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

「신부 생활」 펴낸 안성철 신부

이승훈 기자
입력일 2022-11-15 수정일 2022-11-15 발행일 2022-11-20 제 3319호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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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원 이야기에 키득키득 웃다 보면 어느 순간 감동이… 
간접적으로 수도원 체험하며
즐거움과 위로 느끼도록 초대

안성철 신부는 “웃기지만 때 묻지 않은 수사님들을 책으로 만나면서 소소한 행복을 느끼도록 선물을 드리고 싶었다”고 말한다. 안성철 신부 제공

260쪽/1만6000원/시공사

“수도원이 엄숙하고 엄격하다고요? 살아보면 진짜 재미있어요!”

수도원에서 펼쳐지는 배꼽 빠지는 100가지 이야기. 성 바오로 수도회 안성철(마조리노) 신부가 「신부 생활」에서 풀어내는 수사들의 이야기는 한 편, 한 편이 시트콤 같다.

안 신부는 “뻥 치지 않고 다 실화”라면서 “웃기지만 때 묻지 않은 수사님들을 책으로 만나면서 소소한 행복을 느끼도록 선물을 드리고 싶었다”고 책을 펴낸 이유를 전했다.

“저희 수도회는 수녀원 옆에 있는데, 동네분들이 저희(수사들)를 보고 수녀원 직원이라 착각하세요. 요즘은 ‘신부님’이 주인공인 드라마도 나오고, 수녀님들도 다들 아시잖아요. ‘수사도 있구나’하고 아실 수 있게 수사들의 이야기를 담았어요.”

책 제목은 「신부 생활」이지만 사실 그 내용은 수도원 생활, 수사들의 일상이다. 안 신부처럼 ‘신부’인 수사도 있지만, 사제품을 받지 않고 수사로만 살아가는 평수사들을 포함한 수사들의 이야기다.

“‘어떻게 살면 재미있을까?’를 고민하다가 ‘저기 가서 살면 참 재미있겠다!’고 생각이 든 곳이 수도원이었어요. 30년 동안 정말 재미있게 살아왔고, 지금도 재미있어요.”

책에 담긴 이야기는 안 신부가 라디오 방송을 통해 하나하나 전하던 이야기를 모은 것이다. 그런데 수도원 이야기가 나오는 시간이면 라디오 채팅방이 들썩들썩했다. 짜장면 먹다가 신학교 간 이야기, 기도를 방해하지 않으려 너무나도 조용히 ‘불이야’를 외친 수련자 이야기, 수사들의 별명 때문에 생긴 이야기, 빨간 고무장갑을 끼고 눈썰매 탄 수사들의 이야기….

인기의 비결은 무엇보다 재미였다. 신자만이 아니라 비신자들에게도 호응이 높았다. 일단 좌충우돌 수사들의 이야기가 재미있다는 반응이었다. 키득키득 소리가 절로 나오는 이야기들에 정신없이 빠져들다 보면 웃음 끝에 어느새 은은한 감동이 맺혔다.

성경이나 하느님 이야기를 한 번도 하지 않고 전하는 이 웃긴 이야기들에 담긴 순박한 수사들의 모습에 우리네 삶을 돌아보게 하는, 하느님을 기억하게 하는 무엇이 있었다. 덕분에 이 이야기에 빠져들다 천주교로 개종한 이도 있다. 교계가 아닌 출판사에서 온 출판제의를 수락한 것도 신자가 아닌 이들도 읽었으면 하는 바람에서다.

안 신부도 “주로 수도원에서 성체조배를 하는 시간에 무슨 이야기를 할지 생각했다”면서 “그냥 지나왔던 시간이었는데, 회상하면서 글을 쓰니까 그때는 묵상하지 못했던 영성을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수도원 이야기를 들으면서 간접적으로나마 수도원에 머물면서 힐링이 되면 좋겠어요. 특히 젊은이들은 수도원이 딱딱한 곳이 아니라 재미있는 곳이라 느끼면 좋겠습니다.”

이승훈 기자 josep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