “아빠와 엄마의 이름으로 당신에게 세례를 줍니다”라고 말하면 그 세례성사는 무효가 된다고 예시했다.

2020년 당시 교황청 신앙교리성은 자료를 발표하고 “우리는 당신에게 세례를 줍니다”라고 말하며 세례성사를 집전했을 경우에도 역시 무효가 된다고 밝히면서 미국을 포함한 다양한 교구에서 유사한 사례를 수집해 효력이 없는 세례를 받은 신자들을 확인한 바 있다.

신앙교리부는 무효인 세례를 받은 신자가 첫영성체를 하거나, 견진성사를 받는 경우 심지어는 사제품을 받아도 모두 무효가 된다고 밝혔다. 가톨릭교회에서는 오직 유효하게 세례받은 신자만이 다른 성사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페르난데스 추기경은 무효한 세례를 받고 사제품을 받은 경우 그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사제들은 특히 큰 고통을 받게 되며 마찬가지로 사제품이 무효가 된 사제로부터 신자들이 받은 모든 성사도 무효가 된다고 설명했다.

실제 있었던 사례로, 30년 전에 잘못된 전례문으로 세례받은 미국 디트로이트대교구 소속 한 사제가 2020년 당시 신앙교리성이 발표한 자료를 보고서야 자신이 무효한 세례를 받은 뒤 성체를 모시고, 견진성사를 받고 부제와 사제로 서품된 사실을 알게 된 경우도 있었다. 디트로이트대교구는 해당 사제로부터 관련된 사실을 보고받고 교구 홈페이지에 2020년 이전에 그 사제에게 성사를 받은 신자들은 교구에 알려 달라는 공지를 올리기도 했다.

‘동작과 말’에는 성사 집행 형식을 지키지 않는 것에 대한 처벌 규정은 두지 않으면서 “이 자료는 교회가 정한 언어 그리고 물, 포도주, 기름 같은 성사 집행에 사용되는 재료들, 안수나 십자 성호 등 동작들이 규정대로 사용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알려 주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고 부연했다.

교황청 신앙교리부는 2월 3일 발간한 자료의 적용 범위에 대해서는 “전체 가톨릭교회에 적용된다”면서 “다만, 동방 가톨릭교회의 경우는 2월 3일자 자료에 동방 가톨릭교회 용어를 적용시킨 수정안을 마련해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