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명예기자 단상] 파티마 성모발현 성지를 다녀와서 / 정금원

입력일 2022-10-26 수정일 2022-10-26 발행일 2022-10-30 제 3316호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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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투갈 파티마 로사리오 성모 대성당 전경.

참 오랜만에 여행을 떠났다. 전 세계에서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되면서 그 어떤 여행도 할 수가 없었다. 코로나 블루를 넘어 코로나 블랙으로 심신이 지쳐갈 때쯤, 우리 부부는 과감히 포르투갈과 스페인으로 여행을 가기로 결심했다. 그런데 여행 준비 중, 지난 5월 갑자기 넘어지는 사고로 발목이 부러지고 말았다. 여행을 한 달 반 앞두고 일어난 일이라 너무나 당황스러웠고 참담했다. 그러나 수술 밖에는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의사의 말을 듣고 곧바로 수술일정을 잡았다. 처음엔 원망과 함께 후회가 물밀 듯이 밀려왔다. 그동안 뭘 그리 많은 걸 움켜쥐고 살았는지, 나 자신을 돌아볼 새도 없이 내 욕심으로 채워나가며 영혼과 마음은 상처 입고 지쳐가고 있었다. 그러던 중 운 좋게도 회복이 잘 되어, 예정했던 대로 남편과 함께 여행을 떠날 수 있었다.

제일 먼저 도착한 곳은 이베리아반도의 서쪽 끝, 포르투갈이었다. 한 번은 꼭 와보고 싶었던 성모님의 나라 포르투갈의 첫인상은 예상보다 소박하면서도 강렬했다.

포르투갈 중에서도 파티마에 들렀다. 파티마는 바티칸 다음으로 사람들이 많이 찾는 순례지이자 교황청에서 공식적으로 인정한 몇 안 되는 성모 발현지이다. 다른 여행지와는 달리 파티마는 고요하고 평화로운 작은 마을이었다. 순백으로 지어진 파티마 로사리오 성모 대성당은 티 없이 깨끗하신 성모님의 모습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파티마 광장의 작은 경당에서는 매일 저녁 9시에 전 세계 순례객들이 모여 묵주기도를 드리고 있었다. 그리고 삼위일체 성당에서 성모발현 경당까지 이어지는 돌길에서는 무릎을 꿇은 채로 걸어 성모 마리아를 만난다.

파티마는 몸이든 마음이든 어딘가 아픈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이다. 나 또한 오기 전 예기치 않게 다리를 다치면서 마음도 몸도 지쳐 불편한 몸으로 여기까지 오게 되었다. 힘들게 이곳에 도착하자마자 파티마 성모님을 직접 뵌 듯 마음이 너무나 평화롭고 행복했다. 나는 다리에 대고 있던 부목도 풀어버리고 온전히 성모님께 의지해 저녁 묵주기도에 동참할 수 있었다.

지구 반 바퀴를 돌아 힘들게 여기까지 왔으니 그 감동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1시간 동안 묵주기도를 하면서 평화에 대한 감사의 기도가 절로 나왔다. 성모님께서 저에게 한없는 사랑을 베풀고 계심이 느껴졌다. 이제 마음이 홀가분해졌다. 파티마 성모발현 성지를 순례하면서 나는 살면서 버려야 할 것들과 다시 챙겨야 할 소중한 것들을 분별하면서 마음속으로 비움과 채움을 반복했다.

순례를 마무리하고 돌아오는 길에 “하느님을 소유하는 것이 모든 것을 소유하는 것이다”라는 데레사 성녀의 말씀이 내 마음속 깊이 울려 퍼지면서 내 몸과 마음이 새털처럼 가벼워짐을 낄 수 있었다.

“성모님, 사랑합니다! 늘 저와 함께하여 주소서! 아멘”

정금원 스콜라스티카 명예기자