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다시는 같은 아픔 반복되지 않길 바라며…

이소영 기자
입력일 2022-11-08 수정일 2022-11-08 발행일 2022-11-13 제 3318호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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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재피해가족네트워크 ‘다시는’
성분도은혜의뜰에서 첫 전시
유가족·활동가 20여 명 참여

김혜영 산재피해가족네트워크 ‘다시는’ 11월 가족 대표가 산재 피해 유가족들이 릴레이 형식으로 만든 작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한 사람이 눈감으면 그 가정은 쉽게 나오기 힘든 슬픔에 잠긴다. 그 죽음이 어느 날 갑자기 닥친 경우엔 더 그렇다. 11월 4일부터 13일 서울 동자동 성분도은혜의뜰에서 산재피해가족네트워크 ‘다시는’이 첫 전시 ‘다시는’을 마련했다. 다시는 자신들과 같은 아픔을 겪는 이들이 생기지 않길, 하루 평균 5~6명이 산재로 사망하는 나라에서 더 이상 목숨보다 일이 귀하게 여겨지지 않길 바라면서다. 생명이 생명 그 자체로 존중받길 바라며 열린 전시에는 김혜영(사비나) ‘다시는’ 11월 가족 대표를 포함해 산재 피해 유가족과 활동가 등 20여 명이 참여했다.

산재피해가족네트워크 ‘다시는’ 가족 회원 이용관씨가 아들 이한빛씨를 그리며 낸 작품.

전시에 대해 김 대표는 “우리의 일”이라고 강조했다. 사람보다 업무가 중시, 경쟁이 당연시되곤 하는 사회에서 노동하다가 목숨을 잃는 산재·재난 사고는 누구에게나 발생할 수 있다는 뜻이다. 실제 ‘다시는’은 이를 더 잘 알리기 위해 작품들에 작가 이름을 표기하지 않았다. 엄마·아빠 등으로 적힌 설명을 보며 어느 한 사람·가정의 일이 아닌, 내 일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할 수 있도록 했다는 의미다. 김 대표는 “저희도 교사 부부와 두 아들, 지극히 평범하게 살아온 가정으로, 성실하고 선하게 살려고 해왔다”며 “유가족 일상을 보여 주고, 죽은 이들을 기억하며 산재에 대한 사람들 의식이 조금이라도 바뀌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고(故) 이한빛(프란치스코) PD의 어머니다.

특히 김 대표는 전시가 유가족들에게도 치유와 위로가 됐다고 밝혔다. 1년간 전시를 준비하며 서로 아픔을 공유할 수 있었고, 많은 후원자를 통해 힘도 얻었다는 뜻이다. 이번 전시는 크라우드 펀딩 프로젝트로 이뤄졌고, 9월 말부터 한 달 동안 펀딩을 진행했다. 316명이 후원에 참여, 목표액 1500만 원을 훌쩍 넘는 1643만6000원이 모금됐다. 김 대표는 “연대에 고마워 울컥했고, 하느님 뜻인 것 같다”며 다시는 일하다 죽는 사람이 생기지 않도록 “죽을 때까지 제가 먼저 손 내밀고 연대하고 사람들을 부축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산재피해가족네트워크 ‘다시는’이 11월 4~13일 서울 동자동 성분도은혜의뜰에서 연 첫 전시 ‘다시는’ 모습.

김 대표는 남편 이용관(빅토리노)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이사, 아들 이한솔(스테파노)씨와 함께 생명이 존중받고, 안전하고 건강하게 일할 수 있는 사회를 위해 책 출간, 주보 글 게재, 한마음한몸자살예방센터 봉사 등 활동을 펼치고 있다. 그는 “너무 힘들어 울 때도 결국 하느님께서 손잡아 주셨다”며 “산재 피해자들 죽음을 사회적 죽음, 내 일로 받아들이고, 서로 연대, 부축, 손잡아 주는 세상이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김 대표는 “주님이 끝없이 한빛이를, 저를 사랑하고 계시다는 확신을 갖게 된다”며 “모든 것을 봉헌하는 마음으로 살면서 기도하고 꾸준히 성경 통독하며 마음을 다지겠다”고 밝혔다.

산재피해가족네트워크 ‘다시는’ 김혜영 가족 대표가 11월 6일 관객들에게 전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소영 기자 lsy@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