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자선 주일에 만난 사람/ 달리기 기부모임 운영하는 김인태씨

입력일 2023-12-12 수정일 2024-03-20 발행일 2023-12-17 제 3372호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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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뛴 만큼 아이들 행복해지는 기부에 동참해주세요”
커피 기부서 착안한 모임명 ‘런 소스페소’
1㎞ 달릴 때마다 100원씩 적립하는 방식
기부금은 보육원 어린이 운동화 구입에

어린이들을 돕기 위해 달리기를 하고 있는 김인태씨. 김인태씨 제공

“달리기로 얻은 기쁨만큼 아이들이 조금 더 행복해지길 바랍니다.”

김인태(안토니오·42·서울 암사동본당)씨가 달리기 기부모임 ‘런 소스페소’(Run Sospeso)를 시작한 것은 2021년. 수년 전부터 한 달간 달린 거리만큼 일정액을 적립해 초록우산 등 NGO에 개인적으로 기부해 온 그는 달리기를 통한 나눔을 보다 많은 이와 함께하고 싶어 모임을 만들었다.

런 소스페소는 카페를 방문한 손님이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커피 한 잔 값을 더 내는 이탈리아의 자선 문화 ‘카페 소스페소’(Caffè Sospeso)에서 착안한 이름. 커피 대신 1㎞ 달릴 때마다 100원씩 적립, 보육원 아이들이 신고 뛰어놀 수 있는 운동화 구입을 위해 기부한다.

“달리기 동호인들이 늘며 자선 마라톤대회도 여럿 열리지만 정작 참가자들은 참가비가 어디에, 어떻게 쓰이는지 모르더라고요. 안타까웠어요. 그럴 바엔 좋아하는 달리기를 하면서 부담 없이 순수한 마음으로 조금씩이라도 기부하는 게 더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험하기로 이름난 세계 울트라마라톤대회를 완주하고 전국 곳곳에서 열리는 트레일 러닝 대회에 참가하며 달리기 ‘덕후’ ‘RUN-예인’들과 친분을 다져 온 그의 생각에 많은 이가 동참했다. 매달 정기적으로 뛴 거리만큼 기부금을 보내오는 회원은 30여 명. 서울뿐 아니라 울산과 광주, 바다 건너 제주까지 전국 곳곳에서 ‘뜀’을 통해 동참하고 있다. 정기적이진 않지만 틈날 때마다 뛰며 정성을 보태는 이들을 합치면 50명 가까이 된다. 이렇게 매달 40~50만 원씩 모인 기부금은 경기도 수원 소재 보육원인 경동원에 전해져 아이들의 운동화와 운동복 구입에 쓰인다.

“내 취미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된다는 것이 가장 뿌듯하다는 이야기를 자주 접합니다. 조금 더 달리면 아이들이 더 좋은 운동화를 신을 수 있다는 생각에 한 달에 무려 500㎞를 뛰는 분도 계세요. 동호인들도 한 달 150~200㎞가 쉽지 않은데 대단하죠. 모임을 만든 저보다 더 열성적이고 적극적인 분들을 뵐 때마다 감사한 마음입니다.”

런 소스페소는 1년에 두 번, 어린이날과 성탄을 앞두고 경기도 광교산에서 ‘쿠키런’ 행사도 마련한다. 올해 행사는 지난 12월 16일 열렸다. 회원들은 8㎞ 등산로를 뛴 후 경동원에 들러 아이들에게 쿠키를 전했다. 12월이 시작되자마자 산타가 언제 오냐는 아이들을 위해 조금 미리 ‘산 타는 산타’가 됐다.

“기부처를 보다 늘리고 싶습니다. 특별히 부모의 부재로 사랑을 그리워하는 아이들을 더 돕고 싶어요. ‘아이스 버킷 챌린지’처럼 세계 곳곳 누구나 참여하는 기부 문화로 확산되길 희망합니다.”

쿠키런 후 경동원을 찾아 선물을 전달한 김인태씨(가운데)와 런 소스페소 회원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김인태씨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