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한담

[일요한담] 주님께서 ‘그들’과 함께 계시길! / 정민

정민 안드레아(한국언론진흥재단 경영기획실장),
입력일 2022-12-13 수정일 2022-12-13 발행일 2022-12-18 제 3323호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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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 크리스마스! 진만아, 우유 회사 영업사원 하다가 잘리기도 하고, 택배 일도 하고, 아프기도 하고, 넌 정말 루돌프처럼 살았어! 너도 좀 웃으렴.”(「눈감지 마라」, 249쪽)

진만이 자신에게 쓴 크리스마스카드 메시지입니다. 웃지 못해서, 스스로 위로하는 청년의 손끝에 걸린 쓸쓸함은 차라리 슬픔입니다. 이기호 작가의 「눈감지 마라」(마음산책, 2022)를 읽습니다. 소설이지만 청년이 겪는 매운 삶을 투명하게 보여줍니다. 진만의 친구 정용은 편의점에서 일합니다.

“남자는 정용과 비슷한 또래처럼 보였다. … 지금 시간 말고, 지금까지 쌓아온 나머지 시간으로 급여가 결정되는 삶이란 무엇일까? 정용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그런 일을 해본 적이 없었다.”(214쪽)

그렇습니다. 진만과 정용은 ‘면’(面) 소재지 사립대학 졸업 후, 가까운 광역시로 나왔습니다. 하지만 그들의 학력은 ‘경쟁력’은커녕, 급여의 ‘낮은’ 상한만을 긋는 잣대입니다. 작가 자신도, “지방에서 태어났고 성장했으며 지금도 지방에서 살고 있다. 그건 누구도 빼앗아갈 수 없는 내 감수성의 원천”(작가의 말, 319쪽)이랍니다. 작가는 “모든 지방 청년이 그렇다”는 것은 아니지만 이야기가 그저 ‘허구’만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합니다.

‘지방 청년’의 소외와 버거운 삶을 말하기로, 「쇳밥일지」(천현우, 문학동네, 2022)는 압권입니다. 부제 ‘청년공, 펜을 들다’ 가 붙은 이 책은 지방 제조업 도시 청년 노동자의 삶을 기록한 산문집입니다. 노동으로 고단하고 세상이 험준하기에 건조할 법한 그의 글은 찰지고 맛깔납니다. 그는 실업계 고등학교를 나와 ‘등록금이 싼’ 기능대를 다녔습니다. “‘고졸’이란 딱지는 수갑이며 죄수복이자 족쇄나 다름없다”(「쇳밥일지」, 18쪽)는 어른들의 이야기 때문입니다. 가난에 더해 가족의 빚까지 떠안은 그는 편의점 알바에 공장을 주야로 전전하면서 막노동까지 주저하지 않습니다. 결국 그는 글 쓰는 용접 노동자로 거듭나지만, “살벌한 노동 강도, 최저 임금에서 꿈쩍하지 않는 시급, 아무짝에 쓸모없는 경력, 한번 당하면 생계와 생명을 위협받는 산재, 공장 일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차가운 시선, …”(221쪽) 날 것 그대로의 쓰디 쓴 삶을 보여줍니다.

그는 말합니다. “우리 세대는 심각해진 불평등을 쉽게 체험할 수 있는 세상에 살고 있습니다. … 지방엔 일자리가 없고 직장 찾아 서울 오면 월세는 내 월급의 절반 … 갚지 못한 대학 등록금은 두고두고 우릴 괴롭힐 테고요.” 그는 묻습니다. “그럼 우린 어떻게 행복을 찾아야 할까요?”(263쪽)

나는 답합니다. “미안하다”고. 윗세대의 어른들이 “덧씌우고 외면했으며, 딛고 올라온 사다리를 걷어찼다”고. 대림 제4주일 복음에서는 “보아라, 동정녀가 잉태하여 아들을 낳으리니, 그 이름을 임마누엘이라고 하리라”는 말씀이 이루어집니다. ‘임마누엘’은 “하느님께서 우리와 함께 계시다”는 뜻입니다. 지금도 어딘가에서 꿈을 이루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모든 청년들을 저는 응원합니다. 누추한 곳에서 태어나셨지만 세상을 바꾼 그분이 다시 오십니다. ‘가톨릭신문’의 모든 독자들, 8주 동안 이 칼럼을 읽어주신 분들과 함께, “주님께서 ‘청년, 그들’과 함께 계시길!” 기도합니다.

정민 안드레아(한국언론진흥재단 경영기획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