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신앙에세이] 하늘로 가는 사랑의 성가 / 오현주

오현주 카리타스,제2대리구 분당이매동본당
입력일 2023-01-17 수정일 2023-01-17 발행일 2023-01-22 제 3328호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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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단지 하나의 디딤돌이었습니다.”

본당에서 두 번째 소명을 받았다. 2004년 본당 안나회 회장을 맡아 어르신들을 위한, 어르신들과 함께하는 봉사를 천직(?)으로 나름 열심히 교사 9명과 기도하며 ‘열정’ 구호로 신나게 신앙 실천을 하던 중이었다. 주임 신부님이 새롭게 부임해 오셨고, 모든 신부님이 그러하시듯 부임과 함께 본당 이모저모를 살피시고 원대한 사목 계획을 신자들과 공유하셨다.

눈이 부시게 하늘이 푸르렀던 어느 날, 어르신들로 구성된 성가대와 성경공부반 진행을 제안하셨다. 감히 거절은 엄두도 못 내고 나름 잔꾀를 내어 은빛성가대를 구성해 보겠다고 대답했다.

어렵고 힘들 때마다 옳은 선택을 이끌어 주시는 하느님을 믿고 모든 일을 의탁했다. 간절히 청하며 최선을 다한 준비를 통해 마침내 ‘카리타스 성가대’가 구성됐다. 성가대 단원들은 안나회 어른들을 중심으로 교사들과 교사들의 남편들 등으로 구성됐다. 그리고 지휘자님과 나의 남편까지 협조자 역할로 함께하게 됐다.

소프라노, 알토, 베이스, 테너 남녀 혼성 어르신들로 구성된 카리타스 성가대는 신앙 안에서 숙성된 노년의 삶을 더하는 멋진 모습을 보여줬다. 악보 보는 것을 힘들어 하시지만, 이를 노력하는 모습으로 바로 이해하시며 받아들이시는 어르신들, 나이를 무색하게 만드는 아름다운 목소리를 내시는 어르신들, 단원들에게 화 한 번 안 내시고 부드럽고 예쁜 미소와 목소리로 아름다운 성가를 부를 수 있게 이끌어 주시는 지휘자님 덕분에 성가대는 아름다워졌다.

지금도 본당에서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것을 증명하시며 장례미사, 주일미사, 평일미사 반주를 하고 계시는 안나 어르신도 감사하다. 구성원 모두 한마음으로 하느님을 향해 찬미의 성가를 부르고 연주하며 함께하는 나날이 됐다.

카리타스 성가대를 창단하고 3년간 단장으로 봉사하다가 다른 소임이 생겨 단장 자리에서 물러났지만, 지금도 본당 9시 미사를 참례할 때면 카리타스 성가대를 바라본다. 신자석에서 어르신들 합창을 들을 때면 창단에서부터 행복했던 시간이 파노라마처럼 그려진다. 그 모든 순간은 하느님께서 도와주시고 이끌어 주신 은총의 나날이었다.

슬픔과 역경이 없는 삶이 있을까? 모든 것을 다 아시는 주님께서는 나약하고 부족하지만 나를 불러주시고 안아주셔서 하느님을 놓치지 않게 잡아주고 이끌어주셨다. 또한 교만하지 않게 순간순간의 고통도 함께 주셔서 다시 한번 나를 돌아볼 수 있도록 도와주셨다.

이 모든 과정에서 나의 삶이 하느님 은총 속에서 기쁨과 충만함으로 가득 차게 살아올 수 있게 해주셨음을 오늘도 깨닫고 하느님께 감사와 찬미를 드린다.

“하느님!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하느님을 향해 달려갑니다.”

오현주 카리타스,제2대리구 분당이매동본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