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제주 가톨릭청년머뭄터 운영하는 ‘혼숨지기’ 박우곤씨

염지유 기자
입력일 2023-11-07 수정일 2023-11-07 발행일 2023-11-12 제 3367호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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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 숨결로 숨 고르며 고단한 청년들 치유되길”
교구의 적극적인 응원 힘입어
한라산 중턱에 자리잡은
지친 청년들 위한 공간 ‘혼숨’
마음 회복 돕는 프로그램도

제주교구 가톨릭청년머뭄터 ‘혼숨’의 야외 텐트. 박우곤씨 제공

“청년 여러분, 아름다운 제주 하늘 아래에서 마음껏 놀다 가세요. 그렇게 쉬며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부어주신 숨결을 되찾고 가세요.”

제주교구 가톨릭청년머뭄터 ‘혼숨’(지도 현요안 요한 신부)을 관리·운영하는 혼숨지기 박우곤(알렉시우스)씨는 청년들을 향해 외친다. 한라산 중턱에 있는 제주 ‘혼숨’은 밤하늘의 별이 아름답게 쏟아지는 곳이다. 10월 23일 문을 연 이곳은 청년들이 ‘나’를 만나는 공간이다.

“요즘 청년들의 삶은 너무 고단해요. 쉼 없이 이어지는 경쟁 속에서 상처받고 자신의 숨, 자기의 속도를 잃고 살죠. 청년들이 숨을 고를 시간과 공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혼숨은 ‘하느님의 숨결’, ‘큰 숨결’을 뜻한다. 박씨는 “혼숨이 우리를 창조하신 하느님의 숨결을 느끼는 곳, 다시 크게 숨을 쉬고 앞으로 나아가도록 희망을 주는 곳이 되면 좋겠다”고 소망했다.

혼숨에서는 대부분 시간을 홀로 보낼 수 있지만, 이웃과 함께 ‘나는 누구이고’,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를 생각하도록 초대하는 프로그램도 있다. 그날그날 머무는 사람들과 영화 보기, 별을 보며 봉헌하는 별별미사, 성시간, 숲속에서 하는 사색 등이다.

박우곤씨는 “혼숨이 다시 크게 숨을 쉬고 앞으로 나아가도록 희망을 주는 곳이 되면 좋겠다”고 말한다. 사진은 생활성가 가수로 활동하고 있는 박우곤씨의 모습. 박우곤씨 제공

생활성가 가수인 박씨는 지난해부터 이시돌 피정센터에서 제주자연순례피정 프로그램을 진행해 왔다. 그곳에 온 한 청년과의 대화가 혼숨 탄생의 씨앗이 됐다. “죽음 뒤에 아무 것도 없다고 생각해 쾌락을 즐기며 살다 죽겠다”는 청년을 토닥이며 하느님의 사랑과 자비를 일러줬다. 긴 대화를 마친 청년은 밤하늘의 별을 보며 비로소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오늘날 청년들은 ‘들어주고’, ‘옆에서 기다려줄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는 믿음이 생긴 순간이었다.

박씨의 꿈은 제주교구의 도움과 지지로 열매 맺었다. 가톨릭문화기획 IMD 대표인 그의 소망이 단체 지도신부이자 교구 사무처장 현요안 신부를 통해 교구장 문창우(비오) 주교에게까지 전해진 것. 평소 청년 사목에 관심이 큰 문 주교가 혼숨을 운영할 수 있도록 옛 가나안공소 공간을 흔쾌히 내어주고, 교구 가톨릭경제인회에서도 리모델링 비용 7700만 원을 지원했다.

교구의 적극적인 응원에 힘입어 박씨와 IMD 봉사자들은 팔을 걷어붙이고 혼숨을 꾸몄다. 실내에서도 숙박을 할 수 있지만 야외 텐트 취침이 기본이다. 텐트에서 조용히 ‘불멍’과 ‘별멍’을 하며 힐링하길 바라는 마음이다. 가톨릭 청년, 청년이 포함된 가족이 이용할 수 있다. 이용료는 가벼운 조식과 숙박을 포함해 하루 2만 원. 그는 “청년들을 위하는 마음만으로 꾸려가는 것이니 당연히 남는 장사일 수 없다”며 웃었다. 혼숨은 9일 문창우 주교 주례로 축복식을 하고 본격적인 운영을 시작한다.

“혼숨이 청년을 위하고 환대하는 청년 사목의 좋은 사례가 되면 좋겠어요. 이곳에서 편안히 쉬며 하느님을 뜨겁게 만나고, 지친 마음을 회복해서 다시 힘차게 출발하길 진심으로 바라고 응원합니다.”

제주교구 가톨릭청년머뭄터 ‘혼숨’ 전경. 박우곤씨 제공

염지유 기자 gu@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