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상담사목 활성화에 교회가 적극 나서야

이승훈 기자
입력일 2023-03-07 수정일 2023-03-07 발행일 2023-03-12 제 3334호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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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건강 악화하는 한국사회
심리·영적으로 지친 이들 위한
교회 관심·사목적 배려 절실

사회적으로 심리상담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는 가운데, 교회가 영적으로 지친 이들을 돌보기 위한 상담사목을 더 적극적으로 전개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지난해 8월 발표한 ‘코로나19 국민정신건강 실태조사’에 따르면 자살생각률이 2019년 4.6%에서 2022년 6월 12.7%로 3배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우울위험군도 5배 넘게 늘어났다. 이미 수년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의 불명예를 안고 있는 한국사회의 정신건강이 더 악화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심리상담 수요도 늘고 있다. 보건복지부와 국회예산정책처 자료에 따르면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의 월평균 상담요청 건수는 2019년 7457건에서 2022년 1만5395건으로 2배 이상 증가했다. 온라인 심리상담 플랫폼 이용자도 150만 명을 넘어섰다.

교회는 심리적 어려움을 지닌 이들을 위해 상담사목을 전개해왔다. 교회 내 상담은 단순히 심리상담에 머물지 않고 신앙·영적으로 돌보는 상담사목으로 이뤄져 내담자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춘천교구 좋은이웃상담실 담당 조영수(마태오) 신부는 “코로나19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찾아온 경제적 위기, 사회·정치적 혼란으로 한국 사회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마음의 안정이나 의지가 되는 이웃이 필요한 시기”라면서 “상담에는 신뢰가 중요한데, 한국교회는 사회 안에서 긍정적으로 인식돼서 상담사목을 펼치는데 강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교회 내 상담소에서는 상담자 수의 증가가 눈에 띄게 보이지 않는 실정이다. 상담소나 상담인력 부족도 원인이지만, 관계자들은 ‘교회의 관심 부족’을 가장 큰 이유로 꼽는다. 심리적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에게 ‘기도하라’고만 조언하는 분위기나 상담에 대한 무관심이 사람들의 접근을 어렵게 만든다는 것이다.

서울대교구 가톨릭영성심리상담소 소장 홍성남(마태오) 신부는 “교회는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사람의 삶 안에 개입해서 돌봐주는 존재인데, 심리적·영적 문제에 ‘기도해주겠다’는 말만 하면, 사람들은 교회가 아니라 병원이나 상담소, 유사종교에서 문제를 해소하려하게 된다”고 꼬집으면서 “성사사목에 상담사목이 덧붙여져야 한다”고 말했다.

상담사목 전문가들은 가톨릭상담가를 양성하고 지역별 상담소를 마련하는 것이 상담사목 확산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 제언한다. 특히 사목자가 상담가가 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신자들을 만나고 그들의 신앙적·영적 어려움에 동반하는 활동 대부분이 상담에 해당하는 활동이기 때문이다. 인간관계의 어려움이 그대로 신앙 안에서도 어려움으로 작용하는 만큼, 상담사목은 심리적·영적·신앙적 문제를 통합적으로 도울 수 있다.

또 모든 사목자가 상담가가 될 수 없는 만큼, 지역마다 사목자들이 연계할 수 있는 상담소도 필요하다. 양성된 상담가만 있으면 성당의 방 하나로도 상담소를 마련할 수 있다.

전주교구 상담사목센터 센터장 이금재(마르코) 신부는 “예수님은 늘 찾아오는 사람들을 공감해주고 품어주고 수용하면서 그 사람에게 치유와 새로운 기회를 주신 가장 모범적인 상담가였다”면서 “신앙생활 문제나 냉담 등도 대부분이 관계에 문제가 있는 것이기 때문에 교회가 예수님처럼 함께 들어주고 같이 아파하고 치유해준다면 신자들이 더 풍요롭게 신앙생활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승훈 기자 josep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